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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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꾸는 자들의 최종 목적지, 뉴욕. 제이지(JAY-Z)의 'Empire state of mind'에서 엘리샤 키스(Alicia Keys)는 뉴욕을 이렇게 표현한다. 꿈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정글(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 그리고 당신을 새롭게 만들어줄 거리들이 있고 수많은 불빛들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곳(These streets will make you feel brand new. Big lights will inspire you). 그래서 오늘도 뉴욕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로 반짝인다.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의 배경 도시로 익숙했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명문대생 앤디는 경력을 쌓기 위해 뉴욕을 대표하는 패션 잡지 런웨이에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들어가게 되고, 미란다를 통해 일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한층 성장한다는 스토리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서 일, 패션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도시 뉴욕은 이제 작가 제시카 톰에 의해서 음식의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푸드 블로거인 제시카 톰은 자신의 첫 장편소설 ≪단지 뉴욕의 맛≫을 통해 '푸드릿'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그냥요. 나 같은 경우는 넓은 세상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깨치는 게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인생의 틀이 짜이잖아요.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배우는 건 중요하죠. 계속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데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배울 수는 있는 거고. 책만 파지 말고 세상을 파보자. 뭐 그렇게 생각했어요. 여긴 뉴욕이잖아요. 배울 게 널린 도시. (p.52)

  뉴욕대 대학원생인 티아는 음식과 글을 사랑한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다쿠아즈 드롭에 대한 레시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티아는 푸드 라이터를 꿈꾸며 뉴욕에 입성한다. 자신의 글을 칭찬해주었던 헬렌 란스키를 동경하는 티아의 앞에 <뉴욕타임스>의 미식업계 평론가 마이클 잘츠가 나타나게 된다. 실수로 헬렌에게 줄 다쿠아즈 드롭을 떨어뜨린 마이클 잘츠는 티아에게 헬렌을 소개해 줄 테니 이메일을 보내라 말한다.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다. 마이클에게 이메일을 보냈음에도 티아는 헬렌의 인턴이 아닌 뉴욕의 한 레스토랑인 매디슨 파크 타번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신이 그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티아는 어느 날, 레스토랑을 방문한 마이클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이클은 티아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그녀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피곤했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서 자고 싶지 않았다. 새소리가 들리고 짙푸른 태양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을 때 나는 이곳 뉴욕에서 내가 열렬하게 매달릴 무언가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지식, 권력, 방향. 그리고 목표를 찾았다. 나는 간절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p.104)

  ≪단지 뉴욕의 맛≫의 배경 도시인 뉴욕이 유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곳엔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모두는 간절히,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티아가 헬렌 란스키의 인턴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도, 매디슨 파크 타번의 캐리가 승진을 기뻐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이유도, 파스칼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티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이유도, 모두 그들이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헬렌 란스키의 인턴이 되어 더 멋진 푸드 라이터가 될 미래의 티아를, 레스토랑의 경영을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오를 미래의 캐리를, 그리고 별 4개를 받아 뉴욕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의 셰프가 될 미래의 파스칼을.
  어떤 목표를 가지고 꿈을 꾼다는 것은 나를 위한 원동력이 된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도록 한다. 물론, 꿈을 좇는 과정이 쉽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원하지 않던 일들이 꿈을 좇는 과정에서 방해물이 되어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간절히,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꿈꾼다. 꿈꾸는 사람들의 두 눈은 오늘도 반짝인다.
 
   사실 별말이 없어서 더 좋아요. 그다음엔 뭐가 올까? 어떤 가능성들이 있을까? 이룬 것에 만족하는 건 쉽죠. 그런데 왠지 이 짧은 문장이 영감을 주더라고요. (p.282) 

 

 

 

 

 

 

티아에게는 소중한 재능이 있어.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 (p.234)

