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기원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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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잘못된 원인을 바로잡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간혹 이미 커져버린 관계로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나게 된다. 1918년 11월 11일 종전된 제1차 세계대전은 종식과 더불어 유럽의 혼란을 안겨준다. 영국과 프랑스 등 승전국이 주도한 역사만을 주목하고 있던 우리에게 역사학자 로버트 거위스는 지금까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등 패전국들의 상황에 주목한다. 그들의 상황을 통해 로버트 거위스는 궁극적으로 여전히 유럽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전역에 남아있는 갈등들의 원인을 바로 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바라본다.

  서구의 많은 이들은 1차 세계대전이 '모든 전쟁을 끝내고' 세계를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곳으로 만들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가? 결국 현실은 그 정반대였고, 세계대전이나 1919~1920년의 강화조약들이 제기했지만 해소하지 못한 쟁점들은 1914년 이전에 존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힘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대전 전에 자리잡고 있던 유럽 질서는 흔히 여겨지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p. 27)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안정과 평화는 사라지게 된다. 종식되지 않은 갈등과 혼란들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유럽에 미치는 영향으로 시작된다.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의 시작은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키면서 러시아를 장악하게 된 이야기부터 다룬다. 볼셰비즘에 대해 러시아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러시아 외부의 유럽 사람들 역시 견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볼셰비키를 대표로 하는 공산주의와 그와 반대되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을 중심으로 중유럽과 동유럽, 남유럽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볼셰비즘'은 러시아에만 특유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서쪽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인상은 1918~1919년 중부 유럽의 여러 혁명들로 강화되었다. 당대인들은 볼셰비즘을 곪는 상처나 전염병으로 인식하고 묘사했다. 이는 1919년 봄에 볼셰비즘이 더 서쪽으로, 중유럽의 심장부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관념이었다. (p.140)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유대인 학살을 일삼았던 나치즘의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볼셰비즘이 반유대주의의 원인이 되었던 사실을 비롯하여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저항적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싸움을 로버트 거위스는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읽다 보면, 당시의 유럽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으며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중유럽과 동유럽이 혁명과 반혁명의 혼돈에 빠진 가운데 패전국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한 파리강회회의가 1919년 1월 중순 개최되었다. 영국의 총리로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훗날 이때를 돌이켜보며 이 강회회의가 지난 세기 유럽의 대규모 강회회의와 성격이 달랐음을 인정했다. (p. 229)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에 복수하는 듯했던 연합국의 태도는 지나친 강화 조약을 강요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기반이 된 민족주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미국에 찾아온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유럽은 다시 한 번 위기와 폭력적 무질서로 빠져들면서 '민주주의에 안전'한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윌슨의 낙관적 예견과는 반대로 유럽은 불황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자였던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나치즘과 파시즘을 더욱 강조하게 되고, 이후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세계사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다. 역사에 대해 흥미는 가지고 있었으나 세계사라는 넓고 광범위한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다양한 세계의 문화와 언어, 생각들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지식의 그릇이 작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중학교 이후로 세계사를 접할 수 있는 길이 적어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를 읽으면서 꽤나 고충을 겪었다. 우선은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승전국이 아닌 패전국의 시점에 집중하여 전후 사정을 풀어놓는 것과 더불어 아직은 미흡한 당시 사건 배경 때문에 이해하기에 조금 난항을 겪긴 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 로버트 거워스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대전 100주년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내전, 이집트에서의 혁명,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유대인과 아랍인 간의 격렬한 충돌이 뒤따르고 있는 데에는 섬뜩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없지 않다. 이 갈등들은 대전과 그 직후의 여파가 제기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 가운데 최소한 몇몇은 오늘날까지 우리한테 남아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p. 353)" 과거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꿈꿔갈 것이다. 그리고 과거가 남긴 폭력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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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이상한 나라 - 꾸준한 행복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심리 여행
송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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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 이론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류한 책 《위험한 심리학》의 저자 송형석은 그의 새로운 책 《나라는 이상한 나라》를 통해 이제 '나' 자신을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동안 많은 심리학 책에서 자신의 내면 탐색이 중요하다는 것을 왕왕 강조해왔다. 저자 송형석 역시 이러한 내면 탐색은 자신의 능력이나 성향에 대해 알 수 있고, 내가 집착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며 그가 생각하는 탐색 방법들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음이란 뚜렷하게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인 측정으로만 그 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발생한 감정 하나를 기준으로 삼아 다른 감정의 크기가 더 큰지, 더 작은지를 파악하는 것.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슬픔, 공허함, 친분 같은 복잡한 감정도 비교 할 수 있다. (p. 31)

