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wsj.com/articles/zhao-wei-china-biggest-movie-star-erased-from-internet-11631713293?mod=e2tw&mod=e2fb

황제의 딸(还珠格格)의 주인공 제비(小燕子,소연자, 중국어 샤오옌쯔)를 연기한 조미(赵薇,자오웨이)가 주식투자 불법행위 또는 탈세, 또는 시진핑의 연예계 정풍 운동 등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되었다는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그가 출연한 드라마 ˝황제의 딸˝와 ˝화목란˝ 등 영화 등이 사라졌고, 심지어 조미와 친했던 배우 등 유명인사들조차 조미에 관한 글을 지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30-40대가 되었을 중국인들은 이를 가리켜 ˝제비의 죽음(小燕子之死)˝으로 규정하고, 대만인 유튜브 ˝有一个姑娘2021˝ 노래 댓글에도 제비를 추모하며 이 영상에 댓글을 날리기까지 했다. 황제의 딸에서 주인공인 제비보다 이쁘다는 평가 받은 자미(임심여 역)의 하녀 금쇄로 출연한 범빙빙(판빙빙)도, 2010년에 중국 유일의 여황제 측천무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무미랑전기˝에서 ˝무미랑(측천무후)˝를 연기를 하면서 유명해졌다가, 사라진 것도 충격이 컸는데, 범빙빙보다 조미가 황제의 딸을 계기로 먼저 유명해진 걸 고려하면, 9월에 워싱턴포스트가 이 기사를 게재했다는 것은 중국 연예계는 물론 중국과 대만에도 미친 파장이 그만큼 큰 것 같다.

2018년에 경요의 친척이 2011년에 만들어진 ˝신황제의 딸˝을 이은 새로운 황제의 딸이 제작 예정이라고 발표했을 때, 때마침 범빙빙이 실종된 때라서 ˝범빙빙을 더는 황제의 딸에서 볼 수 없기에 새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다고 한다. ˝신황제의 딸˝에서 구작 황제의 딸 3편의 제비 연기한 황혁(중국어 황이)과 달리 생생한 제비 연기를 한 이승(李升,중국어 리셩. 그래도 조미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고 하지만...)과 청공주 연기를 통해 성공하고, 한국의 장나라를 연상시킨다는 외모로 평가를 받는 고졸 출신 배우 조려영(赵丽颖. 자오리잉, 이미 그의 팬클럽은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과 향비 연기한 위구르인 배우 메디나 마마티 등도 분명히 긴장할 것 같다.

먼저 실종되었던 범빙빙이 벌금 내고, 올해 신작에도 출연한 것처럼 조미도 언젠가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만독립에 우호적이라는 설이 있는 걸 보면 쉽지는 않을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범빙빙이든, 조미든 지금은 아주 성공한 사업가이고, 어느 정도 후진타오와 장쩌민 등 공산당 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해 성장했기에 노동운동의 관점에서는 크게 안타까워할 것은 아니지만, 한때 드라마를 좋아했던 많은 평범한 중국인 노동자계급이 사실상 ˝국가야말로 최고의 아이돌˝(화제가 된 어느 열렬 친정부 중국인의 글)인 양 행세하고 정치탄압을 하는 시진핑 정권의 만행에 언제까지 참을 지 모르겠다. 그리고 확실히 시진핑 파벌 내의 다툼, 혹은 헝다와 전력난과 미국과의 경쟁으로 그나마 정권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발전에 타격 받을 경우, 확실히 시진핑에 대한 민중의 저항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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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의 생일인 오늘은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 하먼의 기일이기도 합니다.

크리스 하먼은 트로츠키가 지켜내고 토니 클리프가 발전시킨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 속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가 남긴 뛰어난 저작들은 오늘날 사회를 바꾸려는 많은 이들에게 등대가 돼 주고 있습니다.

크리스 하먼은 또한 조직가였습니다. 하먼은 영국의 최대 극좌파인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지도적 당원으로서 혁명 정당과 전투적 대중운동 건설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 하먼을 소개합니다.

