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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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덥고 습한 여름으로 기억되지만 여름만이 가지는 시원하고 청량한 이미지는 그 어떤 계절에서도 상상할 수 없다. 서점가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가진 책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지 오래다. 우연히 그 계절에 맞는 책을 읽게 되면 다음 해에 그 계절을 새로이 맞이하게 되었을 때 문득 떠올라 찾게 된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 《풀친구》 역시 여름이 되면 떠오를 것 같다. 시원한 초록색 표지가 인상적이었으니까.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작품인 《풀친구》는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푸릇한 여름의 잔디가 떠오른다. 어릴 적 읽던 동화책들은 늘 신기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만,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책들은 사뭇 다르게 느낌을 줄 것을 알고 있어 기대된다. 같은 것을 보아도 동화 작가들은 너무도 다른 시선을 보여주니까.






붓으로 표현한 잔디 밭과 단순 명료한 첫 줄. 이것만으로도 다음 장이 너무 기대되었다. 많은 것을 써놓지 않아도, 단 두 문장과 그림 하나로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른이 되어 읽었던 수많은 글들로 이루어진 단행본이 아닌 동화책이 주는 편안한 느낌을 안고 책장을 넘겼다. 귀여운 표정의 잔디들을 흐뭇하게 보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놀러오는 모든 풀꽃과 생물들을 '친구'라 표현한다. 초록색의 잔디 사이에서 형형색색의 풀꽃들이 섞여 다채롭고 화려한 표현력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어른이면 충분히 알게 된다. 잔디들이 친구라고 여기는 친구들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덥수룩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 모두 똑같이 이발을 시키고, 주스를 뿌려 모든 것을 잠들게 만드는 친구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어른들은 아차 싶어진다. 동화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더.



그저 하루를 무사하게 보내는데 집중하다보니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놓치게 된다.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마다 우연처럼 동화를 읽게 된다. 어른이라서 보이는 것들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 사이에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린 나를 보게 된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풀친구》를 통해 곰곰히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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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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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여느 소설이든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마련이다. 어떤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감정이 동요되는 그 순간, 혹은 비극적인 순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그런 흐름을 보이는 순간들이. 개인적으로 나는 주인공이 잘못된 사실을 깨닫고 서서히 깨어나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 움츠리고 있던 날개를 서서히 펼쳐 하늘을 나는 듯한 그런 성장을 보는 것이 즐겁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마음을 주며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스럽다. 그리고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을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무섭고 두려워 웅크리고 있는 내가 동경하는 모습일지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처음 알게 된 작가였다. 이름만으로는 작가가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떤 문화를 작품 속에 녹여낼지, 그 어떤 것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의 첫 장편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를 펼쳤다. 그동안 영미 문학이나 일본문학을 자주 읽었던 나로서는 낯선 문화였다. 나이지리아. 낯선 작가는 낯선 문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공용어로 영어를, 그리고 500여가지의 토착어를 사용하는 나라.



아버지는 평소에 이보어를 거의 쓰지 않았고 오빠랑 내가 집에서 어머니와 얘기할 때 이보어를 쓰긴 했지만 아버지는 우리가 남들 앞에서 이보어로 말하는 것을 싫어했다. 우리는 남들한테 교양인으로 보여야 해, 아버지가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예전에 아버지의 동생인 이페오마 고모가 너희 아버지야말로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 p. 24





나는 내 손을,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바짝 깎아 주던 짧은 손톱을 쳐다봤다. 아버지는 나를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뺨을 내 뺨에 비비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손톱을 깎아 줬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손톱을 바짝 깎았다. / p. 193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상류 가정 출신 소녀 캄빌리의 정신적인 독립 이야기를 담아낸다. 종교 신념이 강한 아버지 밑에서 캄빌리와 오빠 자자는 모든 일과들을 정해진 대로 수행하며 살아간다. 종교 행사가 있는 날에는 반드시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의 신념을 기준으로 죄악이라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 사춘기 소녀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립스틱을 바르는 호기심을 갖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종교가 없던 나로서는 캄빌리 집안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 답답함이 느껴졌다. 캄빌리의 아버지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이유로 그의 가족들을 억압하고 옭아매고 있었으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들을 통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잘못되어 보였다. 이도교라는 이유로 할아버지와 고모를 배제하도록 만들고, 아이들이 정해진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버지의 사랑 방식이라고 생각하기엔 숨이 죄여왔다.