  자기 탐색이 어려운 데에 우리는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것에 대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워도 간단한 지표로는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을 측정하기 위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권유한다. 0~100까지의 숫자 지표로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조금씩 조금씩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다. "인간에게는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본능이 너무나도 커서, 이를 거스르고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p.57)"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싫은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방어 태세를 갖춘다.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이 방어 태세는 고스란히 정해진다.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약점을 우리는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조금 이상한 일이지만, 자기 마음을 파악하려 할 때도 자기가 만든 방어막을 스스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오히려 내가 나를 뚫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성으로 들어가려면 성벽을 더듬어 모양을 짐작하고, 함정에 일일이 빠져가며 구조를 파악하고, 내면의 기억과 감정의 미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 (p. 75)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방어막을 조금씩 뚫고 들어가다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나'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여러 가지의 자아들이 복합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나라는 이상한 나라》의 후반부에서 저자 송형석은 내면 탐색의 과정을 마치 한 명의 부랑자가 어느 성이나 집에 방문하는 과정처럼 그려낸다. 성벽이 견고하지만 한 쪽에는 무너진, 조금은 엉성한 모습의 성이나 출입문조차 작아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집 모양처럼 다양한 비유를 섞어가며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설명한다.
  집에 들어선 방랑자는 주인의 안내에 따라 집을 구경한다. 주인은 나의 자아이고, 집 구조는 마치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집주인이 아닌 또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나의 또 다른 자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저자 송형석은 한 가지 사실을 전한다. "바로, 여기까지 오는 내내 느껴왔던 사실, 즉 자신이 만난 사람들, 집, 자연, 태양, 새, 늑대, 이 끝에서 만난 사람까지 모두 나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여태껏 관찰자였던 나조차 이 심리적 세상에 속하는 자아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다.(p. 219)"
  《나라는 이상한 나라》를 읽으면서 타인이 알 수 없는 나에 대해서 접근하고 탐색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인에게 받을 수 있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으로 하여금 내가 정말 원하는 답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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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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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 죽게 되면 온갖 지옥이 펼쳐진다. 난 그동안 해시태그로 RIP를 달고,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을 텀블러에 올리고, 모든 탄원서에 서명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본다면 가장 큰 목소리로 세상이 알게 하리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되고 나니 말을 하기가 너무 두렵다. (p. 41)

  개인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고착화되고 타인에게 잘못된 잣대를 들이밀게 되는 순간,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편견으로 하여금 타인을 차별하고, 차별받은 타인의 마음 속에 남긴 증오. 《당신이 남긴 증오》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증오를 가지게 된 16살의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해서 저자 앤지 토머스는 16살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가지는 문제점을 집어낸다.
  케냐와 함께 파티에 놀러 간 스타는 그곳에서 소꿉친구 칼릴을 만나게 된다. 시끄러운 파티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돌연 들려오는 총성 소리에 다급히 파티를 빠져 나간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경찰은 칼릴과 스타가 타고 있는 차를 멈춰 세운다. 칼릴에게 면허증과 서류를 요구한 경찰은 칼릴의 대답이 못마땅했는지 그의 몸을 수색한다. 차에 앉아 있던 스타는 두려움에 떨며 몸수색을 마치고 차 문으로 다가오는 칼릴에게 집중하고 있던 중, 경찰이 쏜 총에 맞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스타는 어릴 적 총에 맞아 죽은 또 다른 친구를 떠올리게 되며 마음 한 켠에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갖는다.

