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연애의 방식과 형태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연애의 과정은 비슷하다. 서로를 향한 호감이 사랑이 되고,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해져 식을 때까지의 과정. 타인이 말하는 연애에 대해 맞아, 그게 연애지.’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비슷한 연애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이렇게 파격적인 제목이 또 어디 있을까. ‘사랑이라든지, ‘연애라든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닌 섹스라니. 그러나 이 자극적인 단어는 그저 단어에 불과하다.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이 단어에 타인의 사랑과 연애, 그 모든 것을 이 한 단어 속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 너 좋아해. 알고 있었니?”

? 그게 그러니까…… 알고 있었는지도…….”

수업 중에도 자주 쳐다봤었는데. 좋은 얼굴이네, 하고.그리고 어깨 라인이랑 팔꿈치 모양도 좋아. 손가락 관절도.”

그래요? ……관절이요?”

게다가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그런가요?”

“‘이소가이 미루메란 이름도 좋고.” (p. 13)

 

미술을 전공한 유리는 자신의 출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유리의 제자인 는 친구들과 함께 유리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른 아홉 살과 열 아홉 살인 그들의 사랑은 유리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유리의 그림을 위해 몇 번 모델이 되어주던 는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되고, 이내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된다. 유리에게는 남편이 있었기에 그들은 주로 그녀의 아틀리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새해가 되는 날, 유리는 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열 아홉 살의 남학생을 화자로 내세운다. 타인이 보기에 두 사람의 연애는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남편이 있는 서른 아홉 살의 여성과 그녀의 열 아홉 살 제자의 연애 이야기라니. 독자 입장에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이 관계는 또 생각보다 불타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섹스를 할 뿐이다. 이에 대해 야마자기 나오코라는 적나라한 묘사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관계를 열 아홉 살의 화자를 통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지고 싶다는 건 바보 같은 소리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확실히 관계를 쌓아가면서, 애무는 천천히, 다양하게, 정성껏, 동시에 에로틱하게,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p. 53)

 

가을에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겨울동안 지속된다. 자신이 어떻다고 생각하는 유리가 나약해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의 생각일 뿐이다. 오로지 그의 입으로만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에 이 연애를 하고 있는 유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독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랑을 해보면 이상형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모습에 마음이 빨려들고 만다. 그런 것이다. 내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 있는 그 사람의 모습에 내 마음이 빨려들고 마는 것이다.

그 투박함이 날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잊을 수 없게 만든다. (p. 54)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다른 연애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걷게 된다. 사랑이 식고, 관계는 끝난다. 함께 마음이 맞아 시작한 연애는 이제 한 사람의 일방적인 통보로 끝을 맺게 된다. ‘의 입으로 전달되던 그들의 연애에서 무엇이 문제일까, 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유리는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새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도 하지만, 아직 젊으니 언젠가 생기겠지, 하는 생각은 들어도, 지금 당장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힘이 내게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리로부터 받은 머플러를 두르고 외출할 때면, “올해는 직접 뜬 머플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하는, 미련투성이의 수심에 잠겼다. (p. 105)

 

결국 그들의 연애도 타인의 연애와 다를 것이 없다.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마치 타인의 연애에 대해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연애에 대해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냐고. 그저 그 연애를 해 나가는 두 사람만이 그 연애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수 있을 뿐.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 누군가의 연애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다. 그저 타인의 연애도 나의 연애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주어진 하루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그랬듯이 익숙한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일상으로의 변주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곤 한다.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는지 그 사실조차도.



이 세상에는 우리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있어.

아빠, 엄마, 나…….

그 다음에 뭘 깜빡한 걸까?

바람일까?

빛일까?


 

세바스티엥 조아니에의 어서 오세요는 늘 익숙했던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책의 화자인 어린 꼬마는 자신의 가족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빠와 엄마, 자신을 중심으로 그들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사랑, 웃음, , 그리고 사람들. 함께 있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을 꼬마는 독자들에게 하나씩 말해준다. 점층적으로 커져가는 이 시선은 그동안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변주한다.

 

연필 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서 오세요의 삽화들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캐릭터들을 묘사한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넓은 여백의 얼굴과 작은 이목구비로 이루어진 일러스트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자아낸다. 더구나 색연필을 이용해 화려한 색채들은 이 동화 속 세상이, 그리고 그 세상을 넘어 이 현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 사실을 책을 읽는 ''만 몰랐을 뿐.



