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뇌 상식사전
이케가야 유지 지음, 박소현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항상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생각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합리적 사고를 통해 내린 판단의 결과가 결코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세트 상품을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손해였기도 하고,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여 늘 가던 카페만 가게 되고, 이왕이면 멀끔한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붙이고 싶어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뇌 과학자 이케가야 유지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일종의 뇌가 가진 습관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을 통해서 말한다. 사고나 판단의 습관인 인지편향이 바로 그 원인이며, 이는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고 최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쉽게 함정에 빠지고, 수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 우리는 자신의 습관에 무지각하다는 사실에 무지각한 셈이다.

 

진짜 이유는 본인도 알 수 없는 무의식 세계에 담겨 있다.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곳에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허구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신의 허언증을 깨닫지 못하는 가련한 존재인 셈. 깜찍한 우리의 모습이다. (p. 25)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은 인지편향의 여러 항목 중 80여개를 골라 퀴즈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돈을 선택할 것인가?’,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네 탓’, ‘평생 친구는 몇 명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상황을 독자들에게 제시한 후 그에 대한 답을 고르도록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내 뇌 역시 흔한 착각의 늪에 빠져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무지각하다는 사실에 무지각하다. 그러고 보면 최대의 타인은 인 셈이다. 만약 타인에게 분노를 느낀다면 꼭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아니, 실제로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모두가 마음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이 화낼 만한 근거일까?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났을 뿐이다. (p. 45)

 

이케가야 유지는 굉장히 쉽고 재밌는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인지편향과 그에 따른 우리들의 심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반복되는 퀴즈로 뇌의 기묘한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보시라. 생각보다 똑똑하다고 믿었던 내 뇌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그 누구보다 착각의 제왕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80 문제의 인지편향 외에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225개의 인지편향 항목까지 읽고 나면 뇌가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뇌의 습관을 이해하면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는 예방책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뇌를 알면 알수록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다. 그리고 인간이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p. 13)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쯤 되면 나의 뇌는 스스로 착각의 제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겠지라는 생각조차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가고 자책하지 말자, 우리 모두 착각의 제왕들을 가진 귀여운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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