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기원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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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잘못된 원인을 바로잡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간혹 이미 커져버린 관계로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나게 된다. 1918년 11월 11일 종전된 제1차 세계대전은 종식과 더불어 유럽의 혼란을 안겨준다. 영국과 프랑스 등 승전국이 주도한 역사만을 주목하고 있던 우리에게 역사학자 로버트 거위스는 지금까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등 패전국들의 상황에 주목한다. 그들의 상황을 통해 로버트 거위스는 궁극적으로 여전히 유럽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전역에 남아있는 갈등들의 원인을 바로 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바라본다.

  서구의 많은 이들은 1차 세계대전이 '모든 전쟁을 끝내고' 세계를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곳으로 만들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가? 결국 현실은 그 정반대였고, 세계대전이나 1919~1920년의 강화조약들이 제기했지만 해소하지 못한 쟁점들은 1914년 이전에 존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힘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대전 전에 자리잡고 있던 유럽 질서는 흔히 여겨지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p. 27)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안정과 평화는 사라지게 된다. 종식되지 않은 갈등과 혼란들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유럽에 미치는 영향으로 시작된다.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의 시작은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키면서 러시아를 장악하게 된 이야기부터 다룬다. 볼셰비즘에 대해 러시아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러시아 외부의 유럽 사람들 역시 견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볼셰비키를 대표로 하는 공산주의와 그와 반대되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을 중심으로 중유럽과 동유럽, 남유럽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볼셰비즘'은 러시아에만 특유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서쪽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인상은 1918~1919년 중부 유럽의 여러 혁명들로 강화되었다. 당대인들은 볼셰비즘을 곪는 상처나 전염병으로 인식하고 묘사했다. 이는 1919년 봄에 볼셰비즘이 더 서쪽으로, 중유럽의 심장부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관념이었다. (p.140)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유대인 학살을 일삼았던 나치즘의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볼셰비즘이 반유대주의의 원인이 되었던 사실을 비롯하여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저항적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싸움을 로버트 거위스는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읽다 보면, 당시의 유럽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으며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중유럽과 동유럽이 혁명과 반혁명의 혼돈에 빠진 가운데 패전국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한 파리강회회의가 1919년 1월 중순 개최되었다. 영국의 총리로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훗날 이때를 돌이켜보며 이 강회회의가 지난 세기 유럽의 대규모 강회회의와 성격이 달랐음을 인정했다. (p. 229)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에 복수하는 듯했던 연합국의 태도는 지나친 강화 조약을 강요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기반이 된 민족주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미국에 찾아온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유럽은 다시 한 번 위기와 폭력적 무질서로 빠져들면서 '민주주의에 안전'한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윌슨의 낙관적 예견과는 반대로 유럽은 불황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자였던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나치즘과 파시즘을 더욱 강조하게 되고, 이후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세계사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다. 역사에 대해 흥미는 가지고 있었으나 세계사라는 넓고 광범위한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다양한 세계의 문화와 언어, 생각들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지식의 그릇이 작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중학교 이후로 세계사를 접할 수 있는 길이 적어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를 읽으면서 꽤나 고충을 겪었다. 우선은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승전국이 아닌 패전국의 시점에 집중하여 전후 사정을 풀어놓는 것과 더불어 아직은 미흡한 당시 사건 배경 때문에 이해하기에 조금 난항을 겪긴 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 로버트 거워스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대전 100주년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내전, 이집트에서의 혁명,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유대인과 아랍인 간의 격렬한 충돌이 뒤따르고 있는 데에는 섬뜩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없지 않다. 이 갈등들은 대전과 그 직후의 여파가 제기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 가운데 최소한 몇몇은 오늘날까지 우리한테 남아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p. 353)" 과거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꿈꿔갈 것이다. 그리고 과거가 남긴 폭력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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