 



 

그래서 어서 오세요의 마지막 문장은 뇌리에 깊게 박힌다. 이렇게 다채롭고 즐거운 세상에 ''만 존재하지 않는다니. 세상에 수많은 색들이 있었음에도 주어진 하루에 집중한 나머지 하나의 색채만 보게 된 ''에게 "Sauf toi!(너만 빼고!)" 라는 문장은 조금은 얄미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내 머리를 강타한다. 그러게, 무엇때문에 이 색들을 느끼지 못했을까.

 

이 귀엽고 깜찍한 초대장이 또 어디 있을까. 당신 세상의 색이 조금은 어둡고 화려하지 않다면, 이 귀엽고 깜찍한 초대장을 읽어보길 바란다. 때로는 때묻지 않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은 어른들을 놀라게 하길 마련이니. 이 초대장 끝에 있을 당신의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다채롭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삶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음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물론 일상에서 죽음의 존재를 늘 확인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기란 조금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우리는 어떤 때보다 가장 아프고 처절한 슬픔을 맛보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말이다.

치넨 미키토는 자신의 저서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를 통해 죽음으로 하여금 삶이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머무르는 호스피스 병원의 실습생 소마의 시각을 통해 환자들의 삶을 바라본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환자 유카리와의 관계를 통해 살아있는 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한다.

 

종종 있잖아. 삶이 얼마 안 남은 환자가 죽을 때까지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드는 거. 내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와 같아. 옛날에 들은 적 있어. 꿈을 그린 그림 위에서 자면 그 꿈이 이루어진다고.” (p. 34)

 

언제나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하야마곶 병원에서 실습을 하게 된 소마는 그곳에서 머릿속에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카리를 만나게 된다. 상속 받은 유산으로 바깥세상으로 쉽게 나가지 못하는 유카리는 자신이 머무르는 병원을 다이아몬드 새장이라고 지칭하며 소마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편,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던 유카리는 소마에게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내주며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진다.

어릴 적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 가버린 트라우마가 있는 소마는 자신에게 책상을 내어준 유카리에게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마음을 나누지만, 실습이 끝난 소마는 이내 하야마곶 병원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헤어진 것을 아쉬워하던 중, 소마는 유카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만큼은 조금 사치를 부리기로 했지. 조부모님의 유산을 사용해서 말이야. 이 병원은 비용이 꽤 들지만 방도 넓고 전망도 좋아. 그리고 환자의 희망을 가능한 들어주지. 이제까지 인생에서 이렇게 사치를 부린 적은 없어. 내게는 이곳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파도 소리가 들리는 건 조금 우울하지만.” (p. 55)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상처가 하나씩 있다. 그 상처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상처를 꾹꾹 눌러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 자신이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애써 마주하려고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치넨 미키토는 유카리와 소마를 통해 누구나 가슴 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유카리와 소마가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던 것도, 그들에게 폭탄이 하나씩 안겨 있기 때문이었으니.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무심한 듯 털어놓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가 자신의 상처를 인지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옆에 서 있어줄 뿐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서 치유되어간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얼마 전, 메구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해’ ‘가슴이 미어지고 숨 쉬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주 행복

유카리 씨를 바라보면서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p.177)

 

유카리의 머릿속 시한폭탄, 그러니까 유카리의 죽음은 결국 유카리와 소마 두 사람에게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다가오기 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를. 치넨 미카토는 한없이 부정적이고 어두운 죽음을 결코 그 색채로 사용하지 않는다.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속의 죽음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색이 아닌 이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해주는 색으로 작용한다.

 

전부, 당신 덕분이야.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살아 있어. 지금 나는 여기에 있고 아주 행복해. 그것은 당신이 나를 해방시켜주었기 때문이야.”

유카리 씨는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만진다. 그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에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걱정 마. 당신도 틀림없이 해방될 거야. 그러니까 경치를 즐기며 좀 기다리자. 이 광경은 지금밖에 볼 수 없으니까.” (p. 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TV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지호는 세희의 방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서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 마음을, 그녀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 한 편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사랑 앞에 겁이 나는 이유는, 그의 모든 것과 나의 모든 것이 마주했을 때, 혹여나 부서질 그 순간 때문일 것이다.

 

<노트북> 원작 소설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의 19번째 작품인 나를 봐를 통해 사랑 앞에 서 있는 두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은 그들의 과거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그들이 가진 과거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들의 발목을 잡아 멈춰 세우지만, 그 과거로 하여금 더욱 견고해지는 그들의 사랑을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써 내려간다.