👉 한국어로 번역ㆍ출간된 크리스 하먼의 주요 저작들
https://wspaper.org/article/7244

👉 고(故) 크리스 하먼의 마지막 역작 《좀비 자본주의》: 좀비 자본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
https://wspaper.org/article/11218

👉 서평 《크리스 하먼 선집》: 거인이 남긴 발자국
https://wspaper.org/article/17464

👉 알렉스 캘리니코스: 추모사 : 크리스 하먼 1942-2009
https://wspaper.org/article/7208

👉 크리스 하먼(1942~2009년) 조사(弔詞): 크리스 하먼을 기억하며
https://wspaper.org/article/7243

👉 고(故) 크리스 하먼: “실천을 위한 길잡이”였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https://wspaper.org/article/22881

👉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등불이었던 크리스 하먼
https://wspaper.org/article/2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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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린지 저먼 지음, 이장원 옮김 / 책갈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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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책갈피에서 생태 관련 책에 이어 또 다른 책을 출판했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차별에 반대한 역사와 이론에 대해 알려면 읽어야 책이 많아지고 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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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Contagion, 2011)


이번 달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Contagion, 2011)”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쯤 코로나19와 연관된 영화 한편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영화중에는 ˝컨테이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전염병은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앞으로 간격은 알 수 없지만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되고. 이러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쉽게 갈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하였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전염병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 스컷 Z 번스는 각본을 쓰면서 할리우드식 과장이 없는 현실 가능한 내용으로 만들기로 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천연두 박멸 계획을 진행하여 1979년에 천연두 박멸을 성공시킨 래리 브릴리언트와 400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새로 확인한 바이러스 헌터로 .알려져 있는 컬럼비아대학 병리, 신경학 및 역학 교수인 이안 립킨의 자문을 받아 영화의 내용을 만들게 됩니다.

특히 이안 립킨 교수는 사스가 유행할 때 중국정부의 초청으로 2003년 북경에서 전염병 관리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영화에 반영하고 있고, 전염병을 일으키는 영화 속 가상의 바이러스 ‘MEV-1’은 1998년에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돼 방글라데시와 인도까지 발생한 ‘니파바이러스’의 몇 가지 특징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나파 바이러스’는 박쥐가 자연 숙주로 돼지와의 잦은 접촉으로 돼지에게 감염이 되고, 집단 사육 중인 돼지에게 전파되어, 이 감염돼지를 통하여 사람에게 감염시켜 중증 호흡기 및 신경증상을 보이며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사망률이 40-89%나 됩니다.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감염도 가능한 질병입니다.

전문가의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잘 반영되어 있고, 실제 상황을 보는 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간 겪은 경험들이 영화에 반영되어 있는데, 에린 미어스 박사는 사스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되어 46세에 사망한 이탈리안 과학자가 모델이었습니다.

영화의 끝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안 립킨 교수는 이 문제를 강조하고 있고, 감염을 전공하는 한 교수는 이 내용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벌목 등으로 없어지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때문에 박쥐를 포함한 야생동물들은 도시 근교로 밀려오게 되고, 대도시 근교에는 세계적인 대자본이 만든 가금류나 돼지들의 대규모 공장식 농장들이 들어서 있어, 야생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들이 가금류나 돼지를 통하여 재조립됩니다. 이중 사람간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사람이 감염되면, 대도시에서 전파가 되기 시작하고 교통연결망을 통하여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발생하고 전파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조기 발견, 조기 대응 밖에 없습니다.

Larry Brilliant: TED Prize wish: Help stop the next pandemic

https://youtu.be/MNhiHf84P9c

1995년에 나온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는 전염병을 주제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 과학적인 진실의 전달을 소흘히 하였다고 생각되며, 조류 인플루엔자 변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한국 영화 ˝감기(The Flu, 2013)˝도 주요 골격을 아웃브레이크(1955)를 참고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0년에 나온 아웃브레이크(Épidémie, 2020)는 “컨테이젼” 다음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컨테이젼“ 대신 ˝전염병”이라고 제목을 붙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Outbreak(돌발, 갑작스러운 발생)는 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보다 많이 발생했을 때를 말하며 유행과 같은 의미로 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큰 질병의 발생을 기술하기 위해 역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일본 시리즈물은 제목이 “Outbreak”인데 부제를 “감염확대”라고 하였더군요.

