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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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에는 유독 1980년대를 그려내는 영화들이 주목 받았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택시운전사>나 1987년의 명동, 서울을 담은 <1987>이 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격동적인 시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에는 아마 1년 전, 광장을 가득 채웠던 주홍 불빛들의 영향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만들었던 의미 있는 일.
  1987년, 서울 명동, 종로, 을지로 거리에는 10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거리 곳곳 최루탄의 연기가 자욱하던 시대에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울부 짖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이 민주주의의 역사는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최루탄 연기 속의 상황에 주목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던 최루탄 연기 속에서 끊임없이 외치던 영웅들만을 기억했다. 연기 밖 사람들도 같은 1987년을 버텨왔음에도.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는 88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이상한 1987년대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일상화된 최루탄과 깨어진 보도블록의 시대(p.31)에 질려버린 이 윤은 도망치다시피 군입대를 한다. 최전방에서 근무하게 된 이 윤은 임 병장, 하치우라는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내무반에서 알아주는 배짱을 가진 임 병장과, 정치에 대한 견해를 노출하지 않고 하치우는 군 제대를 하게 된다. 이후 들어온 자신의 후배 85학번 김영수를 만나게 된 이 윤은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그가 강제로 군에 징집돼 부대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알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이 윤은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을 정리하고자 한다. 격동의 1987년이 지난 후, 하치우와 김영수의 소식을 듣게 된 이 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데올로기의 끝과 함께 그들의 순수했던 청춘들 역시 1980년대에 갇혀버리게 된다. 우리는 1980년대를 역사의 현장으로만 바라봐야 하는지, 이정서 작가는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를 통해 전하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이란 이름이 흔한 여자아이들의 이름이고, 대한민국 여성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85학번 영수'는 역사적 상황이 아닌 그 시절을 겪어야만 했던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의미한다.

  그 시절 영수라는 이름은 사실 아주 흔한 이름이었다. 내가 아는 이만 해도 몇 명 되었다. 그에 대해 화제를 삼은 적도 있다. 아마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를 건강하고 오래 살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닐가, 하는 것이 중론이었다. 나는 그 시절의 영수가 단지 그곳에서 만났던 그 김영수 하나가 아니었을 거라는 의미로 그렇게 제목을 붙이기도 한 것이지만 그런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_P.177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는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소설의 인물들은 단순히 그 시절을 기록한 책 속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특히 '하치우'라는 인물은 자신의 정치 의식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제대를 마치고 이 윤과의 연락이 끊기게 된다. 이후 이 윤이 하치우의 소식을 다시 접했을 때, 그는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이름까지 바꿔 가며 젊은 시절 자신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결코 이 인물이 소설 속 인물이라는 사실은 독자들 모두가 깨달을 수 있다. 그 깨달음에서 오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국민들 사이에 요즘 비판적 지지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정권은 교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서 있다는 것이죠. 국민들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힘써 왔는가를 나름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투표를 하지 않을까요? _p.166

  1987년, 민주주의를 애타게 울부짖던 대한민국은 어느덧 30년이란 시간이 흘러 2018년에 도착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공간은 어떻게 변했는가? 그 사이 국민들은 말도 안되는 정책에 속상하기도 했으며, '개, 돼지'라며 무시당하기도 했다. 또 다시 무력해지는 것 같았지만, 2017년 광장에 모인 주황 불빛들은 다시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당당히 이야기했다. 특히 10대, 20대들의 많은 참여가 인상깊었다.  그럼에도 순수해야 할 청춘들이 또 다시 절망을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더 이상 청춘들이 아파야 하는 시대가 다시 찾아오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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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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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미래 지도를 설계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뤼트허르 브레흐만 작가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2017,김영사)> 대담회에 참석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찾아야 할 해결책들을 제시했다. 그 때, 우석훈 박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석훈 박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저자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고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최대한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해석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의 모든 대답들을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기에 두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제시한 해결책은 작은 한반도에 적용하기엔 다소 광범위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우석훈 박사의 ≪국가의 사기≫를 읽게 되었다.

