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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답하면 무엇이라고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덧붙여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그동안 행복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네, 행복합니다. 그동안 전 매우 행복했어요."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잘 알려진 스미노 요루 작가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나노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에 대해서 질문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지만,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서 나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인생이란 ~같아.' 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노카는 책을 좋아하는 똑똑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다. 학교에서 친구가 없는 나노카에게는 남들에겐 쉽게 말하지 못할 비밀 친구가 있다. 다정하고 멋진 여성인 아바즈레 씨, 퉁명스럽지만 마음은 상냥한 미나미 언니, 언제나 맛있는 마들렌을 구워주는 할머니와 꼬리가 반 밖에 없는 고양이 '그녀'까지. 방과후의 나노카는 항상 바쁘다.
나노카는 늘 숨기며 그림을 그리기 바쁜 키류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키류는 나노카와는 달리 소심하고 용기가 없다. 어느 날, 학교에 키류의 아버지가 슈퍼마켓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키류를 대신해 아이들과 말싸움을 벌이던 나노카는 키류에게 '싫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다음 날부터 키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 걱정된 나노카는 키류네 집에 찾아간다.
나노카는 학교 숙제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친구인 아바즈레 씨와 미나미 언니,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키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방법도 함께. 그들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아낸 나노카는 자신의 생각을 차근히 정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친구들과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한다.

행복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귀여운 초등학생 나노카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나노카는 학교 숙제로 받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걸맞는 답을 찾기 위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나노카를 통해 나노카의 비밀 친구들 아바즈레 씨, 미나미 언니, 할머니 역시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즐겁지만, 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어. 행복이란 좀 더 가득 채워진 상태잖아. 이렇게 마음속이 좋은 기분으로 가득해지는 상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71)
" 나는 말이지, 꼬마 아가씨, 안 좋은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포기해버리는 어른이 되어 있었어. 전에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행복의 모양새가 어떤 것인지도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이야. 그런데 오늘 드디어 생각났어. 행복이 어떤 모양새인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183)
"행복이란."
"네."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야."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p.253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아 그려내고 있었다. 스스로 "나는 지금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니오" 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부터 다시 한 번 "나는 지금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예" 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까지. 나노카의 비밀 친구 아바즈레 씨와 미나미 언니, 할머니는 각각 그런 순간에 놓여 있었다. 아바즈레 씨의 경우에는 계절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고, 미나미 언니의 경우에는 자신의 손목을 그으려다 나노카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나노카는 다시 한번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 깨달은 그녀의 비밀 친구들을 사라지게 되는데, 나노카는 훗날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얼굴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가끔은 내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아주 큰 후회로 남은 선택들은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기도 한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읽으면서 나 역시 꿈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이라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인생의 리셋을 상상하니 뭉클했다.
잘 들어라, 나노카,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만약'이라고 가정한 그 사실도 결국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현재 내가 '행복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꿈들은 모두 희망으로 빛나고 있겠지, 라는 생각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