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이십삼년 오월 이십구일 ::: 2023 05 29 :::

긁어 부스럼
맥닐 휘슬러, <화가의 어머니>, 1871, 캔버스에 유화, 144.3 x 162.5 cm, 오르세 미술관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안 해도 될 일을 괜히 벌여 일이 커지거나 사태가 악화할 때 쓰는 말이다. 어떤 일은 긁어서 부스럼 만들지 말고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다.
영국 코미디 프로그램에 미스터 빈이라는 우스운 사람이 미술관의 명화에 낀 먼지를 제거하려다 침이 튀고 만져서 번지고, 그걸 또 닦아내다 그림을 망쳐버린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에피소드에 나오는 명화는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가 그린 <화가의 어머니>였다. 그림의 검은색과 회색 조화가 어머니의 침묵과 고요함을 우아하게 보위한다.
나는 어느 날 그림을 한 점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놨다. 그런데 이사하면서 남의 손에 의해 걸린 그 그림이 왠지 비스듬한 듯 보였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의 눈에만 보이는 삐딱함이었다. 나는 못을 뽑아 새로 못질을 했다. 벽이 두꺼워 못이 단단히 박히지 않았다. 불안하지만 똑바로 걸린 그림을 보고 흐뭇해했는데 다음날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나뒹구는 그림 액자의 파편들을 발견했다. 진짜 금은 아니지만 황금빛의 어여쁜 액자였다.
나는 긁어 부스럼이었네 하고 되뇌었다. 나의 근거 없는 예민함이 간혹 발동되는 것인데 누굴 탓하겠는가. 그러니까 더 낫게 더 좋게 하려는 그 완벽주의란 대부분 욕심이다. 제어하지 못하는 욕심은 파멸을 가져온다. 공교롭게도 망가진 그림의 제목은 ‘깨진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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