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핼러윈’ 압사: 정부와 서울시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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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내리막 경사가 있는 좁은 골목에 인파가 양방향에서 몰리면서 벌어졌다. 이런 조건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내리막 방향으로 가해지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사람들이 꽉 갇혀 버릴 수 있다. 이럴 때 적절한 안내나 안전 요원의 도움이 없으면 사람들 사이에 패닉이 커져 상황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화재나 경찰의 폭력 진압 등으로 탈출 압박감이 있을 때도 압사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적절한 사전 대비가 있었다면 사고를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염건웅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도 10월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좁은 골목에서 내리막길에 있다 보니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 …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현장은 사고 전날에도 인파가 심하게 몰려 부상자가 발생했었다. 사고 당일에도 상황이 심각해지기 한두 시간 전부터 군중 몰림이 시작되고 있었다.
만약 서울시 등이 상황을 파악하며 대처하는 안전 컨트롤 타워 구실을 미리 했다면, 그래서 사람들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안내하고 구급차와 구급 요원들을 미리 배치했다면, 아니 사고 발생 위험이 커졌을 때라도 한시라도 빨리 곳곳에 배치된 현장 요원들을 통해 전체 상황을 안내하며 사람들의 안전한 이동을 설득하고 적절하게 개입했다면, 피해를 막거나 그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대참사를 두고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고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때처럼 충격과 비통함을 느끼는 이유이다.
행안부 장관은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미리 대비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하면서도, 같은 날 경찰 병력들이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들 때문에 분산돼 있어서 대비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열렸던 윤석열 퇴진 집회 등을 은근슬쩍 탓한 것이다. 두 변명 모두 무책임의 극치다.
그와 동시에, 집회 통제를 우선하느라 안전 대비에 소홀했다는 행안부 장관의 변명은 윤석열 정부와 경찰의 우선순위를 털어놓은 것일 뿐이다.
막을 수 있었던 이번 참사의 책임과 비판의 화살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