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아시후네 나츠 지음, 게미 그림, 구자용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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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일본 라이트노벨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을 일컫는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런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라니. 제목에서부터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표지 속의 일러스트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부터 나는 싫은 사람은 금방 잘라내며 살아왔어. 그랬더니 그건 그것대로 많은 것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더라.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194)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두 남녀의 결혼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자취를 시작한 이후 본가를 방문하지 않았던 게이타는 형의 죽음으로 본가에 방문한다. 우쓰노미야 역에서 앉아 있던 그는 우연히 치구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3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마지막 질문에 끌린 그는 그녀와 부부가 된다. 서로에 대해 아껴줄 것만을 약속한 그들은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치구사와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게이타는 자신의 히키코모리 형을 떠올리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았던 형과 그런 형만을 감싸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사랑 받지 못했던 자신의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그는 치구사로부터 어떤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 편, 게이타에게 결혼을 전제로 질문했던 치구사에게도 어린 시절의 비밀이 있었다. 그러기에 서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두 사람은 마지막 질문으로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라이트노벨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기존의 라이트노벨들이 가벼운 소재를 가벼운 문체로 써 내려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쉽게 다루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키코모리인 형과 그런 형을 감싸는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던 게이타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단칼에 거절해왔다. 가족이라는 따스한 울타리를 느낄 수 없었던 게이타에게 '집'이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 공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치구사를 좋아할 순 없다. 하지만 하다못해 그녀가 돌아왔을 때, 이 집에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를. 아내에게 이 집이 그런 장소가 되기를.
  돌아올 장소가 있다. 아마 그게 중요한 일이니까.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130)

  그러나 치구사와의 결혼 생활을 하며 그는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유년시절 가족인 형과 어머니로부터 받아야 했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게이타에게는 상처로 남게 되었고 주변에 사람을 둘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나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치구사를 만났고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조금은 이상한 관계였지만 게이타는 치구사로 하여금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치구사가 행복해지기를.
  치구사가 제대로 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기를. 제대로 움켜쥘 수 있기를.
  무서울지도 몰라. 아플지도 몰라. 하지만 무서워도 아파도 너는 분명히 행복해질 힘을 가지고 있어.
…아마 사실은 모두 다 그렇게 태어났을 거야. 그렇지? 부탁이니까 정말 그러기를.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286)

 굉장히 추운 날에 이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사랑. 그리고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음에도 충분히 반전을 느낄 수 있었던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였다.  앞으로도 일본 라이트노벨이라는 문학 장르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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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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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이면 SBS ≪TV 동물농장≫을 챙겨보곤 한다.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힐링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한파가 시작되면 ≪TV 동물농장≫에서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보여준다. 잠깐 외출하는 것도 힘든 날씨에, 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길고양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길고양이를 돌보기 전 알아야 할 상식들을 담은 책이다. 그래서 길고야이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또는 도움을 주려고 하는 예비 캣맘, 캣대디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길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덧없이 좋은 책이다.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의 고양이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읽으면서 아직까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았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들과의 공존은 아직은 조금 어려운 얘기이다.

  한때 여행가로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닐 때, 고양이와의 공존이 그저 생활의 일부인 여러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마냥 부럽고 한편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들조차 고양이는 학대의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공존의 대상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고양이의 천국 터키는 물론이고 스페인과 모로코, 일본과 대만, 라오스나 태국 등지에서 나는 사람과 고양이가 행복하게 어울린 풍경을 일상으로 만났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p.5)

  작년 여름, 대만을 여행하면서 허우통, 일명 '고양이 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마을 전체가 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챙겨주던 것이 이제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고양이 마을'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그 곳의 고양이들은 저마다 마을의 가게나 집들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고 사람들도 고양이들의 방문을 개의치 않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길고양이들은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싫다며 쫓아내려고 했고 혹시나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하여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맙시다." 라는 공고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졌고, 기사로 작성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캣맘, 캣대디들이 지켜줘야 할 것들을 적어 놓았다. 길고양이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캣맘, 캣대디들이 우선적으로 해주어야 할 것들(고양이 사료 급여 방법, TNR 등)이 있으며, 더 나아가 고보협(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통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함께, 길고양이들을 반기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제시된 이 방법들은 결코 뜬구름 잡기 식의 허황된 방법들이 아니라 굉장히 현실적이며 이성적이기 때문에 캣맘, 캣대디들에게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불쌍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캣맘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과 동정이 아니라 그들과 동행할 수 있는 용기와 이성, 그리고 책임감이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p.66)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읽고 난 후 하나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맙시다."라는 공고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사로 작성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기사는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론화가 되었다. 아직까지는 사회 전반적으로 길고양이는 '유해 동물'이라는 생각이 더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도심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버린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굉장히 친절하면서도 귀엽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으로 하여금 길고양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렇게 추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같은 날씨에 길고양이들이 부디 따스한 사람들을 만나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수익금 일부는 길고양이 구조·치료 지원에 쓰입니다.

