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점심 먹고 다음 수업 뭐래?"

"성교육. 꺄악!"


점심시간이 지나 성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부끄러웠던 아이들은 장난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내용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뭐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원치 않은 임신을 하지 않으려면…피임 방법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니 딴청 피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림 몇 장이 담겨 있는 지루한 PPT가 조금씩 넘어가고 교육 시간의 끝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근질거리는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또 다른 질문이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모두들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진짜' 성교육이라며 이전보다는 더 개방적인 내용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피임 기구의 종류, 사용법, 부작용을 설명할 뿐이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쉬쉬하다 보니 그 정도도 꽤나 적나라한 표현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성적 쾌락은 더 은밀하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오늘 밤 네 남친을 흥분시키는 법' 등등 자극적인 기사, 영상 제목들은 더욱 그런 느낌을 자아냈다.



우리는 모두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성적 자아의 여러 측면과 그들이 욕망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온갖 종류의 정체성을 띠고 있다. 어떤 정체성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고, 성적으로 부합하는 연인을 찾도록 해준다. 당신의 정체성은 당신의 탐험과 자기 표현의 분명한 영역이 되므로 거기엔 허락의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 p. 228



우리나라에 비해 개방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미국에서도 여성의 성적 쾌락 욕망은 은밀하고 감춰야 하는 존재였나 보다. 섹슈얼리티 분야의 유명 연사이자 교육자인 에이미 조 고다드는 자신이 상담했던 여성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섹스하는 삶》을 통해 여성들의 생각과 태도에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는다. 성적으로 이끌림을 당하고, 파트너의 욕망을 따르도록 살아온 여성들에게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섹스에 대해 당연히 다 안다고 착각한다고 에이미 조는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부분이라고 여기는 섹스를 왜 스스로 알아서 하게 놔두는지 이전의 교육 방식들을 모두 꼬집는다. 쾌락보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배우는 그 수업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 수업으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깨닫지 못하는지에 대해.



그 중심에서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인생에서 그런 인식을 고착화하는 관계 -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내가 주는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친구, 가족, 연인 - 를 받아들이고 형성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나는 에이미 조가 이렇게 말했던 날을 분명히 기억해요. 진정 나의 삶에서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받고 싶은 모든 사랑을 나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 p. 128







자신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는 것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을 기점으로 에이미 조는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은 내가 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인생은 정말 짧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서, 크게, 대담하게, 남들에 개의치 않고, 원하는 만큼 욕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아가씨는 넣어두라. 당신에게로 먼저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그만하자. 남에게 반응하며 사는 것도 그만하자. 불평하기도 그만하자. 매력적인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마라. 당신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그렇게 살기 시작하라. 불꽃은 억누를 수 없다. 불꽃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른다. 그것은 스스로 작아지지 않는다. / p. 293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불꽃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며 끝까지 타오르려 하는 그것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에이미 조는 《섹스하는 삶》을 통해 깨닫도록 한다. 함께 솔직해지자. 그 솔직함이 당신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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