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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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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성교육 시간을 떠올려보자. 3년 내내 같은 수업을 들었던 나는 이 성교육 시간의 첫마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성교육의 시작은 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올챙이같이 생긴 정자가 질 내벽을 따라 올라와 난소 앞에 둥둥 떠 있는 난자를 만난 후부터 생명이 시작되고 그것이 전부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사실 그 외에 일련의 과정들이 있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우리 선생님들은 왜 알려주지 않으셨을까?
그 궁금증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발생학과 유전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영은 교수는 《탄생의 과학》을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발생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생학의 매력을 널리 알리며,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 아님을 말하기 위해 약 2년간 <과학동아>에 '강의실 밖 발생학 강의'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 《탄생의 과학》으로 엮어낸다. "무엇보다 세상의 빛을 보기 전 우리의 시작은 이미 너무나도 특별했음을,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느끼면 좋겠습니다."라는 그의 바람대로, 책은 친절하고도 즐겁게 발생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소개한다.
인간이 탄생하는 것을 경이롭다, 신비롭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교하고 치밀한 과학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배아 내 세포들은 각자의 역할을 찾고, 있어야 할 자리로 움직이고, 옆 세포들과 함께 각종 기관을 만들어냅니다. '나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에 귀기울이다 보면 탄생의 위대함은 배가 됩니다. / p. 6
최은영 교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만남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수정을 위한 단 하나의 세포가 되기 위해서는 정자뿐만 아니라 난자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것을. 약 2억 마리의 정자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약 200만 개의 미성숙한 난자들 역시 경쟁을 통해 난소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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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는 정자의 관점에서 수정 과정을 이해해왔습니다. 그 무대에서 난자는 조연이었고 자궁은 배경에 불과했죠. 어쩌면 남녀 관계에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고정 관념이 우리의 시작을 이렇게 편협하게 정의한 걸지도 모릅니다. / p. 30
이처럼 《탄생의 과학》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배워왔던 과학에서 가려져 있던 사실들에 주목한다. 임신한 여성이 겪는 변화, 학교에서는 단순히 짚고 넘어갔던 유전학, 그리고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뒷이야기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을 이야기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쉽게 설명해줄 수 없었던 과학적 논리들을 최은영 교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설명하며, 책을 읽는 모두가 '과학'이라는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읽다 보면, 중·고등학교 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과학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정된 세포는 10개월이 지난 뒤, 세상의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와 당신이 그랬듯이. "두 세포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되고, 다시 이 세포가 하나의 인간으로 발달하는 과정.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구조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듬직하니 한 곳에서 지표가 되어주는 세포들, 이 모두가 정해진 규칙과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 반응하며 쉴새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 이렇게 기억에 없는 기적, 내가 빚어집니다. (p. 191)"
그래서 탄생의 순간은 빛난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순간을 당신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