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주어진 하루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그랬듯이 익숙한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일상으로의 변주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곤 한다.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는지 그 사실조차도.



이 세상에는 우리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있어.

아빠, 엄마, 나…….

그 다음에 뭘 깜빡한 걸까?

바람일까?

빛일까?


 

세바스티엥 조아니에의 어서 오세요는 늘 익숙했던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책의 화자인 어린 꼬마는 자신의 가족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빠와 엄마, 자신을 중심으로 그들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사랑, 웃음, , 그리고 사람들. 함께 있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을 꼬마는 독자들에게 하나씩 말해준다. 점층적으로 커져가는 이 시선은 그동안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변주한다.

 

연필 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서 오세요의 삽화들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캐릭터들을 묘사한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넓은 여백의 얼굴과 작은 이목구비로 이루어진 일러스트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자아낸다. 더구나 색연필을 이용해 화려한 색채들은 이 동화 속 세상이, 그리고 그 세상을 넘어 이 현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 사실을 책을 읽는 ''만 몰랐을 뿐.



 



 

그래서 어서 오세요의 마지막 문장은 뇌리에 깊게 박힌다. 이렇게 다채롭고 즐거운 세상에 ''만 존재하지 않는다니. 세상에 수많은 색들이 있었음에도 주어진 하루에 집중한 나머지 하나의 색채만 보게 된 ''에게 "Sauf toi!(너만 빼고!)" 라는 문장은 조금은 얄미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내 머리를 강타한다. 그러게, 무엇때문에 이 색들을 느끼지 못했을까.

 

이 귀엽고 깜찍한 초대장이 또 어디 있을까. 당신 세상의 색이 조금은 어둡고 화려하지 않다면, 이 귀엽고 깜찍한 초대장을 읽어보길 바란다. 때로는 때묻지 않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은 어른들을 놀라게 하길 마련이니. 이 초대장 끝에 있을 당신의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다채롭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삶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음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물론 일상에서 죽음의 존재를 늘 확인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기란 조금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우리는 어떤 때보다 가장 아프고 처절한 슬픔을 맛보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말이다.

치넨 미키토는 자신의 저서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를 통해 죽음으로 하여금 삶이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머무르는 호스피스 병원의 실습생 소마의 시각을 통해 환자들의 삶을 바라본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환자 유카리와의 관계를 통해 살아있는 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한다.

 

종종 있잖아. 삶이 얼마 안 남은 환자가 죽을 때까지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드는 거. 내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와 같아. 옛날에 들은 적 있어. 꿈을 그린 그림 위에서 자면 그 꿈이 이루어진다고.” (p. 34)

 

언제나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하야마곶 병원에서 실습을 하게 된 소마는 그곳에서 머릿속에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카리를 만나게 된다. 상속 받은 유산으로 바깥세상으로 쉽게 나가지 못하는 유카리는 자신이 머무르는 병원을 다이아몬드 새장이라고 지칭하며 소마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편,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던 유카리는 소마에게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내주며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진다.

어릴 적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 가버린 트라우마가 있는 소마는 자신에게 책상을 내어준 유카리에게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마음을 나누지만, 실습이 끝난 소마는 이내 하야마곶 병원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헤어진 것을 아쉬워하던 중, 소마는 유카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만큼은 조금 사치를 부리기로 했지. 조부모님의 유산을 사용해서 말이야. 이 병원은 비용이 꽤 들지만 방도 넓고 전망도 좋아. 그리고 환자의 희망을 가능한 들어주지. 이제까지 인생에서 이렇게 사치를 부린 적은 없어. 내게는 이곳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파도 소리가 들리는 건 조금 우울하지만.” (p. 55)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상처가 하나씩 있다. 그 상처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상처를 꾹꾹 눌러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 자신이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애써 마주하려고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치넨 미키토는 유카리와 소마를 통해 누구나 가슴 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유카리와 소마가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던 것도, 그들에게 폭탄이 하나씩 안겨 있기 때문이었으니.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무심한 듯 털어놓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가 자신의 상처를 인지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옆에 서 있어줄 뿐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서 치유되어간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얼마 전, 메구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해’ ‘가슴이 미어지고 숨 쉬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주 행복