  웃긴다. 노예의 주인들은 그들이 흑인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지한 아프리카인의 삶'으로부터 말이다. 똑같은 일이 다른 세기에 벌어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구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p. 250)

  《당신이 남긴 증오》는 주인공 스타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시선과 차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칼릴의 사건이 보도된 뒤에 사람들은 그에게 총을 쏜 경찰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모든 것을 조명한다.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칼릴의 행동들을 비난하며, 경찰이 그를 쏜 행위는 정당 방위였음을 주장한다. 사건의 목격자였던 스타는 그들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칼릴과 자신에게 주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더구나 칼릴의 행동이 조명받자 언론에서는 흑인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을 나열한다. 마약은 일상이며 갱단에서 활동하며 그들이 주로 모여사는 '가든 하이츠'는 범죄 도시로 위험하다며 그들의 삶을 멋대로 판단하고 전달한다. 저자인 앤지 토머스는 그런 상황들과 대비되어 스타 가족의 화목한 삶을 그려낸다.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 밑에서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화목한 삶을 살아간다. 앤지 토머스는 이 두 상황을 교차하면서 소설을 전개해 나가면서 그들도 전혀 다르지 않음을 부각시킨다.

  그게 문제다. 우리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두고 그 사람은 너무 말을 많이 한 나머지 선을 넘지만 자신이 그런 줄 모르고, 듣는 우리도 그냥 받아들인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이런 상황에서 잠자코 있다면 말을 할 수 있는 게 무슨 소용일까? (p. 257)

  그들은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칼릴의 죽음을 비롯하여 자신들을 향한 사람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스스로가 탈피하고자 한다. 진실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소설 속에서 나와 독자들에게 깊은 사고를 하게끔 만든다. 
  오늘 아침 한 편의 기사를 읽었다. 또 한 명의 흑인이 죽었다는 기사였다. 경비원이었던 그는 자신의 임무를 위해 총을 소지하고 있었을 뿐 어떤 의도도 없었음에도 현장에 출동한 백인 경찰은 그에게 총을 쏘았다는 기사였다. '흑인 공포증'인가 '흑인 남성 공포증'인가 하며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것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지 의문이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어떤 잣대가 들이 미뤄졌고, 결국엔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는 편견은 죽은 그에게 또 어떤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당신이 남긴 증오》 속 사건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치 현실처럼 너무나도 생생하고, 여전히 그런 현실에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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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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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벨맨&블랙은 삶과 돈과 죽음으로 북적였다."


  모든 인간은 삶의 끝, 죽음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하고 명예나 권위를 가진 자라고 하여도, 그들의 삶에도 죽음은 있기 마련이다. 신이 있다면, 그는 모든 인간을 죽음 앞에서 평등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에게 그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그는 예견하고 있었을까?
  《열세 번째 이야기》로 데뷔를 한 다이앤 세터필드는 그녀의 두 번째 작품 《벨맨 앤드 블랙》으로 화려하게 귀환한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벨맨 앤드 블랙》은 모든 페이지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확실하게 형용할 수 없는 그 묘한 분위기는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만든다.

  오두막 옆 참나무 숲에 한때 떼까마귀들이 있었다고, 잠에 빠져 들며 그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내 떼까마귀 울음소리가 그를 깨웠다. 오늘 아침 물레바퀴 근처에서 보았던 오래된 둥지들을 겨우 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p. 111)

  《벨맨 앤드 블랙》은 벨맨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벨맨 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할아버지, 삼촌, 그리고 주인공 윌리엄까지 삼 세대의 걸쳐 내려온 벨맨 방직공장을 중심으로 다이앤은 주인공 윌리엄의 일대기를 그려낸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며 나뭇가지에 걸터 앉은 떼까마귀 하나를 새총으로 쏴 죽이면서 그의 삶에 녹아져내린 어둠을 조금씩 끌어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에 쌓여 있지만 윌리엄은 장성하게 되고, 어머니의 권유로 벨맨 방직공장에 출근하며 운영 방식을 차차 배우게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과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이 거의 맞물리게 되면서 윌리엄은 잠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촌의 인정을 받아 어느새 벨맨 방직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이윽고 가정을 꾸리고 벨맨 방직공장의 어엿한 주인이 된 윌리엄은 열병으로 딸 도라를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게 된다. 마지막 아내의 장례식에 찾아온 '블랙'을 만나게 된 윌리엄은 그와 어떤 계약을 하게 되고 죽음을 전시하고 애도하는 가게, '벨맨&블랙'을 차리게 된다.

