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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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미래 지도를 설계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뤼트허르 브레흐만 작가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2017,김영사)> 대담회에 참석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찾아야 할 해결책들을 제시했다. 그 때, 우석훈 박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석훈 박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저자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고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최대한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해석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의 모든 대답들을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기에 두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제시한 해결책은 작은 한반도에 적용하기엔 다소 광범위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우석훈 박사의 ≪국가의 사기≫를 읽게 되었다.

 

 

 

  1년 전, 광장에 모인 수 만개의 불빛들은 대통령의 고개를 떨구도록 만들었다. 비어 있는 청와대를 채우기 위해 장미 대선이 이루어졌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많은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공약'들을 들고 나왔다. 처음으로 대선 투표권이 생긴 나는 수많은 공약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중에 제대로 지켜지는 공약은 얼마나 될까?
  대통령 임기의 절반 이상을 보내게 되면, 언론사에서는 대통령이 지킨 '공약 이행율'에 대해 언급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들은 국민들에게 분명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약들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정책을 펼쳤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아이고~ 서민들 죽네!' 라는 곡소리와 '이래서 나랏일 하는 놈들이 문제야!' 라는 비난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길래?

  국가가 하는 일은 크다. 그러나 크다고 해서 늘 우수한 것은 아니고, 또 언제나 안전한 것도 아니다.
_p.33

  우석훈 박사는 ≪국가의 사기≫를 통해 "그동안 우리는 국가에 속았다!" 라는 재치있는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짚어낸다.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었던 개인의 문제들은 국가의 속임수에 의한 것이며, 그동안 국가가 하는 일들이 모두 실패처럼 느껴지는 원인들을 고찰한다. 집값부터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까지 사회 전반에 널려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꺼내진 문제점들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흔히들 사기꾼들은 '약점'을 파고들어 사람들을 속인다고 한다.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은 무지(無知)에서 온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똑똑해지면 된다. 그러나 개인의 관계에서는 그게 통할지 몰라도, 국가라는 거대 구조 앞에서는 쉽지 않다. 구조를 바꾸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그 전에 우리는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석훈 박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거대 구조를 '클랜(clan)'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조선의 특징은 여러 문파로 갈린 패권세력 사이의 갈등과 견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클랜' 현상이다. 영어 클랜은 '집단'을 뜻하지만, 그 어원인 프랑스어 형용사 클랑데스탱에는 '숨어서 하는' 혹은 '비밀스러운'이라는 의미가 있다. _p.119

조선 시대의 클랜은 '붕당'이었다. 당시 많은 학자들은 당파를 형성하고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끌어 갔다. 그러나 5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클랜들은 국가 여기저기에 '은밀하게' 숨어 국민들을 속이고 있었다. 우석훈 박사가 ≪국가의 사기≫를 통해 찾아낸 사회 곳곳의 클랜들이 저지른 일들에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국가가 자랑스럽게 말했던 것들은, 사실 클랜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가리고자 했던 속임수였다는 것을.

 

 

 

 

  친구의 장난에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굉장히 억울하고 분함을 느낀다. ≪국가의 사기≫를 읽기 전만 해도, 나는 내가 국가에게 속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의 사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억울하고 분했다. 국가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억울했고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해왔다는 것에 분했다. 나의 눈 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다 보니 더 큰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1년 전, 광장에 모인 주황 불빛이 물꼬를 터뜨렸다. 이제 우리는 국가가 하는 일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국가의 사기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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