좋은 한국말 제목을 정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26세에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 1989)˝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다작으로 유명한데 2000년에는 트래픽(Traffic, 2000)과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로 동시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감독하였으며, 이 감독의 볼만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스컷 Z 번스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 제작에 참여했으며, “더 리포트(The Report, 2019)”를 감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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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황제의 딸’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그리고 양안관계


서론 : 박사논문을 쓰던 와중에

올해 9월에 신장위구르자치구 민족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다가 기분 전환을 할 겸, 2011년에 제작된 드라마 ‘신(新)황제의 딸(원제 ’신환주공주, 新還〔간체자로 还〕珠格格)’을 봤다.

중국 사천성 출신의 대만의 저명한 소설가 경요가 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이 소설은 중국과 대만은 물론, 한국, 당시에도 중국과 사이가 안 좋았던 몽골, 베트남,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었었다. 나무위키에 인용된 내용에 따르면, 대만과 중국이 ‘대만 독립’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던 중에도 이 드라마에 환주공주 제비 역할을 맡은 조미 등 중국 배우와 ‘명주공주 자미’ 역할을 맡은 임심여 등 대만 배우 모두 출연하고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양안 관계를 안정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동시대에 한반도에서도 6.15 공동선언 이후의 불완전한 화해 분위기가 전개되었지만, 양안관계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공동으로 창작하는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부러웠다.)

청소년 때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1999년과 2000년에 인천방송에서 방영한 ‘황제의 딸’을 인상 깊게 봤고, 대학 전공을 중국학을 선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나는 2015년 신장 위구르족의 저항에 대해 석사논문을 썼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 때보다 더 중국의 소수민족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더 넓게 러시아가 지배했던 중앙아시아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다가 그 어느 때보다 2011년에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에서 구작과 달리 위구르인 배우 메디나 메메트(중국어: 마이띠나 마이마이티)가 연기한 향비(위구르어로는 이파르한이다. 실제 건륭제의 황귀비인 화탁씨 용비라는 인물이 존재했는데, 이 인물을 토대로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에 반대하는 위구르인들 사이에서 건륭제에 저항한 위구르 여성으로서 ‘향비’ 신화가 만들어졌다.)와 그의 애인 마이단(중국어 번역 마얼단, 구편의 ‘몽단’이란 이름보다 더욱 아랍-중앙아시아적인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구편과 마찬가지로 중국인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의 위구르어 대화에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비록 위구르어를 모르기에 드라마에 나온 번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중국 소수민족과 다수민족인 한족(이하 중국인)의 통합을 통해 ‘중화민족’을 만들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의 관점에서 이 드라마에 주목했다.


본론 : 드라마를 본 감상- 중국 문화를 동경하는 서양인의 등장과 몽골에 대한 내용이 많아지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 감상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와 구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소한 외모로 인해 청 황실과 일반 중국인들의 냉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중국문화를 존중하는 건륭제의 궁정화가인 이탈리아계 영국인 벤자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그 결과, 청 황실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suprise’와 같은 약간의 영어를 구사하고, 코코아를 마시는 설정이 생겼다.) 그는 실제 청 황실의 궁정화가로 근무하면서, 건륭제와 용비의 초상화를 그렸던 이탈리아 선교사 낭세녕(원명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그런데 중국인 배우가 역할을 맡았으며, 단 한마디의 외국어를 구사하지 않는다.)의 제자로 건륭제의 다섯째 아들 만주어로 영기(만주어: 아이신기오로 영키. 젊은 나이인 25세에 죽은 실존인물. 드라마에서 ‘영기’로 등장.)처럼 제비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외국인이고, 친구이자 상관인 건륭제의 다섯째 아들 영기와의 관계 때문에 제비와 깊은 우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중국의 경제적 부상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 정부와 정말 대조적이다.).


그리고 구작과 달리 향비와 전형적인 중국의 한 지역인 제남 출신의 선비 집안의 여성 하우하와 만주인 건륭제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 자미와 자미의 공주 책봉을 돕다가 건륭제에 눈에 띄어서 수양딸이 된 평민 출신의 한족 제비가 위구르 여성의 의상을 입은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신작에서는 구작과의 변화 못지않게 소수민족의 중국과의 동화를 강조하는 중국 소수민족 정책이 조금 더 반영된 것 같다.