  술에 취한 어느 순간, 윌리엄은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계, 이 우주, 그리고 만약 존재한다면 신까지도, 인류와는 대립관계에 놓여 있었다. 새롭게 드러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행복은 잔인한 장난이었다. 자신의 운이 좋다고 믿게 만들어놓으면 나락으로 끌어내리기가 한결 쉬울 테니까. 그는 자신의 본질적인 미천함을, 운명을 통제하려 했던 허영심을 깨달았다. 방직공장 주인 윌리엄 벨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p. 182)

  죽음은 유행을 타지 않을 것이라는, 윌리엄의 생각대로 벨맨&블랙은 최초의 상조회사가 된다. 장례용품을 직접 만들며, 장례절차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하며 윌리엄은 바쁜 삶을 살아간다. 다이앤은 주인공 윌리엄을 매우 바쁘게 만든다. 삼촌이 돌아가신 후 벨맨 방직공장을 맡아 가족들과의 여유로운 시간도 보낼 틈도 주지 않은 채 일을 하게끔 만들고, 이후 벨맨&블랙을 설립한 이후에는 그가 오로지 회사 운영에 신경 쓰도록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늙어 버렸음을 깨닫는 윌리엄 앞에 그가 아내의 장례식 이후 대화할 수 없었던 블랙을 세우면서 그녀가 말하고 싶은 바를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윌리엄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그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그의 바쁜 삶 이면에 녹아져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를 불안을 마주하고 나면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을 곱씹어 보게 된다. 가을밤, 음산하면서도 서정적인 다이앤 세터필드의 《벨맨 앤드 블랙》은 독자들의 마음을 홀릴 것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니까요. 그게 곧 미래죠, 안 그런가요? 나의 미래. 당신의 미래. 모두의 미래. (p.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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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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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보통 나를 소개할 때 '공간전략디자이너'라고 한다. 흔히 공간을 '꾸미는 사람'을 통상적으로 칭하는 '인테리어디자이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가치는 공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사람들의 마음과 철학까지 책임진다는 점이다. (p. 7)
  
  식당이나 카페, 많은 상점들에는 그곳만의 특유 분위기를 연출한다. 들어서면서부터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오너분의 개인적인 취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안락한 인테리어들에 기분이 전환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공간'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여러 가지 취향들을 남기게 된다. 공간으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공간의 기분》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수장인 김종완이 자신이 설계하고 꾸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어렸을 적부터 건축이나 실내 건축에 관심이 있었던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부터 시작하여 그 시간들이 총 16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떤 밑거름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공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그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자신만의 색을 구축할 수 있었노라고 말한다. 

  매장에 들어왔을 때 "여기 공간디자인 정말 독특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잘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 매장의 물건이 먼저 보이게 하는 것, 그걸 도와주는 중간 단계가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p. 195)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공간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저자 김종완은 가장 먼저 자신의 역할을 되새긴다. 클라이언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섰을 고객들의 기억에 어떤 취향을 남기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까지 고려하여 그 중점에 놓인 디자인을 실행한다. 16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손으로 그리고 스케치한 그림들, 그리고 완성된 공간 사진을 보면 언뜻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 공간이 가져야 할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것이 느껴진다. 매끄러운 곡선들과 더불어 벽 안쪽에서 은은하게 뿜어 나오는 빛으로 하여금 어딘가 안락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속에서 빛나야 할 것들을 빛내주는 그의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우리 팀이 <하울팟>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고객이 누구냐"하는 점이었다. 제품을 살 수 있는 쇼룸 공간도 있지만 결국 이곳을 이용하는 주 고객은 반려동물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의 시각에서 공간을 만드는 게 키포인트였다. (p. 73)

  《공간의 기분》을 읽으면서 그의 진심이 잘 묻어난 것은 <하울팟>을 디자인했던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주 고객층에 대한 분석으로 반려동물의 입장을 생각하다니.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겨 대부분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에 비해 저자 김종완은 진짜 고객층에 포인트를 둔다. 그들의 시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직접 방문하지 못해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가 굉장히 소비자층과 클라이언트의 중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떤 디자인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의 믿음과 확신이라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취향을 남겨주면서도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이 한국에도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의 기분을 자주 확인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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