"많이 아팠니? 살갗이 터졌니?" 아버지가 우리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나는 등이 욱신거렸지만 아니라고,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죄악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며 고개를 흔드는 아버지는 마치 뭔가에, 떨쳐 낼 수 없는 뭔가에 짓눌린 듯한 모습이었다. / p. 132





아버지에게 대들던 오빠 자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캄빌리도 서서히 생각을 바꿔가는 계기가 찾아온다. 집을 떠나 이페오마 고모 집에서 지내는 동안 캄빌리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동안 아버지가 죄악이라고 여겨왔던 일들이 사실은 그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사촌 아마카가 캄빌리에게 톡 쏘는 말을 할 때마다 우물쭈물 한 마디도 못하던 그녀는 온전한 자신의 생각을 내뱉기 시작한다. 아주 분명하게.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나의 머릿속에서 그날 오후가 다시 재생되었다. 나는 미소 짓고, 달리고, 웃었다. 가슴 속이 비누 거품 같은 것으로 가득 찼다. 가벼웠다. 그 가벼움의 달콤함이 혀끝에서 느껴졌다. 샛노랗게 농익은 캐슈 열매의 단맛이었다. / p. 223



캄빌리는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를 서서히 만끽한다. 샛노랗게 농익은 캐슈 열매의 단맛처럼 그 달콤한 자유를 느낀 그녀는 서서히 움츠렸던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그 절정의 순간을 독자들이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든다. 중간중간 낯선 단어들이 등장하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음식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도록 만든다. 당신이 온 마음을 다해 캄빌리의 이야기를 사랑하게 된다면, 당신의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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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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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성교육 시간을 떠올려보자. 3년 내내 같은 수업을 들었던 나는 이 성교육 시간의 첫마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성교육의 시작은 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올챙이같이 생긴 정자가 질 내벽을 따라 올라와 난소 앞에 둥둥 떠 있는 난자를 만난 후부터 생명이 시작되고 그것이 전부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사실 그 외에 일련의 과정들이 있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우리 선생님들은 왜 알려주지 않으셨을까?


그 궁금증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발생학과 유전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영은 교수는 《탄생의 과학》을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발생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생학의 매력을 널리 알리며,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 아님을 말하기 위해 약 2년간 <과학동아>에 '강의실 밖 발생학 강의'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 《탄생의 과학》으로 엮어낸다. "무엇보다 세상의 빛을 보기 전 우리의 시작은 이미 너무나도 특별했음을,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느끼면 좋겠습니다."라는 그의 바람대로, 책은 친절하고도 즐겁게 발생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소개한다.



인간이 탄생하는 것을 경이롭다, 신비롭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교하고 치밀한 과학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배아 내 세포들은 각자의 역할을 찾고, 있어야 할 자리로 움직이고, 옆 세포들과 함께 각종 기관을 만들어냅니다. '나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에 귀기울이다 보면 탄생의 위대함은 배가 됩니다. / p. 6



최은영 교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만남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수정을 위한 단 하나의 세포가 되기 위해서는 정자뿐만 아니라 난자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것을. 약 2억 마리의 정자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약 200만 개의 미성숙한 난자들 역시 경쟁을 통해 난소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자의 관점에서 수정 과정을 이해해왔습니다. 그 무대에서 난자는 조연이었고 자궁은 배경에 불과했죠. 어쩌면 남녀 관계에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고정 관념이 우리의 시작을 이렇게 편협하게 정의한 걸지도 모릅니다. / p. 30



이처럼 《탄생의 과학》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배워왔던 과학에서 가려져 있던 사실들에 주목한다. 임신한 여성이 겪는 변화, 학교에서는 단순히 짚고 넘어갔던 유전학, 그리고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뒷이야기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을 이야기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쉽게 설명해줄 수 없었던 과학적 논리들을 최은영 교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설명하며, 책을 읽는 모두가 '과학'이라는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읽다 보면, 중·고등학교 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과학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정된 세포는 10개월이 지난 뒤, 세상의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와 당신이 그랬듯이. "두 세포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되고, 다시 이 세포가 하나의 인간으로 발달하는 과정.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구조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듬직하니 한 곳에서 지표가 되어주는 세포들, 이 모두가 정해진 규칙과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 반응하며 쉴새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 이렇게 기억에 없는 기적, 내가 빚어집니다. (p. 191)"


그래서 탄생의 순간은 빛난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순간을 당신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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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질문 -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진 블리스 지음, 강예진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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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외에도 많은 것들이 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상을 보내며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들이 마케팅의 영역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을 창안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장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마케팅 방식들이 등장했다. 성공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정상에 우뚝 선 기업이 있는 반면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들이 '착한 성장'의 과정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과정을 걷지 못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던 걸까?