  그러나 꿈을 좇던 티아는 마이클과의 관계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좌절할 위기에 빠지게 된다. 마이클과의 관계를 끊고 다시 매디슨 파크 타번으로 돌아간 티아는 깜짝 놀라게 된다. 티아가 마이클에게 매디슨 파크 타번의 음식에 대해서 평론하면서 별 4개에서 별 2개로 떨어져 타격을 받았음에도, 매디슨 파크 타번 사람들은 모두 티아를 친절하게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티아는 마이클과의 관계에서 왔던 물질적인 만족과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권위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곁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뉴욕에 처음 온 자신을 반겨주던 에메랄드의 따뜻함을, 티아가 한 일들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캐리의 듬직함을, 망가지던 서로를 함께 추스르던 멜린다의 용기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연인 네이트에게 다시 돌아가던 앤디는 그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난 그저… 네 말이 옳았단 얘길 하고 싶었어. 난 내 친구랑, 내 가족, 내 신념에까지 모든 것에 등을 돌렸었지. 대체 뭘 얻으려고 그랬을까? (Well, I wanted to say that you were right about everything. That I turned my back on my friends and my family and everything I believed in and ㅡ and for what?)" 티아는 비로소, 꿈의 도시 뉴욕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신을 다독여주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그녀는 뉴욕에서 멋진 푸드 라이터가 되기를 꿈꾼다.

  우리는 원래 맨날 망치잖아. 남들 때문에 망하기도 하고. 그게 인간이고 인생의 사이클이야. 더럽게 짜증 나지만 어쩌겠어. 너는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될 거야. 네가 그럴 사람이란 건 나도 알아.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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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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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루한 일을 하면서 따분함을 없애기 위해 나는 주로 팝 음악(POP Music)을 듣는다.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팝 음악을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재즈나 클래식에 비해 사람들이 자주 듣고 즐기는 팝 음악은 '대중음악'이라는 이름을 독보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같이 따라 부르게 되는 팝 음악들이 흘러나올 정도니까. 그리고 이러한 팝 음악 중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차트에서 반짝하는 것만이 아닌,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계속 회자되는 노래들이 있다. 일명 '히트곡'들. 우리는 여전히 비틀즈를 사랑하고 마이클 잭슨에 열광하며 아델의 목소리에 감동한다. 이 히트곡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 노래들을 계속 좋아하는 걸까?
  ≪ POP IT UP! ≫은 재즈 평론가 남무성과 뮤지션 장기호가 '대중음악'에 대해 함께 쓴 책이다. 대중음악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히트곡의 조건, 대중음악의 기본적인 형식, 대중음악을 작곡하기 위한 실용 음악 이론에 대해 개성 있는 그림과 글로 표현한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을 저자 남무성과 장기호는 재치 있는 그림체와 어투로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주인공 강화성이 책을 읽으며 대중음악을 이해하는 것처럼, 독자들은 ≪ POP IT UP! ≫ 한 권으로 대중음악의 기초에 대해 알 수 있다.

 

 

 

 

 

  주인공 화성은 JAZZ IT UP 바에서 일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지망생이다. 작곡, 노래, 악기 연주 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화성은 프랭크 자파를 닮은 외상 단골손님 신라연으로부터 『강아지도 작곡할 수 있게 되는 실용음악의 정석』이라는 책을 받게 된다. 재즈든, 팝이든, 블루스든 어떤 곡을 작곡하든 간에 기본부터 공부하라는 신라연의 조언에 따라 화성은 책을 통해 대중음악의 기본을 공부하게 된다. 히트곡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곡의 흐름을 분석하고, 작곡의 기초가 되는 스케일(Scale)에 대해 배워가는 화성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곡을 쓰는 힘을 기르게 된다.
    ≪ POP IT UP! ≫은 화성의 히트곡 제작을 위한 고군분투기와 함께 그가 읽는 책의 내용이 번갈아 나타나는 액자식 구성 방식의 독특한 만화이다. 저자 남무성과 장기호는 화성을 통해 음악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제대로 감상하는 단계까지 안내하기 때문에 이 책은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에게 또는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POP IT UP! ≫을 읽다 보니 문득 피아노를 쳤던 시절이 생각났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피아노 선생님께 코드(책에서는 '스케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주법을 배웠었다. 트로트, 드라마·영화 OST 가릴 것 없이 코드가 쓰여 있는 곡을 치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정확하게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아닌데,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신이 났던 것이다. 
  멜로디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고 몸이 들썩거리는 대중음악. 그리고 그 중심에 놓여 있는 팝 음악. 지금도 팝 음악이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시공간에 상관없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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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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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때 우연히 나는 컬러 테라피(color theraphy) 수업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색을 이용하여 현재 나의 감정 상태를 진단하고 불안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수업을 듣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서로에 대한 첫인상, 자신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감정을 색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평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색들에 대해 알게 되고, 색이 지닌 느낌으로 불안했던 심리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수업이 끝났을 때는, 왠지 모를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색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 감정들을 시각적, 후각적으로 표현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뒤부터 나는 주위에 놓인 색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컬러 인문학≫의 출간 소식이 매우 반갑게 들렸다.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부재에 걸맞게 ≪컬러 인문학≫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색'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지개색(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를 중심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색, 핑크, 흰색, 검정, 금색의 스토리를 더해 색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하나의 색을 놓고 각국의 문화에 따라 가지는 의미의 차이를 비교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컬러 인문학≫만의 매력이다.