 

 

 

  1년 전, 광장에 모인 수 만개의 불빛들은 대통령의 고개를 떨구도록 만들었다. 비어 있는 청와대를 채우기 위해 장미 대선이 이루어졌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많은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공약'들을 들고 나왔다. 처음으로 대선 투표권이 생긴 나는 수많은 공약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중에 제대로 지켜지는 공약은 얼마나 될까?
  대통령 임기의 절반 이상을 보내게 되면, 언론사에서는 대통령이 지킨 '공약 이행율'에 대해 언급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들은 국민들에게 분명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약들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정책을 펼쳤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아이고~ 서민들 죽네!' 라는 곡소리와 '이래서 나랏일 하는 놈들이 문제야!' 라는 비난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길래?

  국가가 하는 일은 크다. 그러나 크다고 해서 늘 우수한 것은 아니고, 또 언제나 안전한 것도 아니다.
_p.33

  우석훈 박사는 ≪국가의 사기≫를 통해 "그동안 우리는 국가에 속았다!" 라는 재치있는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짚어낸다.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었던 개인의 문제들은 국가의 속임수에 의한 것이며, 그동안 국가가 하는 일들이 모두 실패처럼 느껴지는 원인들을 고찰한다. 집값부터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까지 사회 전반에 널려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꺼내진 문제점들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흔히들 사기꾼들은 '약점'을 파고들어 사람들을 속인다고 한다.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은 무지(無知)에서 온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똑똑해지면 된다. 그러나 개인의 관계에서는 그게 통할지 몰라도, 국가라는 거대 구조 앞에서는 쉽지 않다. 구조를 바꾸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그 전에 우리는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석훈 박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거대 구조를 '클랜(clan)'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조선의 특징은 여러 문파로 갈린 패권세력 사이의 갈등과 견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클랜' 현상이다. 영어 클랜은 '집단'을 뜻하지만, 그 어원인 프랑스어 형용사 클랑데스탱에는 '숨어서 하는' 혹은 '비밀스러운'이라는 의미가 있다. _p.119

조선 시대의 클랜은 '붕당'이었다. 당시 많은 학자들은 당파를 형성하고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끌어 갔다. 그러나 5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클랜들은 국가 여기저기에 '은밀하게' 숨어 국민들을 속이고 있었다. 우석훈 박사가 ≪국가의 사기≫를 통해 찾아낸 사회 곳곳의 클랜들이 저지른 일들에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국가가 자랑스럽게 말했던 것들은, 사실 클랜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가리고자 했던 속임수였다는 것을.

 

 

 

 

  친구의 장난에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굉장히 억울하고 분함을 느낀다. ≪국가의 사기≫를 읽기 전만 해도, 나는 내가 국가에게 속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의 사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억울하고 분했다. 국가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억울했고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해왔다는 것에 분했다. 나의 눈 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다 보니 더 큰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1년 전, 광장에 모인 주황 불빛이 물꼬를 터뜨렸다. 이제 우리는 국가가 하는 일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국가의 사기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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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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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비밀을 숨기다 보면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최대한 상대방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실에서 멀어지기 위해 반복적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다.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순간,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_p.18

  헨리는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로, 그의 처녀작인 『프랭크 엘리스』는 망해가던 한 출판사를 살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설을 한 문장도 쓴 적이 없었다. 아내 마르타는 헨리가 몇 번이고 출판을 권유해도 오로지 글을 '쓰는' 일에 집중했다. 헨리는 마르타를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의 책을 출판사로 보낸다.
  한 편, 헨리의 작품을 한번에 알아본 편집자 베티는 이내 헨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아차리자 헨리는 마르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한다. 그러나 마르타를 보는 순간 그는 오히려 베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베티에게 이별을 말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나간 헨리는 충동적으로 베티가 타고 있는 차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헨리는 마르타의 방이 환하게 켜져 있는 사실을 보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 앞에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베티가 서 있었다. 베티는 마르타가 이미 그들의 사이를 알고 자신을 찾아왔으며, 차를 바꿔타고 약속 장소로 대신 나갔다고 했다. 헨리는 집 안에 마르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내 혼란스러워진다. 그녀가 없다면 자신은 더 이상 베스트 셀러 작가로 남아 있을 수 없기에.

