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스주의 유전학자 리처드 르원틴(1929~2021)을 위한 조사(弔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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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고한 리처드 르원틴은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유전학자로, 유전자가 인간 행위를 모두 결정한다고 보는 사회생물학을 논파하고, 사회주의적 생물학 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해졌다.

이 글의 필자인 존 패링턴은 르원틴의 이론적 기여와 차별에 맞선 활동가로서의 삶이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이 점이 오늘날 사회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지적한다.

필자인 존 패링턴은 옥스퍼드대학교 분자생물학 부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다.

필자는 1980년대에 대학 다닐 때 한 학우의 권유로 르원틴과 스티븐 로즈가 [1984년] 공저한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국역: 한울아카데미, 2009]를 접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의 힘을 깨달았다. 그 책은 당시 유명세를 얻고 있던 소위 “사회생물학” 운동을 논파했다. 사회생물학 주창자들은 인간의 행동과 사회를 생물학적 원리로 환원하려 했다.

리처드 레빈스와 공저한 《변증법적 생물학자》[1985년 출판, 국내 미번역]와 《3중 나선》[2000년 출판, 국역 있음]과 같은 나중의 저작에서 르원틴은 사회주의적 생물학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 이론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연사에 관해 제시한 선구적 통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르원틴은 영감을 얻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DNA가 어떻게 “청사진” 구실을 하는지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에 근거해 내놓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통찰을 풍부하게 발전시켰다. DNA는 인간의 세포를 둘러싼 환경, 인간의 신체, 그 신체가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르원틴의 삶이 오늘날 사회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부분은 어쩌면 그가 단지 이론가가 아니라 활동가였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 의식의 발전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르원틴 이론은 근본적으로 보면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흑인 인권 운동의 경험이 그가 성장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여성 차별과 성소수자 차별 반대 투쟁도 중요했다.

비록 지금은 과학계의 좌파가 당시의 급진주의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파장으로 우리가 직면한 전 사회적 위기의 규모를 볼 때, 새로운 급진주의가 부활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리고 우리가 미래의 도전에 직면할 때 르원틴의 이론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추천 책]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 생물학.이념.인간의본성

스티븐 로우즈, 리처드 르원틴 (지은이), 이상원 (옮긴이) 지음, 2009년 3월 30일, 382쪽, 15,000원, 한울(한울아카데미)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7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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