만약 주인 없는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운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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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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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답하면 무엇이라고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덧붙여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그동안 행복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네, 행복합니다. 그동안 전 매우 행복했어요."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잘 알려진 스미노 요루 작가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나노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에 대해서 질문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지만,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서 나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인생이란 ~같아.' 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노카는 책을 좋아하는 똑똑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다. 학교에서 친구가 없는 나노카에게는 남들에겐 쉽게 말하지 못할 비밀 친구가 있다. 다정하고 멋진 여성인 아바즈레 씨, 퉁명스럽지만 마음은 상냥한 미나미 언니, 언제나 맛있는 마들렌을 구워주는 할머니와 꼬리가 반 밖에 없는 고양이 '그녀'까지. 방과후의 나노카는 항상 바쁘다. 
  나노카는 늘 숨기며 그림을 그리기 바쁜 키류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키류는 나노카와는 달리 소심하고 용기가 없다. 어느 날, 학교에 키류의 아버지가 슈퍼마켓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키류를 대신해 아이들과 말싸움을 벌이던 나노카는 키류에게 '싫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다음 날부터 키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 걱정된 나노카는 키류네 집에 찾아간다.
  나노카는 학교 숙제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친구인 아바즈레 씨와 미나미 언니,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키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방법도 함께. 그들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아낸 나노카는 자신의 생각을 차근히 정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친구들과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한다.

 

 

행복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귀여운 초등학생 나노카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나노카는 학교 숙제로 받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걸맞는 답을 찾기 위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나노카를 통해 나노카의 비밀 친구들 아바즈레 씨, 미나미 언니, 할머니 역시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즐겁지만, 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어. 행복이란 좀 더 가득 채워진 상태잖아. 이렇게 마음속이 좋은 기분으로 가득해지는 상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71)

" 나는 말이지, 꼬마 아가씨, 안 좋은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포기해버리는 어른이 되어 있었어. 전에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행복의 모양새가 어떤 것인지도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이야. 그런데 오늘 드디어 생각났어. 행복이 어떤 모양새인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183)

"행복이란."
"네."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야."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253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아 그려내고 있었다. 스스로 "나는 지금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니오" 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부터 다시 한 번 "나는 지금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예" 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까지. 나노카의 비밀 친구 아바즈레 씨와 미나미 언니, 할머니는 각각 그런 순간에 놓여 있었다. 아바즈레 씨의 경우에는 계절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고, 미나미 언니의 경우에는 자신의 손목을 그으려다 나노카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나노카는 다시 한번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 깨달은 그녀의 비밀 친구들을 사라지게 되는데, 나노카는 훗날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얼굴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가끔은 내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아주 큰 후회로 남은 선택들은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기도 한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읽으면서 나 역시 꿈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이라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인생의 리셋을 상상하니 뭉클했다.

잘 들어라, 나노카,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만약'이라고 가정한 그 사실도 결국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현재 내가 '행복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꿈들은 모두 희망으로 빛나고 있겠지, 라는 생각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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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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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우리 우정이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페란테 열병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의 막이 내렸다.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그리고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2000페이지가 넘는 긴 서사는 끝이 났다. 엘레나 페란테는 <나의 눈부신 친구>를 시작으로 레누와 릴라라는 인물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었고, 독자들은 그들의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일생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느 날, 릴라가 사라지고 젠나로의 전화를 받은 레누는 릴라가 어떤 친구였으며, 그녀가 왜 떠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그녀에 대한 기억을 꺼낸다.