 

 

  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기 위해 책장을 보다 눈에 띄어 읽게 된 ≪미스터 하이든≫. 초반부터 그의 가장 큰 비밀을 드러나고 전개될수록 그는 비밀을 감추기 위한 다른 비밀들을 만들어낸다. 아내가 대필해주는 베스트 셀러 작가, 베티와의 부적절한 관계, 마르타를 죽인 범행 사실 등 그는 계속해서 비밀들을 숨기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밝혀지기는 마련이다.
  ≪미스터 하이든≫은 심리 스릴러 소설답게 속도감 있는 전개를 자랑한다. '페이지 터너'라고 소개될 만큼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초반부터 주인공 헨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치부를 드러내고, 베티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살인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가 분명 범행에서 실수를 했음에도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수는 그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소설은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형사들이 추리한 용의자의 정황이 헨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만 그 누구도 그가 범인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결국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00페이지의 여분을 남겨 놓고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초반의 흥미진진함은 결말을 향해 갈수록 떨어지고 너무 활짝 열린 결말은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책을 다 읽고 이처럼 활짝 열린 결말은 처음이라 검색을 해보았더니, 다들 작가의 뒷심이 부족했는지 결말이 탐탁치 않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절한 책이었다.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는 것보다는
항상 혼자인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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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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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학생회장이나 부학생회장, 과 대표 같이 큰 직책들은 남학생들만 뽑는거예요?"
  처음 대학교에 들어가서 학생회장을 투표하면서 나는 선배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여학우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유아교육과를 제외하고 학교 내에 있는 대부분 '학생회'들은 모두 남학생이 주요 직책을 맡았다. "여자보단 남자가 더 체력이 좋으니까. 행사를 진행하려면 밤샘하는 경우도 많은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여러모로 더 낫지." 선배는 그렇게 답했다. 

  "우리 과는 여학생 비율이 많지요. 그렇지만 여학생들이 방송 쪽으로 진학하기엔 좀 힘들겁니다. 여학생들이 하기에 좋은 직업은 라디오 작가, 프로그램 모니터 요원 등이 있습니다. 특히나 라디오 작가는 생방송 2시간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결혼하고 육아와 병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
  2학년이 되고 처음으로 듣게 된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여'학생이 가지기엔 좋은 직업. 물론 교수님이 '여자'라는 젠더에 대한 어떤 견해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셨다. 아직은 '남성의 분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방송 분야의 시스템을 염두하셨던 것이다. 

 

 

 

  2017년 한국 사회를 핫하게 만들었던 키워드는 '페미니스트'였다. (여전히 그 키워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대학교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도하는 방송과 영화,미술,음악 등을 비롯한 예술 산업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도 '남자들만의 영역'이 존재한다.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유리천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4인용 테이블의 ≪일하는 여자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흔적을 남기며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 중 하나인 '멋있는 커리어우먼'은 바로 그녀들을 지칭한다. 4인용 테이블은 총 11명의 여성들은 인터뷰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하는 여자들≫은 마침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운 책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원했고, 그 질문들은 우리 안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비슷하고 또 다른 고민을 하며 오늘도 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 경험을 들어본 삶과 아닌 삶이 다르다는 것만큼은 확신한다. _p.14

 

 

 

 

인터뷰이들을 그들의 위치에 오르는데 도움을 준 물건들에 대한 페이지들. 그들의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가장 좋았던 부분.

 

  사실 예술 산업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크게 주목받는 일은 드물다. 드라마 PD, 영화 감독들만 해도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 (본인이 알고 있는 여성 PD나 영화 감독의 이름을 말해보라. 나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서 남에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여성들은 특별하게 그려진다. 똑같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일하고 인정받는 것인데, 어째서 여성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보이는 걸까?
  여전히 사회는 '젠더'라는 틀에 박혀 있다. 여성이라서, 여성이니까…'여성'이라는 젠더는 '남성'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조금 더 하등한 속성을 가진 것처럼 그려진다.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을 개개인의 '나'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남성' 과 같은 두 가지의 젠더로 나누어 보는 듯하다.  그래서 ≪일하는 여자들≫이 들려주는 11명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젠더'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오해와 편견, 상처들과 그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던 이야기들은 마냥 편하게 받아 들일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장애, 인종, 젠더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약자의 길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찬성 혹은 반대로 논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여기서부터 생각하는 것이 시작이다. _p.173 '지이선 극작가 인터뷰' 中

  부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이들이 종사하는 예술 분야 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힘들지." 라고 사회는 강요하고 있었고,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수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생각을 깨버릴 때가 되었다.