유카리 씨를 바라보면서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p.177)

 

유카리의 머릿속 시한폭탄, 그러니까 유카리의 죽음은 결국 유카리와 소마 두 사람에게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다가오기 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를. 치넨 미카토는 한없이 부정적이고 어두운 죽음을 결코 그 색채로 사용하지 않는다.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속의 죽음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색이 아닌 이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해주는 색으로 작용한다.

 

전부, 당신 덕분이야.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살아 있어. 지금 나는 여기에 있고 아주 행복해. 그것은 당신이 나를 해방시켜주었기 때문이야.”

유카리 씨는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만진다. 그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에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걱정 마. 당신도 틀림없이 해방될 거야. 그러니까 경치를 즐기며 좀 기다리자. 이 광경은 지금밖에 볼 수 없으니까.” (p. 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TV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지호는 세희의 방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서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 마음을, 그녀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 한 편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사랑 앞에 겁이 나는 이유는, 그의 모든 것과 나의 모든 것이 마주했을 때, 혹여나 부서질 그 순간 때문일 것이다.

 

<노트북> 원작 소설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의 19번째 작품인 나를 봐를 통해 사랑 앞에 서 있는 두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은 그들의 과거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그들이 가진 과거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들의 발목을 잡아 멈춰 세우지만, 그 과거로 하여금 더욱 견고해지는 그들의 사랑을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그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써 내려간다.

 

마침내 돌고래들이 시야이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콜린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그의 사진을 찍었다. 조금 전 그가 보여주었던 여린 모습을 떠올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처럼 콜린도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임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이 있기에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외로웠다. 그 깨달음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문득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 고요하고도 친밀한 순간에 그녀는 그와 함께 오늘 같은 오후를, 평범하지만 마법 같은 이런 오후를 더 자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 147)

 

비가 강하게 내리던 어느 날 밤, 고장난 타이어에 당황하던 마리아를 보게 된 콜린은 차를 세워 그녀를 도와준다. 피투성이 된 콜린의 얼굴에 겁 먹은 마리아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달빛이 내리는 해변에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폭력과 분노로 뒤덮인 과거 때문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콜린은 이상하게도 마리아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마리아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행복이 그녀의 것이 맞는지 의심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를 집요하게 뒤쫓는 그녀의 과거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집착에 두려워진 마리아는 콜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사랑하는 마리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콜린은 자신의 얼룩진 삶이 연속될까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는 그럴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콜린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용서했다. 나아가서 그는 과거와 미래와는 별개로 매 순간에 충실한 것 같았다. (p. 237)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과 마리아,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 왔는지 알아가고 받아들인다. 여느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이,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모습에 끌려 서로를 찾아간다. ‘로맨스의 대가답게 그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운명적인 요소들은 독자들이 꿈꾸는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도와준 남자, 그리고 해변가에서의 재회, 자석처럼 이끌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 앞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하다. 이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사랑 앞에 주저하게 만든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마리아의 심리를 통해서 사랑 앞에 주저하는 연인들의 시작을 그려낸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콜린을 사랑하지만, 그와 자신이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에서 엄습해 오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그 사랑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믿고 말고요.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에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p. 255)

 

그리고 두 사람에게 찾아 온 마리아의 상처는 그들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사랑 앞에 찾아오는 위기에 맞서서 연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각기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그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그 끝에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다면 그 사랑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콜린을 통해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어떤 사랑의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500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나를 봐의 책장은 금방 넘어갔다. 부드러운 로맨스와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의 결합은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랑 앞에 주저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의 사랑에 찾아온 위기가 고민이라면 나를 봐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신의 사랑이 조금 더 견고해지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 전,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많은 사람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이후 동북아 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둘러싸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기 때문이었다. 남한과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한반도 위기를 소재로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열강들의 패권 격돌이라는 커다란 프레임에서 국제 정서를 묘사하는 김진명 작가는 3의 시나리오로 또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2004년에 초판이 출간된 3의 시나리오는 한반도 정세를 실화보다 더 실화같이 묘사하며 팩트소설의 또 한 획을 긋는다.