  릴라는 절대로 나폴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여행의 참 맛에 눈뜬 이후부터 나는 릴라의 이러한 폐쇄성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103)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마지막은 레누가 평생을 사랑해 온 니노와 연인이 되는 것이었다. 연인이 된 레누는 니노와의 사랑을 위해 피에트로와 이혼하기로 결심한다. 니노와의 연애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레누는 릴라를 다시 만나게 되고, 니노가 릴라에게 다시 마음을 빼앗길까봐 불안감을 느낀다. 레누는 릴라와의 관계를 끊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곁에 나타나는 릴라에게 신경이 쓰인다. 그러던 중, 레누는 피에트로와 이혼한 자신과는 달리 니노는 엘레오노라와의 관계를 끊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피에트로와 이혼하고 자신의 거처를 찾지 못한 레누는 나폴리에 니노가 마련한 집으로 들어간다. 때마침 릴라와 레누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들은 출산 준비를 함께하며 다시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한 편, 피에트로와 이혼한 사실에 레누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녀의 어머니는 병에 걸리게 되고 결국 레누는 어머니를 여의게 된다. 임마를 낳은 레누는 자신의 집에 들어온 가정부와 니노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되고 그를 떠나 릴라의 윗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자신의 고향에 대한 소설을 쓴 레누는 작가로서 큰 전성기를 맞았고 한 잡지사에서 요청해 온 인터뷰 사진을 릴라의 딸 티나와 함께 찍게 된다. 얼마 후, 릴라는 자신의 딸 티나를 잃어버린다. 티나를 잃어버린 릴라의 감정은 매우 불안정했고 릴라의 주변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누는 릴라의 불안정한 감정을 바라보다 결국, 나폴리를 떠난다.

 

  릴라는 나를 속였던 것이다. 우리의 우정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나를 제멋대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평생 '내' 육체와 '내' 존재를 빌려 자신의 구원을 이야기한 것이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반세기 이상이 걸려 토리노까지 온 그 두 인형은 릴라가 잘 지내고 있으며 나를 사랑하고 이제 드디어 틀을 깨고 세계 일주를 할 생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지난날 릴라의 세계만큼 작아진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진실에 따라 젊은 시절 다른 사람들 때문에 또는 자기 자신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삶을 살아가면서 늙어갈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663) 

  그동안 나폴리 4부작을 읽으면서, 나는 릴라에게 종속되어 있는 듯한 레누의 모습이 싫었다. 유년 시절부터 릴라는 레누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면서, 레누에게 특별하게 드러내는 이유 없이 그녀에게 적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로 발돋움하면서 릴라에게서 조금은 멀어졌던 레누의 모습을 응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는 릴라가 레누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솔라라 형제를 고발하는 듯한 글을 내놓는다. 레누와 함께 쓴 글이긴 하지만, 레누는 그 글을 공개하기를 거부했지만 릴라는 독단적으로 진행한다.
  나폴리 4부작이 철저히 '레누의 시점'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릴라의 속마음을 깊게 파고들긴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우정이 끝났을 때, 레누가 릴라에 대해 판단했던 것이 어쩌면 독자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되었다. 정말로 레누는 릴라에게 종속되어 있던 것일까? 릴라가 나폴리 사람들을 조종했던 것처럼 레누도 그 사람들 중 하나에 그치지 못했던 걸까?

 

  그저 니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원래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 아니었던 건가. 나 자신을 기만한 것인가. 그동안 보잘것없는 책 두권으로 모든 여성에게 지금까지 자기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것을 고백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연기했지만 실은 나야말로 독자들은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편리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믿었을 뿐 실은 나도 보수적인 내 동년배 여성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닐까.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지 나야말로 나나 내 딸들의 욕구보다 사내의 욕구를 더 중요하게 여길 정도로 철저하게 남성에 의해 주조된 여성이 아닐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p.151)

  레누와 릴라와의 관계는 여전히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레누와 니노의 관계는 명확했다. 자신의 첫사랑이며 평생을 바쳐 사랑했던 니노와 연인이 된 레누는 행복해 보였지만 그 행복도 잠시였다. 니노와 연인이 된 후, 레누는 니노의 본모습들을 알게 된다. 그의 주변은 항상 여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나디아와의 연인 관계였던 것도, 엘레오노라와 결혼했던 것도, 그리고 자신과 연애를 했던 것도. 상대방이 끊지 않는 이상, 그 관계를 유지해두는 니노를 보며 아마 그가 진정 사랑했던 건 릴라만이 아니었을까, 하고 레누는 추측해본다.
  이전의 책보다 니노에 대한 인물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나는 레누에게 계속 '당장 헤어져!'라고 소리쳤다. 레누의 첫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니노는 정말 최악이었다. 아마 그 모습때문인지 니노와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버리는 레누의 모습에서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던 것 같다. 릴라 다음으로 레누의 일부분이나 다름 없었던 니노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레누의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그녀가 말한대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나는 느낌이었으니.