가령, 향비는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 왔을 때 청 황실에 잘 보이려고 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의 이슬람교적 신념과 다르게 청 황실에서 믿는 불교 벽화를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선녀의 모습으로 춤을 추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구편에서 “나라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고 말하는 내용이 빠졌다. 그리고 구편의 향비 아버지는 최소한 자신의 딸에게 부끄러워서 그런지 딸에게 절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신편에서 몽골인 배우가 분장한 아버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위구르’라는 단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구작과 달리 몽골에 관한 내용도 많아졌다. 내몽골자치구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이고, 티베트의 새아 공주가 몽골 공주로 등장하고, 북경에 거주하는 몽골 왕자와 만주 공주가 나오면서, 청 황실이 지금의 내몽골을 지배한 칭기즈칸 가문의 왕족과 결혼함으로써 몽골의 대칸을 겸임했다는 점에서 명목상이나마 몽골과 만주의 연합정권이었던 청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훗날 가경제가 되는 십오왕자의 어머니 영(귀)비가 청의 역사 통틀어서 유일하게 최고 지위에 오른 한족이었다. 그리고 경요가 구작에서 젊은 나이에 죽은 걸로 설정했지만, 신편에서는 살아있는 것으로 설정해서 평민인 제비를 싫어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영기의 어머니 커리예트씨 유귀비 역시 드라마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몽골인이다. 그리고 몽골인들은 남녀평등 성향이 강하다는 내용(그래서 황태후는 평등 의식이 강하고, 청 황실 예법에 적응하지 못한 평민 출신의 제비를 건륭제의 친자녀가 아니란 이유로 그와 ‘어울리는’ 몽골의 한 왕자와 결혼시키려는 내용도 나온다.)과 잠시나마 몽골의 결혼풍습도 등장한다. 이는 티베트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달리 한족이 더 많이 거주하지만, 2011년과 2020년에 대규모로 일어난 내몽골자치구의 몽골인의 항의시위와 같은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을 고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의 작가 경요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는 중국 사천성에 태어나서 부모를 따라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성공한 사람이기에, 최근에 대만 대선에서 ‘대만의 트럼프’로 불린 한궈위 국민당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공산주의˝를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대만 출신 대만인으로 국민당에 비판적인 내성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단절을 주장하는 차이잉원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1편과 2편을 제작했던 1998년과 1999년, 3편을 제작한 2003년과 달리, 미국과 달리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타격을 덜 입고,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서 이 드라마를 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 민족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구작에서 제비의 원래 부모님이 건륭제의 반청 성향의 부유한 한족 집안이었는데, 친오빠 소검로부터 부모님이 건륭제가 일으킨 문자옥 사건으로 사망한 것을 알게 된 제비가 건륭제에게 잠시 증오심을 가졌다가 결국 용서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신작에서는 제비 부모에게 원한을 가진 지역 관리가 제비 부모를 무고하게 죽인 것을, 건륭제가 진상을 조사해서 제비 남매의 억울함을 푸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비가 자신의 친오빠 소검과 벤자민이 정착한 대리(지금의 운남, 귀주, 광서장족자치구)는 한족과 소수민족이 갈등 없이 사는 지역을 묘사된다. 중국인과 청 황실의 차별을 받았던 벤자민도 대리에서는 아무런 차별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대리지역은 청은 물론 중국 공산당이 집권할 때까지 소수민족의 저항이 거셌던 지역이었다. 비록 이후의 저항은 사라지긴 했지만, 시진핑의 전임 지도자인 후진타오 지도부 때 추진한 낙후된 서부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서부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신장, 티베트와 함께 발전한 지역으로 소수민족과 자연을 활용한 관광사업으로 유명하다.