  우리의 색채 인식 능력은 각자가 물려받는 유전자와 어느 정도는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중요한데, 이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색깔을 사용해온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문화적 팔레트에 있는 색깔 수는 도료와 염료, 안료, 색소들로 칠해진 자연의 색상들을 새롭게 포착해 색깔과 패턴으로 우리 자신을, 우리의 집을, 우리의 일터와 소유물들을 꾸미는 과정에서 계속 증가해왔다. (p.12)

 

 

 

 

 

 

  저자 개빈 에번스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정열의 색 빨강은 탄생과 죽음, 생명의 번식력의 상징을, 노랑은 동양에서는 영웅 주의와 모든 종류의 행복한 일을, 서양에서는 겁쟁이의 색과 부정적인 언론(옐로우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색이었지만 여성 참정권 운동 단체의 공식 색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스토리 등을 색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상징을 구분하여 설명해준다. 노랑처럼 색의 상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거나 그와 반대로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부정적으로 변화는 이야기들은 ≪컬러 인문학≫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사실로 다가온다.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이 중요시되면서 색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그동안 색의 특정 프레임에 너무 집착해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채택하는 상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환경, 다른 역사, 다른 문화적 경험이 세상과 삶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의 의미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바뀐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p.216)

 

 

 

  저자 개빈 에번스가 소개한 11가지의 색 중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스토리에 눈길이 가던 것은 다름 아닌 '갈색'에 관한 이야기였다. 푸른 숲을 이루는 나무의 일부분은 갈색이다. 전 세계 사람들 중의 일부는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다. 방 안의 가구들도 색의 진하기만 다를 뿐 대부분이 갈색이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머무르고 있는 갈색이다. 검정, 흰색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색임에도 불구하고 두 색들에 비해서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갈색이 좋습니다!"라는 대답은 다른 색들에 비해 흔하게 나오지 않으니까.

  갈색은 기이하게도 익명의 색이다. 분홍처럼 갈색도 무지개나 색상환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분홍과 달리 갈색은 색깔은 다룬 대부분의 책에서도 빠져 있다. 밝기의 측면에서 보면 갈색은 명도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노랑과 주황 사이에 있으며, 물감 상자에서는 일차 색끼리 섞거나 주황에 파랑을 더하는 방법으로 얻는다. 따라서 갈색은 검정이나 흰색, 회색이나 금색과 달리 고유색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누가 주요 색깔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갈색은 십중팔구 까맣게 잊힐 것이다. (p.58)