고객 경험 전문가 진 블리스는 《마케터의 질문》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혀낸다. 95%라는 고객 충성도를 달성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본질로 돌아가고자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 마케팅을 하는 것인가?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고객'임을 명시하고,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했던 32가지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진 블리스는 《마케터의 질문》을 통해 고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기존의 통념이 아닌 '고객은 당신의 어머니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바로 고객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하게 하기 위해 먼저 직원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다.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존중을 느끼고 경험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 고객을 응대할 때 존중하는 마음을 실어서 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 p. 37



진 블리스는 고객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만약 당신의 어머니가 그러한 불편함을 느낀다면 허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대체한다. 오묘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할인 쿠폰, 자동 응답기로 넘어가버려 긴 기다림을 겪거나 추가요금을 덧붙여 지불하도록 만드는 등 나도, 당신도, 고객으로서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불편함들을 고려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고객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명확한 언어는 좀 더 진정성 있고 인간답게 느껴진다. 고객은 명확한 언어를 더욱 신뢰한다. 단순함 안에서는 숨을 곳이 없다. 우리는 고객으로서 기업이 옆집에 사는 사람이 말하듯 명확하게 소통해주기를 원할 뿐이다. 우리는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쓴, 신뢰할 수 있는 문장을 읽고 싶어 한다. / p. 155



마케터를 목표로 삼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더 와닿는 부분이었다. 하나의 제품을 이야기하고,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이미 제품에 익숙하고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마케터로서는 고객이 어떤 정보를 얻게 될 것인지를 쉽게 간과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의 연습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될 부분이라 오랫동안 머무르고 곱씹었다.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업은 존재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둔다. 명확한 존재 목적은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직원들을 팀으로 묶고, 고객이 바라는 하나의 기업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개인 업무를 넘어서 그 이상을 바라보도록 해주는 접착제가 된다. / p. 182



결국 고객을 위한다는 한 마음은 한 명의 직원들을 모아 하나의 기업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목적에 맞는 행동을 용기 있게 추진하고, 고객과 직원, 시장에 계획적인 행동으로 접근한다면 '착한 성장'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마케팅의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자. 차분하게 앉아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만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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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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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점심 먹고 다음 수업 뭐래?"

"성교육. 꺄악!"


점심시간이 지나 성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부끄러웠던 아이들은 장난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내용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뭐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원치 않은 임신을 하지 않으려면…피임 방법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니 딴청 피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림 몇 장이 담겨 있는 지루한 PPT가 조금씩 넘어가고 교육 시간의 끝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근질거리는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또 다른 질문이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모두들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진짜' 성교육이라며 이전보다는 더 개방적인 내용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피임 기구의 종류, 사용법, 부작용을 설명할 뿐이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쉬쉬하다 보니 그 정도도 꽤나 적나라한 표현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성적 쾌락은 더 은밀하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오늘 밤 네 남친을 흥분시키는 법' 등등 자극적인 기사, 영상 제목들은 더욱 그런 느낌을 자아냈다.



우리는 모두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성적 자아의 여러 측면과 그들이 욕망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온갖 종류의 정체성을 띠고 있다. 어떤 정체성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고, 성적으로 부합하는 연인을 찾도록 해준다. 당신의 정체성은 당신의 탐험과 자기 표현의 분명한 영역이 되므로 거기엔 허락의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 p. 228



우리나라에 비해 개방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미국에서도 여성의 성적 쾌락 욕망은 은밀하고 감춰야 하는 존재였나 보다. 섹슈얼리티 분야의 유명 연사이자 교육자인 에이미 조 고다드는 자신이 상담했던 여성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섹스하는 삶》을 통해 여성들의 생각과 태도에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는다. 성적으로 이끌림을 당하고, 파트너의 욕망을 따르도록 살아온 여성들에게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섹스에 대해 당연히 다 안다고 착각한다고 에이미 조는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부분이라고 여기는 섹스를 왜 스스로 알아서 하게 놔두는지 이전의 교육 방식들을 모두 꼬집는다. 쾌락보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배우는 그 수업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 수업으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깨닫지 못하는지에 대해.



그 중심에서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인생에서 그런 인식을 고착화하는 관계 -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내가 주는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친구, 가족, 연인 - 를 받아들이고 형성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나는 에이미 조가 이렇게 말했던 날을 분명히 기억해요. 진정 나의 삶에서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받고 싶은 모든 사랑을 나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 p. 128







자신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는 것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을 기점으로 에이미 조는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은 내가 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인생은 정말 짧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서, 크게, 대담하게, 남들에 개의치 않고, 원하는 만큼 욕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아가씨는 넣어두라. 당신에게로 먼저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그만하자. 남에게 반응하며 사는 것도 그만하자. 불평하기도 그만하자. 매력적인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마라. 당신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그렇게 살기 시작하라. 불꽃은 억누를 수 없다. 불꽃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른다. 그것은 스스로 작아지지 않는다. / p. 293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불꽃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며 끝까지 타오르려 하는 그것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에이미 조는 《섹스하는 삶》을 통해 깨닫도록 한다. 함께 솔직해지자. 그 솔직함이 당신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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