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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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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밀을 숨기다 보면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최대한 상대방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실에서 멀어지기 위해 반복적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다.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순간,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_p.18
헨리는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로, 그의 처녀작인 『프랭크 엘리스』는 망해가던 한 출판사를 살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설을 한 문장도 쓴 적이 없었다. 아내 마르타는 헨리가 몇 번이고 출판을 권유해도 오로지 글을 '쓰는' 일에 집중했다. 헨리는 마르타를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의 책을 출판사로 보낸다.
한 편, 헨리의 작품을 한번에 알아본 편집자 베티는 이내 헨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아차리자 헨리는 마르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한다. 그러나 마르타를 보는 순간 그는 오히려 베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베티에게 이별을 말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나간 헨리는 충동적으로 베티가 타고 있는 차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헨리는 마르타의 방이 환하게 켜져 있는 사실을 보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 앞에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베티가 서 있었다. 베티는 마르타가 이미 그들의 사이를 알고 자신을 찾아왔으며, 차를 바꿔타고 약속 장소로 대신 나갔다고 했다. 헨리는 집 안에 마르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내 혼란스러워진다. 그녀가 없다면 자신은 더 이상 베스트 셀러 작가로 남아 있을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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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기 위해 책장을 보다 눈에 띄어 읽게 된 ≪미스터 하이든≫. 초반부터 그의 가장 큰 비밀을 드러나고 전개될수록 그는 비밀을 감추기 위한 다른 비밀들을 만들어낸다. 아내가 대필해주는 베스트 셀러 작가, 베티와의 부적절한 관계, 마르타를 죽인 범행 사실 등 그는 계속해서 비밀들을 숨기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밝혀지기는 마련이다.
≪미스터 하이든≫은 심리 스릴러 소설답게 속도감 있는 전개를 자랑한다. '페이지 터너'라고 소개될 만큼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초반부터 주인공 헨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치부를 드러내고, 베티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살인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가 분명 범행에서 실수를 했음에도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수는 그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소설은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형사들이 추리한 용의자의 정황이 헨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만 그 누구도 그가 범인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결국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00페이지의 여분을 남겨 놓고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초반의 흥미진진함은 결말을 향해 갈수록 떨어지고 너무 활짝 열린 결말은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책을 다 읽고 이처럼 활짝 열린 결말은 처음이라 검색을 해보았더니, 다들 작가의 뒷심이 부족했는지 결말이 탐탁치 않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절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