  ≪컬러 인문학≫을 읽고 나서 방 안을 둘러보며 여러 색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는 상당히 많은 색들을 찾아냈다. 초록색 벽지, 갈색 화장대, 검은색 컴퓨터, 노란색 달력, 빨간색 립스틱…… 다양한 색들이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마도 색에 대한 나의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이 세상이 흰색과 검정, 흑백 세상이 되지 않는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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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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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탕. 탕. 온 힘을 다해 날린 퍽이 골문을 지나 그물을 열심히 흔들고 같은 팀원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서로 얼싸안은 채 게임의 끝을 알리는 휘슬 소리를 들을 때. 그보다 짜릿한 일은 없다. 모두가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주고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듯한 이 기분. 모든 것이 내 발아래에 있는 것 같은 느낌들을 잊지 못한다. 그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다음 날의 훈련을 위해 충분한 휴식도 잊지 않은 채. 만약에 그가 그날 밤을 아무 일없이 보냈더라면,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어떻게 됐을까?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라는 ≪베어타운≫의 첫 구절은 읽자마자 흥미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인 ≪베어타운≫은 해마다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자 사람들이 떠나 계절마다 숲이 빈 집을 집어삼키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스웨덴 출신인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베어타운≫의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눈 덮인 설원 속의 베어타운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베어타운은 해마다 줄어드는 일자리에 빈 집만이 늘어나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이다. 계절마다 빈 집을 삼키며 영역을 확대하는 숲에 둘러싸인 베어타운에서는 숲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탕. 탕. 탕. 베어타운은 아이스하키 마을이라고 일컫을 수 있을 만큼 주민 대다수가 하키에 열광한다. 전국청소년하키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한 베어타운의 하키팀을 응원하는 주민들의 모습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청소년팀의 에이스 케빈은 라이벌인 헤드에서도 탐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케빈과 가장 친한 벤이는 케빈을 지키는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어떤 사고를 쳐도 용서받는 문제아다. 한편, 이들을 동경하던 유소년팀의 아맛은 청소년팀에 들어가기 위해 매일 스케이트를 연습하고, 청소년팀의 코치 다비드의 눈에 띄면서 청소년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전국청소년하키선수권대회의 준결승에서 아맛의 서포트로 결승 진출 골을 넣은 케빈은 그를 청소년팀의 일원으로 인정한다.
  한편, 베어타운에 살고 있지만 마야는 경쟁심을 자극하는 아이스하키를 싫어한다. 모두가 아이스하키에 열광할 때, 마야는 기타를 선택한다. 준결승에서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케빈과 벤이, 그리고 청소년 하키팀은 케빈의 집에서 파티를 열게 된다. 케빈에게 초대받은 마야는 케빈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날 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 베어타운에서 최고의 하키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청소년팀의 코치 다비드는 경기 시작 전에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어 단지 '이겨라!'라고 말해주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굉장한 경쟁심을 일으킨다. 늘 경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하키 실력을 가지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관심이 없다. 윤리 의식도, 예의도 없는 그들을 막을 사람은 베어타운 그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성공'만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케빈의 부모님에 의해서 케빈은 베어타운에서 최고의 하키 실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에게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인다. 벤이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하키 실력에 따라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다. 매번 경기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케빈은 항상 자신이 위에 있다는 자신감에 빠진 인물이다.
 
  인간은 군집의 동물이라는 발상이 워낙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우리들 대다수가 단체 생활에 젬병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우리들 대다수가 협동을 모르고, 이기적이며, 무엇보다도 남들이 싫어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되뇐다. '나는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거기에 따르는 대가는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스스로 그렇게 믿을 때까지 계속 되뇐다. (p.297)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베어타운 사람들이 윤리 의식조차 잃어버린 모습을 보인 이유는 그날 밤의 사건 때문이었다.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하고 두려움에 떨던 마야는 일주일 뒤 케빈을 경찰에 신고한다. 대회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케빈의 발목을 마야가 잡았다며 베어타운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질책한다. 베어타운 사람들에게 가해자는 마야고, 피해자는 케빈이다.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취지를 베어타운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보여준다.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강제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케빈의 뒤를 따라간 마야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한 거나 다름이 없다, 그녀가 끝까지 저항했다면 그런 일이 벌어날 수 있을까 등등 베어타운 사람들의 손가락은 마을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하키팀의 에이스 케빈이 아닌 마야를 향한다. 
 