  조금 더 들어간다면 사회가 정한 시간에 꼭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은 그게 워낙 심하니까. 각자 때가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유학을 다녀온 나도 있고. 최근의 변화들이 고무적이고 좋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회의 젠더 감수성 면에서도 이전에 비하면 확언할 수는 없지만 바뀌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것도 있고 어렵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우선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_p.35 '백은하 배우전문기자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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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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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나에게 '종교'의 영역은 매우 은밀하고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종교이든 간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은 늘 신기하고 흥미롭다. 무교이기 때문에 나는 종교에 대해서 주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다. 많은 종교들이 있지만, 그 중 가톨릭교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미디어의 주된 소재가 된다.
  내가 가톨릭교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건 영화 <다빈치 코드>를 통해서였다. 브라운 박사라는 인물이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가톨릭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성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후속작 <천사와 악마>에서는 새로운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사실 그 영화를 볼 당시에는 '콘클라베'라는 단어의 명칭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 상태였다.

  콘클라베.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c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이다. 13세기부터 교회는 이런 식으로 추기경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식사와 잠을 제외하고, 교황을 선택하기 이전에 추기경들은 이곳 성당을 벗어날 수 없다.  _p.145

 

 

영화 <천사와 악마>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는 콘클라베는 그저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불과했다. 물론 콘클라베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 곳곳 녹아져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로버트 해리스의 장편 소설인 ≪콘클라베≫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교황 선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교황이 선종하자 추기경들은 예수의 말을 전할 새로운 목자를 뽑기 위한 과정을 시작한다. 추기경 단장인 로멜리는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교황 침실로 달려간다. 교황의 죽음을 확인한 로멜리는 그대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한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118명의 추기경들은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무르며 새로운 가톨릭교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분위기는 매우 치열하다. 테데스코, 트랑블레, 아데예미, 벨리니 등 주요 교황 후보들을 중심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밖에서는 많은 신도들과 미디어들이 새로운 교황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나 주요 후보들의 치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추기경들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누가 교황의 자리에 오를 것인가?

 

영화 <천사와 악마> 스틸컷 / 하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로버트 해리스는 콘클라베라는 소재를 통해 종교와 신앙, 정치와 권력, 부패와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각 인물들을 통해서는 종교가 마주치게 된 진보와 보수 이념에 대한 문제, 젠더와 여성에 대한 문제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콘클라베≫에서는 성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동성애에 대한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더이상 그 문제를 짚어내지 않을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선종한 교황은 동성애나 이혼, 여성 인권 등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교회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테데스코 추기경은 선종한 교황을 이단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종한 교황은 자신의 뜻을 지우지 않고 베니테스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지향을 드러낸다. 콘클라베가 시작하려는 마침 로마 교황청에 도착한 마지막 베니테스는 콩고 내전 와중에 강간당한 여성이나 소녀들을 위해 의료원가 숙소를 짓는 활동을 하는 등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곳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로버트 해리스가 선종한 교황과 베니테스를 통해서 이제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은 교황청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신앙을 믿는 여부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받는다. 정확히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던 그 과정들을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해준다. 이전에 콘클라베에 대해 알고 있던 독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알지 못했던 독자들은 읽는 내내 새로움을 알게 된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는 후자였다.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들 간의 아슬아슬한 관계에 매혹되고,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뜨거운 논쟁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종교 스릴러'라는 장르에 관해서도 관심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이날까지 교황의 권위는 한쌍의 열쇠라는 상징으로 남아 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구에게 이 열쇠를 맡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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