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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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나에게 '종교'의 영역은 매우 은밀하고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종교이든 간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은 늘 신기하고 흥미롭다. 무교이기 때문에 나는 종교에 대해서 주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다. 많은 종교들이 있지만, 그 중 가톨릭교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미디어의 주된 소재가 된다.
  내가 가톨릭교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건 영화 <다빈치 코드>를 통해서였다. 브라운 박사라는 인물이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가톨릭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성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후속작 <천사와 악마>에서는 새로운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사실 그 영화를 볼 당시에는 '콘클라베'라는 단어의 명칭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 상태였다.

  콘클라베.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c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이다. 13세기부터 교회는 이런 식으로 추기경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식사와 잠을 제외하고, 교황을 선택하기 이전에 추기경들은 이곳 성당을 벗어날 수 없다.  _p.145

 

 

영화 <천사와 악마>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는 콘클라베는 그저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불과했다. 물론 콘클라베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 곳곳 녹아져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로버트 해리스의 장편 소설인 ≪콘클라베≫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교황 선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교황이 선종하자 추기경들은 예수의 말을 전할 새로운 목자를 뽑기 위한 과정을 시작한다. 추기경 단장인 로멜리는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교황 침실로 달려간다. 교황의 죽음을 확인한 로멜리는 그대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한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118명의 추기경들은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무르며 새로운 가톨릭교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분위기는 매우 치열하다. 테데스코, 트랑블레, 아데예미, 벨리니 등 주요 교황 후보들을 중심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밖에서는 많은 신도들과 미디어들이 새로운 교황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나 주요 후보들의 치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추기경들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누가 교황의 자리에 오를 것인가?

 

영화 <천사와 악마> 스틸컷 / 하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로버트 해리스는 콘클라베라는 소재를 통해 종교와 신앙, 정치와 권력, 부패와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각 인물들을 통해서는 종교가 마주치게 된 진보와 보수 이념에 대한 문제, 젠더와 여성에 대한 문제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콘클라베≫에서는 성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동성애에 대한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더이상 그 문제를 짚어내지 않을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선종한 교황은 동성애나 이혼, 여성 인권 등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교회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테데스코 추기경은 선종한 교황을 이단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종한 교황은 자신의 뜻을 지우지 않고 베니테스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지향을 드러낸다. 콘클라베가 시작하려는 마침 로마 교황청에 도착한 마지막 베니테스는 콩고 내전 와중에 강간당한 여성이나 소녀들을 위해 의료원가 숙소를 짓는 활동을 하는 등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곳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로버트 해리스가 선종한 교황과 베니테스를 통해서 이제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은 교황청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신앙을 믿는 여부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받는다. 정확히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던 그 과정들을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해준다. 이전에 콘클라베에 대해 알고 있던 독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알지 못했던 독자들은 읽는 내내 새로움을 알게 된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는 후자였다.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들 간의 아슬아슬한 관계에 매혹되고,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뜨거운 논쟁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종교 스릴러'라는 장르에 관해서도 관심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이날까지 교황의 권위는 한쌍의 열쇠라는 상징으로 남아 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구에게 이 열쇠를 맡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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