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홍명교 지음 / 빨간소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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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중국 저항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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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연쇄 자살 비극이 벌어진 폭스콘 선전 공장과 대규모 파업이 일어난 난하이 혼다자동차 공장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쟁에 나서게 됐고 노동조합을 만들려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젊은 대학생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용감하게 ‘자스커지노동자성원단’을 꾸려 학내외로 연대를 구축했다. 이들은 노동자 투쟁 연대 활동에서 얻은 영감을 대학가로 확산하려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대학 당국의 대응은 그야말로 국가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정부와 경찰은 노동자·학생 가릴 것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연행·감금·구속했다. 또 베이징대의 마르크스주의 학회 등 여러 대학 동아리들은 노동자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으로부터 존폐 위협을 받았다.

책을 통해 2018년 중국 대학가의 미투 운동도 만나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대학 내 교수들의 위계 성추행·성폭행에 맞선 항의 운동이 벌어졌다.

저자가 중국에 머물렀던 2018년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릴 때였다. 심지어 국영방송 CCTV는 ‘마르크스는 옳았다’는 제목의 강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 전시회에 설치된 전시품 앞에서 “시꺼먼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림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보안 노동자들의) 표정은 활기차게 웃고 떠들며 단체 사진을 찍는 공산당원들과 달랐다.” 저자의 지인인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저 보안원들은 다 임시직일 거야.”

저자는 “한쪽에선 마르크스 관련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다른 한쪽에선 마르크스주의 관련 학회 대학생들이 노동자 운동 탄압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고 물음을 던진다.

또 책은 오늘날 중국을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다만 저자가 중국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가 이 책에 분명히 나와 있지는 않다.

그런데 마오쩌둥이든 덩샤오핑이든 형태는 달랐지만, 여타 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쟁해 강력한 산업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즉, 개혁·개방으로 없던 계급 갈등이 생겨난 게 아니다.

마오쩌둥 시절이나 지금이나 중국을 국가자본주의 사회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세계 자본주의 경쟁 압력에 대응해 중국 국가는 경제 전반에 개입해 왔다. 시기에 따라 그 형태가 변해 왔지만, 중국은 본질적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서 다른 국가와 자본들과 경쟁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해 왔다.(이에 관해서 《천안문으로 가는 길》(찰리 호어 지음, 책갈피)을 추천한다.)

최근까지 중국에서 등장한 마르크스주의 서클들은 (이 자체도 단일하지 않지만) ‘마오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저항하는 노동운동을 지지하는데, 오늘날 중국공산당의 기치가 ‘진정한 마오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통치를 정당화하려고 ‘마오주의’를 내세웠는데, 모순이 뒤따르니 골칫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마오주의는 노동계급의 혁명적 투쟁과는 무관한 스탈린주의 전통의 산물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안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젊은 저항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중국의 참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번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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