이 점에서 경요가 꿈꾸는 중국은 옛 청의 영토를 그대로 계승한 중국을 지배하는 현 중국 공산당과 통일을 지향하는 대만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소수민족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 그리고 향비가 살던 신장 남부와 서몽골을 지배하면서 청에 대항했던 서몽골 계통의 준가르 칸국을 정복할 때 준가르인을 학살한 건륭제의 남순에 대해서도 일부 한족 백련교도의 반발을 부정적으로 다룬다(여담이지만, 이를 계기로 준가르 칸국이 신장 북부의 오아시스 농업 발전을 위해서 이주시켰던 위구르인들이 지금까지 신장 북부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이 되었다.). 이는 경요가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1990년대까지 중국 대륙에서 한족의 반청 반란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자주 나온 것과 매우 다르다. 마지막으로 서양인 벤자민이 영기와 제비가 극적으로 대리에서 재회한 이후에 조용히 떠나는 장면과 벤자민이 직접 제비와 자미, 건륭제와 낭세녕까지 함께 유교 경전인 예운대동편을 합창하는 것을 지휘하는 장면은 ‘공자학원’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문화 전파 기관과 ‘적의 적은 친구’라는 진영 논리로 중국을 지지하는 일부 ‘친중파 서양인’의 모습을 보여서 아쉬웠다.


마무리하며 : 2021년 현재

드라마가 만들어진 2011년 이후에 집권한 시진핑 지도부는 강화된 국력에 부응하는 중국몽과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추진하는 일대일로 추진하는 한편, 서방에 대해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정권에 반대하는 중국 내의 노동운동, 학생운동과 홍콩의 민주항쟁을 친서방파 활동가로 몰아서 탄압하고 있다.

(신)황제의 딸을 통해서 성공한 중국과 대만의 배우들 역시 이러한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신황제의 딸에서 우정출연으로 자미의 어머니 역할(구편에서도 자미와 어머니 역할을 병행)도 한 임심여는 자체 영화제작실을 운영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양안관계가 냉각된 이후에도 대만 독립론자들이 선호하는 지방방언을 더 잘하기에 중국과 대만의 표준 중국어 구사를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남태평양에서의 영토분쟁에서 중국 편을 드는 등 친중파 배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만에서 출연한 일부 친중파 대만인에 의해 드라마가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만독립론자로 중국 영화당국에 고발당해서 중국에서 영화 상영이 금지당하는 화를 당해서 현재 대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황제의 딸을 통해 성공한 중국의 배우 조미 역시 자미의 하녀 금쇄 역할을 한 범빙빙과 함께 중국의 대표하는 배우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도주 산지인 보르도의 일부 포도밭을 운영하는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조미는 최근에 시진핑 정부의 연예계 정화사업 혹은 잘못된 방식으로 주식 투자했다는 의혹으로 자신이 출연한 ‘황제의 딸’을 포함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삭제되고, 현재 행방불명 상태이다.

이를 반영하듯, 어느 대만인 유튜버가 조미가 직접 불렀고 제비를 상징하는 ‘황제의 딸’ 주제가를 개사한 ‘2021년 유일개고랑(有一个姑娘, 한국어로 어떤 아가씨가 있었어)’은 현재 양안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올림픽을 검색하는 건 괜찮지만, 중국을 모욕하는 글을 쓰면, 곰돌이 푸로 분장한 포악한 시진핑(習大大, 현재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사용을 금지한 시진핑의 애칭)과 공산당에 의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행방불명되고, 저항하면 신장으로 끌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섬뜩한 내용이다.(https://youtu.be/TjGkGu_Mmo4)

이렇듯,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과 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긴장이 높은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만독립론자이며, 국민당 통치기간 중에 지방언어 사용을 금지당하고, 민주주의를 억압당한 경험을 한 대만 내성인의 지지를 받은 차이잉원이 당선되었다. 중국 내 주요 소수민족인 위구르인과 티베트, 몽골인들의 반중국 활동 역시 국내에서 활동하기는 힘들어 보이고, 해외의 위구르, 티베트, 몽골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미국 정부에 우호적인 것 같다(일부 위구르인들은 이슬람국가(IS)와 연관을 맺는 듯하다.). 내가 견지하는 중국 소수민족과 한족 노동자계급의 단결 혹은 대만인과 중국인의 단결 역시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입장과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양안관계와 중국 소수민족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어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타협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청소년기에 아시아에서 상영된 ‘황제의 딸’과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던 같은 양안(그리고 미국과 서방 사이)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서 만들어진 ‘불완전한 평화’ 역시 말 그대로 또 다른 갈등을 깊숙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불완전하다.

따라서 양안관계나 중국 소수민족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겠지만, 현재로서 내가 선택한 일 중 하나인 박사논문을 확실히 쓸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신황제의 딸을 보면서 받은 영감과 조사한 내용을 그냥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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