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태일이가,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소장 김민정

(중략)

전태일이 어머니에게 배고프다고 말하는 후반부 장면에서 영화를 함께 관람하던 청소년들의 낄낄거림이 들렸다. 그 웃음이 거슬리지 않은 건, 적어도 이전처럼 배고픔에 눈물 흘리지 않게 된 지금의 시대는 전태일 같은 노동자가 쟁취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경제 불평등과 더불어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구호는 이제 “체제를 전복하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평범한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세계 청년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우리가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다!”로 전이된다. 이는 기득권에 변화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주체로서 스스로 인간다움을 쟁취하겠다는 의미이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는 요구는 “풍요롭고 평등한 지속가능 사회를 만들자!”라는 공세적인 대안을 만드는 저항으로 연결된다. 역사의 숙제는 이전의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선상에 놓여 있다. 영화 「태일이」는 지금, 미래를 개척할 실천에 나서려는 이들에게 그 이름만큼이나 큰 힘으로 다가갈 것이다.

https://magazine.changbi.com/20211201/?cat=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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