 

 

  릴라가 늘 레누를 "라파엘라 체룰로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그레코"라고 불렀던 것처럼, 나폴리 4부작을 읽어오면서 릴라와 레누는 나에게 눈부신 친구들이 되었다. 나는 그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성장하길 바랐고 오로지 그녀들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랐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끝으로, 나는 더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그들이 각자의 길을 떠난 것에 대해 시원하면서도 섭섭하고 또, 원래 그들은 그래야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그들은 앞으로 더 행복할 것이다. 안녕, 나의 눈부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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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정명섭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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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가족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 붕괴한다는 사전 통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멀쩡히 가족들이 입원한 병원이 붕괴된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과연, 나는 붕괴된 병원 속에서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까?
  2017년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 <붕괴>. 2017년을 그대로 보내기 싫어 잠들기 전 잠깐 집어든 <붕괴>였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빠른 전개로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세화병원 이사장 차재경입니다.
존경하는 가족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리고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8월 19일 오후 4시경 세화병원은 붕괴됩니다.
이는 <엑토컬쳐>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책임을 저 차재경과 실험에 동의한 여러분이 져야 할 짐이라 여깁니다. 이에 입원 환자 및 의료진은 8월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퇴원과 휴가 조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가족 여러분께서는 8월 19일 오후 4시까지 세화병원 후문에 있는 가구점 근처에 모여 계셨다가 붕괴 직후 구조대를 조직해 들어갈 예정입니다.      (<붕괴> p.27)

  세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가족들은 어느 날 병원이 붕괴된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예고장에는 병원이 붕괴된 뒤, 모여서 가족을 구하러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입원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사장 차재경의 지시에 따라 무기를 들고 지하병동으로 가게 된다. 사실 미리 통보를 받은 가족들의 환자들은 세화병원에서 진행하는 '엑토컬쳐'라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고, 실험에 착오가 생겨 중단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들 휘와 아내가 병원에 있던 나정현은 붕괴된 세화병원을 급하게 찾았고, 사람들을 만나 지하병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총 7층으로 되어 있는 지하병동을 내려가면서 이사장 차재경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층, 한 층 내려 가면서 '엑토컬쳐' 실험의 진실을 마주친 그들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붕괴>는 오랜만에 읽은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었다. '엑토컬쳐'라는 실험 자체가 영혼을 다루는 실험이었고 실험의 결과로 염력, 초능력 등을 다루는 생명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과 맞서 싸우면서 가족들을 구하러 가는 그들의 앞에는 세화병원이 가지고 있던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들, 모두 괴물들처럼 보여."
  "어차피 당신도 괴물로 변한 가족과 만나야 합니다."

  <붕괴>는 균열, 붕괴, 잠입, 전투, 탈출, 진실이라는 총 6장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세화병원이 붕괴되기 1년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세화병원의 사전통보를 받은 사람들의 가족들이 왜 병원에 입원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진다. 사전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 '나정현'이라는 인물은 독자들과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는 세화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엑토컬쳐'라는 실험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그 곳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인물들보다도 '나정현'이라는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하 병동 7층까지 가기 위해 한 층, 한 층 내려가는 그들의 앞에 놓인 진실들은 사방에서 그들을 옥죄어 온다. 크게 보면 田자의 형태를 한 지하 병동의 중심으로 내려가는 그들은 내려갈수록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다.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극심한 공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숨겨온 속마음들이 들어나게 된다.

 

  <붕괴>를 읽는 내내 영화 <레지던트 이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무언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실험실을 돌아다니며 해독제를 찾으며 다니던 장면은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 숨어 있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지하 병동을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과 겹쳐서 느껴졌다. 정명섭 작가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지하병동 7층을 탐색하는 시간을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다. 그 빠른 호흡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심장은 쫄깃해진다.
  또한, 정명섭 작가는 그가 만들어낸 '엑토컬쳐' 실험의 결과물들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전달한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의 독자였지만, 그의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그 결과물들을 상상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이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도 그 속의 인물이 되어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조금의 공포감도 함께.

 

  살짝 아쉬웠던 점이라면, 무너진 건물 속의 진실에 대해 큰 기대를 했었다. 그러던 중 영혼, 염력 등의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재들은 공포감을 더해주었고, 소설의 결말을 풀어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붕괴>로 인해서 2017년의 밤을 굉장히 짜릿하게 보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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