 

마침내 돌고래들이 시야이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콜린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그의 사진을 찍었다. 조금 전 그가 보여주었던 여린 모습을 떠올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처럼 콜린도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임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이 있기에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외로웠다. 그 깨달음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문득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 고요하고도 친밀한 순간에 그녀는 그와 함께 오늘 같은 오후를, 평범하지만 마법 같은 이런 오후를 더 자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 147)

 

비가 강하게 내리던 어느 날 밤, 고장난 타이어에 당황하던 마리아를 보게 된 콜린은 차를 세워 그녀를 도와준다. 피투성이 된 콜린의 얼굴에 겁 먹은 마리아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달빛이 내리는 해변에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폭력과 분노로 뒤덮인 과거 때문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콜린은 이상하게도 마리아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마리아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행복이 그녀의 것이 맞는지 의심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를 집요하게 뒤쫓는 그녀의 과거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집착에 두려워진 마리아는 콜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사랑하는 마리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콜린은 자신의 얼룩진 삶이 연속될까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는 그럴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콜린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용서했다. 나아가서 그는 과거와 미래와는 별개로 매 순간에 충실한 것 같았다. (p. 237)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과 마리아,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 왔는지 알아가고 받아들인다. 여느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이,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모습에 끌려 서로를 찾아간다. ‘로맨스의 대가답게 그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운명적인 요소들은 독자들이 꿈꾸는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도와준 남자, 그리고 해변가에서의 재회, 자석처럼 이끌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 앞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하다. 이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사랑 앞에 주저하게 만든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마리아의 심리를 통해서 사랑 앞에 주저하는 연인들의 시작을 그려낸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콜린을 사랑하지만, 그와 자신이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에서 엄습해 오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그 사랑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믿고 말고요.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에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p. 255)

 

그리고 두 사람에게 찾아 온 마리아의 상처는 그들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사랑 앞에 찾아오는 위기에 맞서서 연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각기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그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그 끝에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다면 그 사랑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을 통해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어떤 사랑의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500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나를 봐의 책장은 금방 넘어갔다. 부드러운 로맨스와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의 결합은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랑 앞에 주저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의 사랑에 찾아온 위기가 고민이라면 나를 봐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신의 사랑이 조금 더 견고해지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 전,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많은 사람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이후 동북아 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둘러싸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기 때문이었다. 남한과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한반도 위기를 소재로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열강들의 패권 격돌이라는 커다란 프레임에서 국제 정서를 묘사하는 김진명 작가는 3의 시나리오로 또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2004년에 초판이 출간된 3의 시나리오는 한반도 정세를 실화보다 더 실화같이 묘사하며 팩트소설의 또 한 획을 긋는다.

 

그는 지금 한반도에 사는 우리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속내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지.”

김정한의 얼굴에 잠시 단호한 표정이 피어올랐다. 이로 보아 김정한은 친구의 말에 대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1_p. 147)

 

장민하 검사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베이징에서 피살된 소설가 이정서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여권도, 지갑도 하나 없이 꼬깃하게 접힌 비행기 표만이 그의 죽음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었고, 장민하 검사는 이내 그 사건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죽은 이정서의 아내로부터 받은 그의 마지막 소설이 이 사건의 비밀을 위한 열쇠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동기 검사와의 대화 중에서 그는 이 사건이 결코 국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사건의 배후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3의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베이징에서 피살된 소설가가 미완성 원고에 써놓은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자 장 검사는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그 원고를 일개 소설로 치부해버릴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1_p. 51)

 

 

 

 

 

3의 시나리오는 소설가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면서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다룬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압박과 그에 따른 북한의 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등 김진명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관계를 흥미롭게 표현한다.

무엇보다도 3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 부시 대통령, 김정일 등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면서 그의 상상이 현실 속에서 일어날 법한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 ,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장면 묘사와 사건 전개를 보여주면서 그가 제시하는 제 3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만든다.

 

미국은 비극적인 운명에 처해 있는 나라야.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이 모두 군사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이상한 나라지. 군사적 적대 상황이 종료되는 그 순간, 미국은 병든 강아지처럼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음에 처하고 말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2_p.211)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3의 시나리오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놓인 현실을 자각하도록 도와주면서, 독자 스스로가 이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인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1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통해 묵직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