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어라



르네 마그리트, <생존자>, 1950 

 

 

 

끔찍하게 핏물로 뒤범벅이 된 소총이 벽에 세워져 있다. 집안 실내는 쾌적하고 벽지는 여린 꽃무늬로 곱게 장식돼있다. 살인 무기와 가정집 배경이 얼마나 대조적인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늘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고 관람자가 깊은 사색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마법 같은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어떤 해석을 기다리고 있을까? 알긴 어렵지만, 생명 또는 일상과 죽음을 대비시킨듯하다. 

 

화가는 일반적인 그림 제목을 통해 해석의 폭을 열어놓는다. 총을 들었던 사람은 적을 죽이고 자신도 죽어서 총만 ‘생존자’로서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적을 죽이고 자신은 생존하여 살인 무기를 가지고 복귀한 걸까. 저 피는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고통의 흔적일까?

 

그림을 그린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전쟁의 기억에 아직 인류가 떨고 있을 때이다. 화가는 전쟁의 실존적 공포를 표현한다. 그림은 안락한 일상과 피의 죽음이 그림 속에서처럼 저렇게 맞닿아있고 순식간에 서로 뒤바뀔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전쟁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고 우리도 종전이 아니라 휴전 가운데 살고 있으니 마그리트의 <생존자>는 우리 피부에 와닿는 주제의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저 무기를 소각해버리고 핏물을 닦아 화사한 꽃화분을 놓으면 좋겠다. 고통과 죽음의 전쟁에 저항하고 삶과 사랑을 깨달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어라> 속 청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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