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이십이년 일월 삼십일일 ::: 2022 01 31 :::
김숙영(Sookyoung Kim )의 그림이야기
생각의 깊이
조르주 드 라투르, <촛불 앞의 막달레나>, 1640
조르주 드 라투르, <촛불 앞의 막달레나>, 1640
조르주 드 라투르의 그림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보여준다. 그녀는 섬뜩하게도 무릎 위에 해골을 올려놓고 손으로 만진다. 책상 위에 두꺼운 책 두 권과 타오르는 촛불, 십자가와 밧줄이 놓여있다. 그는 한쪽 손으로 얼굴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두 권의 책 중 하나는 성서일 것이다. 성서에 막달레나는 비싼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주는 사람이거나 예수를 만나 죄를 회개한 창녀로 묘사된다.
라투르는 빛과 어두움의 대조를 통해 신비할 정도로 고요하고 영적인 분위기를 창조해냈다. 어깨와 종아리를 드러낸 막달레나는 관능적인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고 정신적인 듯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화가는 관능과 성스러움 사이에 독특한 분위기를 줄타기하듯 절묘하게 구현한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고 십자가는 구원을 의미한다. 화가는 기독교적 상징화를 신선하게 세속적으로 그렸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내겐 그녀가 현자로 보인다. 사실 그녀는 예수의 다른 남자 사도들과 동등한 사도였을 것이다. 당시의 남성중심적 종교집단에서 뛰어난 여자, 특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여자일수록 죄인이나 창녀로 모함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기름을 붓는 일은 보통 사제의 위업인데 막달레나가 그 일을 하였기에 남자 사도들은 시기했다.
그림 속 막달레나는 죽음과 영적 구원에 대해 사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헤아리기 어려운 생각의 깊이일 것이다. 그러나 또 얼마나 불필요한 생각인가. 현자도 간혹 오늘 저녁 무엇을 맛있게 해 먹을 것인가 하는 얕은, 그러나 쓸모 있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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