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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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학생회장이나 부학생회장, 과 대표 같이 큰 직책들은 남학생들만 뽑는거예요?"
  처음 대학교에 들어가서 학생회장을 투표하면서 나는 선배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여학우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유아교육과를 제외하고 학교 내에 있는 대부분 '학생회'들은 모두 남학생이 주요 직책을 맡았다. "여자보단 남자가 더 체력이 좋으니까. 행사를 진행하려면 밤샘하는 경우도 많은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여러모로 더 낫지." 선배는 그렇게 답했다. 

  "우리 과는 여학생 비율이 많지요. 그렇지만 여학생들이 방송 쪽으로 진학하기엔 좀 힘들겁니다. 여학생들이 하기에 좋은 직업은 라디오 작가, 프로그램 모니터 요원 등이 있습니다. 특히나 라디오 작가는 생방송 2시간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결혼하고 육아와 병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
  2학년이 되고 처음으로 듣게 된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여'학생이 가지기엔 좋은 직업. 물론 교수님이 '여자'라는 젠더에 대한 어떤 견해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셨다. 아직은 '남성의 분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방송 분야의 시스템을 염두하셨던 것이다. 

 

 

 

  2017년 한국 사회를 핫하게 만들었던 키워드는 '페미니스트'였다. (여전히 그 키워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대학교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도하는 방송과 영화,미술,음악 등을 비롯한 예술 산업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도 '남자들만의 영역'이 존재한다.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유리천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4인용 테이블의 ≪일하는 여자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흔적을 남기며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 중 하나인 '멋있는 커리어우먼'은 바로 그녀들을 지칭한다. 4인용 테이블은 총 11명의 여성들은 인터뷰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하는 여자들≫은 마침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운 책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원했고, 그 질문들은 우리 안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비슷하고 또 다른 고민을 하며 오늘도 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 경험을 들어본 삶과 아닌 삶이 다르다는 것만큼은 확신한다. _p.14

 

 

 

 

인터뷰이들을 그들의 위치에 오르는데 도움을 준 물건들에 대한 페이지들. 그들의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가장 좋았던 부분.

 

  사실 예술 산업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크게 주목받는 일은 드물다. 드라마 PD, 영화 감독들만 해도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 (본인이 알고 있는 여성 PD나 영화 감독의 이름을 말해보라. 나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서 남에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여성들은 특별하게 그려진다. 똑같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일하고 인정받는 것인데, 어째서 여성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보이는 걸까?
  여전히 사회는 '젠더'라는 틀에 박혀 있다. 여성이라서, 여성이니까…'여성'이라는 젠더는 '남성'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조금 더 하등한 속성을 가진 것처럼 그려진다.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을 개개인의 '나'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남성' 과 같은 두 가지의 젠더로 나누어 보는 듯하다.  그래서 ≪일하는 여자들≫이 들려주는 11명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젠더'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오해와 편견, 상처들과 그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던 이야기들은 마냥 편하게 받아 들일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장애, 인종, 젠더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약자의 길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찬성 혹은 반대로 논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여기서부터 생각하는 것이 시작이다. _p.173 '지이선 극작가 인터뷰' 中

  부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이들이 종사하는 예술 분야 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힘들지." 라고 사회는 강요하고 있었고,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수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생각을 깨버릴 때가 되었다.

  조금 더 들어간다면 사회가 정한 시간에 꼭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은 그게 워낙 심하니까. 각자 때가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유학을 다녀온 나도 있고. 최근의 변화들이 고무적이고 좋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회의 젠더 감수성 면에서도 이전에 비하면 확언할 수는 없지만 바뀌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것도 있고 어렵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우선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_p.35 '백은하 배우전문기자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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