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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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때 우연히 나는 컬러 테라피(color theraphy) 수업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색을 이용하여 현재 나의 감정 상태를 진단하고 불안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수업을 듣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서로에 대한 첫인상, 자신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감정을 색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평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색들에 대해 알게 되고, 색이 지닌 느낌으로 불안했던 심리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수업이 끝났을 때는, 왠지 모를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색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 감정들을 시각적, 후각적으로 표현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뒤부터 나는 주위에 놓인 색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컬러 인문학≫의 출간 소식이 매우 반갑게 들렸다.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부재에 걸맞게 ≪컬러 인문학≫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색'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지개색(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를 중심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색, 핑크, 흰색, 검정, 금색의 스토리를 더해 색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하나의 색을 놓고 각국의 문화에 따라 가지는 의미의 차이를 비교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컬러 인문학≫만의 매력이다.

  우리의 색채 인식 능력은 각자가 물려받는 유전자와 어느 정도는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중요한데, 이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색깔을 사용해온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문화적 팔레트에 있는 색깔 수는 도료와 염료, 안료, 색소들로 칠해진 자연의 색상들을 새롭게 포착해 색깔과 패턴으로 우리 자신을, 우리의 집을, 우리의 일터와 소유물들을 꾸미는 과정에서 계속 증가해왔다. (p.12)

 

 

 

 

 

 

  저자 개빈 에번스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정열의 색 빨강은 탄생과 죽음, 생명의 번식력의 상징을, 노랑은 동양에서는 영웅 주의와 모든 종류의 행복한 일을, 서양에서는 겁쟁이의 색과 부정적인 언론(옐로우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색이었지만 여성 참정권 운동 단체의 공식 색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스토리 등을 색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상징을 구분하여 설명해준다. 노랑처럼 색의 상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거나 그와 반대로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부정적으로 변화는 이야기들은 ≪컬러 인문학≫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사실로 다가온다.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이 중요시되면서 색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그동안 색의 특정 프레임에 너무 집착해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채택하는 상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환경, 다른 역사, 다른 문화적 경험이 세상과 삶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의 의미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바뀐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p.216)

 

 

 

  저자 개빈 에번스가 소개한 11가지의 색 중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스토리에 눈길이 가던 것은 다름 아닌 '갈색'에 관한 이야기였다. 푸른 숲을 이루는 나무의 일부분은 갈색이다. 전 세계 사람들 중의 일부는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다. 방 안의 가구들도 색의 진하기만 다를 뿐 대부분이 갈색이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머무르고 있는 갈색이다. 검정, 흰색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색임에도 불구하고 두 색들에 비해서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갈색이 좋습니다!"라는 대답은 다른 색들에 비해 흔하게 나오지 않으니까.

  갈색은 기이하게도 익명의 색이다. 분홍처럼 갈색도 무지개나 색상환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분홍과 달리 갈색은 색깔은 다룬 대부분의 책에서도 빠져 있다. 밝기의 측면에서 보면 갈색은 명도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노랑과 주황 사이에 있으며, 물감 상자에서는 일차 색끼리 섞거나 주황에 파랑을 더하는 방법으로 얻는다. 따라서 갈색은 검정이나 흰색, 회색이나 금색과 달리 고유색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누가 주요 색깔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갈색은 십중팔구 까맣게 잊힐 것이다. (p.58)

  ≪컬러 인문학≫을 읽고 나서 방 안을 둘러보며 여러 색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는 상당히 많은 색들을 찾아냈다. 초록색 벽지, 갈색 화장대, 검은색 컴퓨터, 노란색 달력, 빨간색 립스틱…… 다양한 색들이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마도 색에 대한 나의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이 세상이 흰색과 검정, 흑백 세상이 되지 않는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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