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TV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지호는 세희의 방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서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 마음을, 그녀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 한 편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사랑 앞에 겁이 나는 이유는, 그의 모든 것과 나의 모든 것이 마주했을 때, 혹여나 부서질 그 순간 때문일 것이다.

 

<노트북> 원작 소설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의 19번째 작품인 나를 봐를 통해 사랑 앞에 서 있는 두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은 그들의 과거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그들이 가진 과거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들의 발목을 잡아 멈춰 세우지만, 그 과거로 하여금 더욱 견고해지는 그들의 사랑을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써 내려간다.

 

마침내 돌고래들이 시야이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콜린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그의 사진을 찍었다. 조금 전 그가 보여주었던 여린 모습을 떠올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처럼 콜린도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임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이 있기에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외로웠다. 그 깨달음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문득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 고요하고도 친밀한 순간에 그녀는 그와 함께 오늘 같은 오후를, 평범하지만 마법 같은 이런 오후를 더 자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 147)

 

비가 강하게 내리던 어느 날 밤, 고장난 타이어에 당황하던 마리아를 보게 된 콜린은 차를 세워 그녀를 도와준다. 피투성이 된 콜린의 얼굴에 겁 먹은 마리아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달빛이 내리는 해변에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폭력과 분노로 뒤덮인 과거 때문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콜린은 이상하게도 마리아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마리아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행복이 그녀의 것이 맞는지 의심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를 집요하게 뒤쫓는 그녀의 과거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집착에 두려워진 마리아는 콜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사랑하는 마리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콜린은 자신의 얼룩진 삶이 연속될까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는 그럴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콜린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용서했다. 나아가서 그는 과거와 미래와는 별개로 매 순간에 충실한 것 같았다. (p. 237)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과 마리아,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 왔는지 알아가고 받아들인다. 여느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이,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모습에 끌려 서로를 찾아간다. ‘로맨스의 대가답게 그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운명적인 요소들은 독자들이 꿈꾸는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도와준 남자, 그리고 해변가에서의 재회, 자석처럼 이끌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 앞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하다. 이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사랑 앞에 주저하게 만든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마리아의 심리를 통해서 사랑 앞에 주저하는 연인들의 시작을 그려낸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콜린을 사랑하지만, 그와 자신이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에서 엄습해 오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그 사랑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믿고 말고요.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에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p. 255)

 

그리고 두 사람에게 찾아 온 마리아의 상처는 그들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사랑 앞에 찾아오는 위기에 맞서서 연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각기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그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그 끝에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다면 그 사랑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을 통해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어떤 사랑의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500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나를 봐의 책장은 금방 넘어갔다. 부드러운 로맨스와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의 결합은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랑 앞에 주저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의 사랑에 찾아온 위기가 고민이라면 나를 봐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신의 사랑이 조금 더 견고해지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