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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사람들에게 보통 나를 소개할 때 '공간전략디자이너'라고 한다. 흔히 공간을 '꾸미는 사람'을 통상적으로 칭하는 '인테리어디자이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가치는 공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사람들의 마음과 철학까지 책임진다는 점이다. (p. 7)
식당이나 카페, 많은 상점들에는 그곳만의 특유 분위기를 연출한다. 들어서면서부터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오너분의 개인적인 취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안락한 인테리어들에 기분이 전환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공간'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여러 가지 취향들을 남기게 된다. 공간으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공간의 기분》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수장인 김종완이 자신이 설계하고 꾸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어렸을 적부터 건축이나 실내 건축에 관심이 있었던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부터 시작하여 그 시간들이 총 16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떤 밑거름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공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그가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자신만의 색을 구축할 수 있었노라고 말한다.
매장에 들어왔을 때 "여기 공간디자인 정말 독특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잘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 매장의 물건이 먼저 보이게 하는 것, 그걸 도와주는 중간 단계가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p. 195)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공간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저자 김종완은 가장 먼저 자신의 역할을 되새긴다. 클라이언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섰을 고객들의 기억에 어떤 취향을 남기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까지 고려하여 그 중점에 놓인 디자인을 실행한다. 16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손으로 그리고 스케치한 그림들, 그리고 완성된 공간 사진을 보면 언뜻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 공간이 가져야 할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것이 느껴진다. 매끄러운 곡선들과 더불어 벽 안쪽에서 은은하게 뿜어 나오는 빛으로 하여금 어딘가 안락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속에서 빛나야 할 것들을 빛내주는 그의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우리 팀이 <하울팟>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고객이 누구냐"하는 점이었다. 제품을 살 수 있는 쇼룸 공간도 있지만 결국 이곳을 이용하는 주 고객은 반려동물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의 시각에서 공간을 만드는 게 키포인트였다. (p. 73)
《공간의 기분》을 읽으면서 그의 진심이 잘 묻어난 것은 <하울팟>을 디자인했던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주 고객층에 대한 분석으로 반려동물의 입장을 생각하다니.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겨 대부분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에 비해 저자 김종완은 진짜 고객층에 포인트를 둔다. 그들의 시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직접 방문하지 못해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가 굉장히 소비자층과 클라이언트의 중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떤 디자인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의 믿음과 확신이라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취향을 남겨주면서도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이 한국에도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의 기분을 자주 확인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