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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아시후네 나츠 지음, 게미 그림, 구자용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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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일본 라이트노벨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을 일컫는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런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라니. 제목에서부터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표지 속의 일러스트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부터 나는 싫은 사람은 금방 잘라내며 살아왔어. 그랬더니 그건 그것대로 많은 것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더라.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194)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두 남녀의 결혼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자취를 시작한 이후 본가를 방문하지 않았던 게이타는 형의 죽음으로 본가에 방문한다. 우쓰노미야 역에서 앉아 있던 그는 우연히 치구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3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마지막 질문에 끌린 그는 그녀와 부부가 된다. 서로에 대해 아껴줄 것만을 약속한 그들은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치구사와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게이타는 자신의 히키코모리 형을 떠올리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았던 형과 그런 형만을 감싸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사랑 받지 못했던 자신의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그는 치구사로부터 어떤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 편, 게이타에게 결혼을 전제로 질문했던 치구사에게도 어린 시절의 비밀이 있었다. 그러기에 서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두 사람은 마지막 질문으로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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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트노벨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는 기존의 라이트노벨들이 가벼운 소재를 가벼운 문체로 써 내려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쉽게 다루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키코모리인 형과 그런 형을 감싸는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던 게이타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단칼에 거절해왔다. 가족이라는 따스한 울타리를 느낄 수 없었던 게이타에게 '집'이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 공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치구사를 좋아할 순 없다. 하지만 하다못해 그녀가 돌아왔을 때, 이 집에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를. 아내에게 이 집이 그런 장소가 되기를.
돌아올 장소가 있다. 아마 그게 중요한 일이니까.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130)
그러나 치구사와의 결혼 생활을 하며 그는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유년시절 가족인 형과 어머니로부터 받아야 했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게이타에게는 상처로 남게 되었고 주변에 사람을 둘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나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치구사를 만났고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조금은 이상한 관계였지만 게이타는 치구사로 하여금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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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구사가 행복해지기를.
치구사가 제대로 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기를. 제대로 움켜쥘 수 있기를.
무서울지도 몰라. 아플지도 몰라. 하지만 무서워도 아파도 너는 분명히 행복해질 힘을 가지고 있어.
…아마 사실은 모두 다 그렇게 태어났을 거야. 그렇지? 부탁이니까 정말 그러기를.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 p.286)
굉장히 추운 날에 이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사랑. 그리고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음에도 충분히 반전을 느낄 수 있었던 <히키코모리의 남동생이었다>였다. 앞으로도 일본 라이트노벨이라는 문학 장르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