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서평] 《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쉬우면서도 깊이있게 여성해방의 전망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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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그렇게 많은 것이 변했는데도 왜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을까? 그냥 예전부터 그랬듯이 세상이 남성의 것이기 때문일까? 여성해방을 이루는 올바른 길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통찰을 얻는 데서 매우 유용한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여성 삶에 생긴 변화를 매우 생생하게, 그리고 광범한 사회 변화의 맥락 속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저먼은 양차 세계대전, 전후 호황기의 복지 확대와 뒤이은 신자유주의적 긴축 같은 굵직한 사회 변화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섹슈얼리티, 가족의 재편, 노동시장 내 지위와 구실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본다. 사회 변화 속에서 개별 여성과 남성의 관계도 변화해 왔다.
오늘날 현실을 묘사하는 부분은 영국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에 쓰여진 것이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과 너무 비슷해서 현실감이 돋는다.
특히 섹슈얼리티를 다룬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섹슈얼리티 분석은 저먼의 이전 저작인 《여성과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내용으로, 최근 20~30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발전한 성 상품화 현실을 고려해 새롭게 넣은 것이다.
또, 저먼은 이런 변화가 남성의 처지와 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한 장(章)을 할애해 다루는데, 이 부분은 오늘날 한국 남성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저먼은 여성해방의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계급사회가 가하는 한계때문에 그 가능성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점을 설득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 벌어져 급진 페미니즘의 형성에 밑거름을 제공한 여성해방운동의 경험도 깊이 살펴본다.
이 운동은 위대한 공민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의 경험 속에서 발견한 사회변혁의 전망을 여성해방에도 적용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들을 온전히 성취하지 못했다.
한국 여성운동의 주류가 미국 제2물결 페미니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런 역사를 통해 곱씹어 볼 점이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여성해방을 명분으로 중동에서 전쟁을 벌인 미국의 제국주의적 위선과 그 전쟁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그곳 여성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본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약점, 그리고 히잡 착용 금지 논란 등의 쟁점도 다룬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남녀 사회주의자들이 여성해방 사상과 운동에 기여한 경험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서프러제트나 여러 페미니즘 사상가들이 여성해방에 기여했다고는 잘 알려져 있지만, 사회주의자들의 기여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저먼은 이런 점을 통해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과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이 연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성 차별에 맞서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여성 차별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글이 너무 개인적이고 표면적인 문제에만 머물러 부족함을 크게 느끼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시야를 더 넓고 깊게 해 주며 여성해방의 급진적 대안을 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청량감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추천 책]
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린지 저먼 (지은이), 이장원 (옮긴이) 지음, 2021년 11월 5일, 340쪽, 17,000원,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