  나중에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왜 그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케빈인지 아니면 아맛인지 고민했을까. 왜 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을까. (p.514)

  아이스하키로 한마음을 이룬 그들이 잊어버렸던 것은 무엇일까. '하키' 하나로 공동체를 이루던 스웨덴의 작은 마을, 베어타운을 통해 프레드릭 배크만은 독자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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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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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모든 것을 바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매일 훈련하고 고된 땀방울을 흘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정상에 가까워지고자 하지만 나의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더 올라가지 못할 때. 누군가 당신의 귓가에 그 한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면, 설사 그것이 옳지 못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간혹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 등 큰 스포츠 대회가 끝난 뒤에 안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린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의 도핑 의혹에 의한 선수 자격 박탈에 관한 소식도 그중 하나이다. 도핑 이전까지의 노력들도 함께 물거품으로 만드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그들이 그저 안타깝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름다운 흉기≫는 스포츠 세계에서 민감한 문제인 '도핑'을 소재로 한 서스펜스 장편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항상 새로운 분야의 소재들을 전문가처럼 자세하게 사용하여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는 스포츠와 과학이라는 분야를 접목시켜 흥미롭게 풀어낸다.

  자신에게 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쇼코는 거실에서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주었다. 영광을 가져다주었고 화려한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물론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소 잃는 게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약과 만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p.357)

  일본 신기록을 보유한 전 올림픽 스타 유스케, 쇼코, 준야, 다쿠마는 외딴 저택에 숨어든다. 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저택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택의 주인 센도에게 들키게 되고 총으로 위협을 받던 그들은 우발적으로 센도를 죽이게 된다. 자신들의 범행 사실이 발견될까 두려웠던 그들은 저택을 불태우기로 결정한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불탄 저택을 수사하던 경찰들은 저택 안 비밀 창고를 발견하게 된다. 넓은 체육관과 누군가 살았던 흔적을 발견한 경찰들은 사라진 비밀 창고의 주인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센도가 죽는 장면을 목격한 타란툴라는 센도를 죽인 네 사람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그 누구보다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던 캐나다 출신의 육상 7종 선수인 타란툴라는 자전거 하나를 훔쳐 네 사람이 살고 있는 도쿄로 향한다. 네 사람이 숨기고자 했던 비밀은 영원히 감춰질 수 있을까. 타란툴라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저 센도가 말한 대로 했을 뿐이야. 그녀에게 센도는 신이야.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어줄 거라 믿고 있었겠지. 예전에 우리가 그를 믿고 약을 사용했던 것처럼 말이야. (p.275)

  유스케, 준야, 다쿠마는 자신들의 신체의 한계를 느꼈다. 최고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이미 그들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런 그들에게 센도의 제안은 매우 솔깃했다. 체조선수의 꿈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를 대신해 선수가 된 쇼코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어머니에 의한 선택이었다. 시작은 어머니의 욕심 때문이었지만, 최고가 된 쇼코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그녀의 삐뚤어진 욕망을 만들어낸 것도 그녀의 어머니였고, 그 욕망이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감했던 것도 그녀의 어머니였다. 네 선수들은 센도의 특별한 약물 덕분에 도핑 테스트에서도 의심받지 않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도핑의 부작용이라면, 언제 밝혀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가 늘 알고 있는 약물에 의한 도핑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도핑을 하나 더 알려준다. 센도가 시도했던 인체 개조. 즉, 여성의 신체가 가진 특성을 이용한 도핑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센도의 삐뚤어진 욕망에 의해 타란툴라는 태어나게 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주인공 앨리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탄탄한 몸과 체력을 가진 그녀는 화려한 액션들을 보여준다. 센도의 비밀병기라는 별명을 가진 타란툴라는 굉장히 강해 보이지만, 그녀에게도 아픔은 존재했다.

  얼마 후 그녀는 방구석에 놓인 작은 침대로 돌아와 담요를 뒤집어쓰고 누웠다. 영원히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짓누르지는 않았다. 이 방에 갇혀 있는 것이 지금까지 그녀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문이 열린다. 그렇게 믿었다. 그가 죽은 지금도 그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p.37)

  삐뚤어진 욕망의 끝에는 비극만이 남아 있었다. 과거를 감추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좋지 못했던 과거를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욕망에서 태어난 비극적인 그녀에게는 상처로 얼룩진 삶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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