 

그는 지금 한반도에 사는 우리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속내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지.”

김정한의 얼굴에 잠시 단호한 표정이 피어올랐다. 이로 보아 김정한은 친구의 말에 대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1_p. 147)

 

장민하 검사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베이징에서 피살된 소설가 이정서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여권도, 지갑도 하나 없이 꼬깃하게 접힌 비행기 표만이 그의 죽음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었고, 장민하 검사는 이내 그 사건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죽은 이정서의 아내로부터 받은 그의 마지막 소설이 이 사건의 비밀을 위한 열쇠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동기 검사와의 대화 중에서 그는 이 사건이 결코 국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사건의 배후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3의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베이징에서 피살된 소설가가 미완성 원고에 써놓은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자 장 검사는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그 원고를 일개 소설로 치부해버릴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1_p. 51)

 

 

 

 

 

3의 시나리오는 소설가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면서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다룬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압박과 그에 따른 북한의 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등 김진명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관계를 흥미롭게 표현한다.

무엇보다도 3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 부시 대통령, 김정일 등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면서 그의 상상이 현실 속에서 일어날 법한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 ,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장면 묘사와 사건 전개를 보여주면서 그가 제시하는 제 3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만든다.

 

미국은 비극적인 운명에 처해 있는 나라야.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이 모두 군사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이상한 나라지. 군사적 적대 상황이 종료되는 그 순간, 미국은 병든 강아지처럼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음에 처하고 말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2_p.211)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3의 시나리오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놓인 현실을 자각하도록 도와주면서, 독자 스스로가 이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인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1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통해 묵직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
이케가야 유지 지음, 박소현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항상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생각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합리적 사고를 통해 내린 판단의 결과가 결코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세트 상품을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손해였기도 하고,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여 늘 가던 카페만 가게 되고, 이왕이면 멀끔한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붙이고 싶어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뇌 과학자 이케가야 유지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일종의 뇌가 가진 습관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을 통해서 말한다. 사고나 판단의 습관인 인지편향이 바로 그 원인이며, 이는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고 최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쉽게 함정에 빠지고, 수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 우리는 자신의 습관에 무지각하다는 사실에 무지각한 셈이다.

 

진짜 이유는 본인도 알 수 없는 무의식 세계에 담겨 있다.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곳에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허구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신의 허언증을 깨닫지 못하는 가련한 존재인 셈. 깜찍한 우리의 모습이다. (p. 25)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은 인지편향의 여러 항목 중 80여개를 골라 퀴즈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돈을 선택할 것인가?’,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네 탓’, ‘평생 친구는 몇 명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상황을 독자들에게 제시한 후 그에 대한 답을 고르도록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내 뇌 역시 흔한 착각의 늪에 빠져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무지각하다는 사실에 무지각하다. 그러고 보면 최대의 타인은 인 셈이다. 만약 타인에게 분노를 느낀다면 꼭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아니, 실제로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모두가 마음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이 화낼 만한 근거일까?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났을 뿐이다. (p. 45)

 

이케가야 유지는 굉장히 쉽고 재밌는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인지편향과 그에 따른 우리들의 심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반복되는 퀴즈로 뇌의 기묘한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보시라. 생각보다 똑똑하다고 믿었던 내 뇌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그 누구보다 착각의 제왕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80 문제의 인지편향 외에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225개의 인지편향 항목까지 읽고 나면 뇌가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뇌의 습관을 이해하면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는 예방책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뇌를 알면 알수록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다. 그리고 인간이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p. 13)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쯤 되면 나의 뇌는 스스로 착각의 제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겠지라는 생각조차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가고 자책하지 말자, 우리 모두 착각의 제왕들을 가진 귀여운 사람들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