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빛이 된 사람들



마이클 배닝, <계단 꼭대기의 빛>, 2024, 캔버스에 유화

 

 

빛은 만질 수 없는 것이면서 많은 것을 살려낸다. 생명도 살리지만, 사람이 지닌 기억을 되살린다. 특별하진 않지만 일상의 평온함, 무료함, 말들, 행위를. 이것들은 모두 소중한 것이고 삶을 채우는 요소이다.

 

빛은 종교도 마법도 주술도 아니다. 빛은 현존하는 것이다. 빛은 삶을 구체적이고 현세적이고 실리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빛으로 현혹하고 미래를 꾸미는 일들은 모두 위선이다. 일상과 분리된 행위는 거짓이다. 빛이 없는 암흑은 암흑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 반드시 빛이 들어온다. 

 

빛의 이중성 때문에, 즉 무중력의 것이면서 삶의 무게를 드러내기에 빛은 없는 존재와 있는 삶을 이어주는 게 사실이다. 빛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의 무게와 떠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이어준다. 그날, 10월 29일에는 너무나 많은 인생이 무너졌고 세상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빛이 되어 우리 삶 가운데로 스며온다. 

 

빛이 들지 않을 것 같은 계단 끝 한 자락, 비좁은 골목길 모퉁이에도 빛이 서서히 퍼진다. 그 빛들은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웃음, 목소리, 눈빛, 손짓 등. 영원히 가버렸으면서 문득문득 우리의 일상에 다시 빛으로 찾아온다. 빛은 그렇게 실재하면서 되살리는 힘이다. 그날 이태원에서 희생된 이웃들을 또다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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