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마르크스주의자 인터뷰: 보안법 탄압 1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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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 시진핑·캐리람 정부는 이 법을 제정해, 송환법 문제를 계기로 일어난 홍콩의 대중 운동을 제압하고자 했다. 이 법이 시행된 1년 동안, 정부를 비판해 온 〈빈과일보〉가 폐간되고 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조슈아 웡의 데모시스토당을 비롯해 몇몇 야당들은 탄압 속에 당을 해산해야 했다.
홍콩 마르크스주의자 람치렁(아래 사진)에게 현재 홍콩 상황과 전망에 관해 물었다. 그는 홍콩 ‘레프트21’ 회원이며 《후기 천두슈 선집》의 편집자다. 람치렁은 홍콩 태생으로 광저우 지난대학교를 다녔고, 1989년 텐안먼 항쟁 연대 운동에 참가했다. 이후 홍콩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사회주의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홍콩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홍콩 주민들이 지난 40년 동안 누려 온 언론·신문 발행의 자유가 이제는 위태로워졌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이른바 국가 분열, 국가 전복, 외국 단체와의 결탁 등을 밝히는 발언[행위에 한정되지 않음]도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국가 분열’, ‘국가 전복’, ‘외국 단체와의 결탁’으로 볼지 그 정의는 모호하다. 중국 당국은 이를 고의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국민들이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통제를 강화한다.
친정부 인사의 말에 의하면, 국가보안법은 반대파 공격만이 아니라 적어도 2년 동안 ‘정치적 숙청’을 진행해 홍콩의 사법·사회·문화·사상·교육·언론 등의 영역을 전면 개편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홍콩 정부는 ‘기본법 23조’(홍콩 정부 스스로 홍콩의 안전을 지키는 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를 다시 입법하려 하면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본법 23조’는 2003년에 시민 50만 명이 시위해서 입법을 철회시킨 바 있다.
이번에 폐간된 〈빈과일보〉는 어떤 신문이었고, 시진핑 정부는 왜 이 신문을 공격했는가?
〈빈과일보〉의 정치적 입장은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반대하고 홍콩 정부에 비판적이며, 공산주의(진위를 가리지 않고)에 반대하고, 친미이며,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한다. 〈빈과일보〉는 또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여성 유명 연예인과 몇몇 인사들을 희화화해 유료 뉴스를 만드는 타블로이드 기풍을 가진 신문이다.
[홍콩에서] 사회주의 좌파는 〈빈과일보〉를 포함해 어떤 신문이든 정간되는 것에 반대하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 하지만 우리들은 〈빈과일보〉의 정치적 경향을 무원칙하게 지지할 수는 없다.
〈빈과일보〉 폐간은 홍콩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홍콩 시민 대다수는 〈빈과일보〉에 동정을 보냈다. 6월 24일 발행 마지막 날에 100만 부가 인쇄돼 당일 모두 판매됐다. 어떤 시민은 자발적으로 신문사에 가서 기자들을 응원했다.
올해 6월 4일 톈안먼 항쟁 기념 집회와 7월 1일 홍콩 반환 기념일 등 민주적 집회가 금지됐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탄압하에서 〈빈과일보〉를 대규모로 성원하는 활동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수 시민의 마음은 정부의 독재에 반대한다.
홍콩 당국이 ‘가짜 뉴스’ 단속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홍콩 현행 법률에는 가짜뉴스 배포를 처벌하는 법이 있는데, 예를 들면 비방, 허위 투자 소식 발표, 의료나 약물과 관련된 가짜 뉴스 등에 관한 법 조항이 있어서 또 다른 ‘가짜신문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홍콩에서 벌어지는 탄압 등을 근거로 서구 민주주의 진영이 중국의 권위주의와 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모두 중국의 홍콩 탄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표하는 미국의 독점자본은 중국의 관료 집단과 수천수만의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 시장을 진정으로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송환법 반대 운동 기간에 트럼프는 중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홍콩 대중 운동을 “폭동”이라고 불렀다. 예상하건대, 바이든도 [홍콩에 대해] 입으로만 떠들 뿐일 것이다.
2019~2020년 홍콩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프에 기대하면서, 트럼프가 중국 정부를 압박해 홍콩 대중 운동 탄압과 국가보안법 통과를 중단시켜 주기를 바랐다. 홍콩의 극우 ‘본토파’는 미국에 대한 비현실적인 희망을 부채질하고 심지어 트럼프의 우익 포퓰리즘을 미화하기도 했다. 예컨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트럼프에 반대하는 중국의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퇴진하면서 이들은 절망에 빠져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대륙과 홍콩의 대중이 단결해 공동으로 중국 전체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2년 전 홍콩 대중은 송환법에 반대해 인상적인 투쟁을 벌였다.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홍콩은 2014년 ‘우산 운동’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운동의 실패를 경험한 데다 정부의 강력한 탄압까지 더해진 터라, 앞으로 몇 년 내에는 큰 규모의 대중적 항의 운동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대체로 홍콩 민주주의의 앞날은 중국 대륙의 통치 위기나 경제 위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관료 통치가 약화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상당히 엄혹해지고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과거 대중 투쟁의 경험은 마치 사회주의 좌파의 주장을 입증해 주는 듯하다. 첫째, 느슨하고 서로 책임지지 않는 게릴라적 행동이 아니라 대중의 자기 조직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자의 자기 조직과 파업 등 직접 행동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민주주의 요구와 반자본주의적 사회·경제적 요구가 결합돼야 한다. 셋째,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투쟁에 연대함으로써 홍콩과 중국 대륙의 진보적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홍콩의 사회주의 좌파는 비록 영향력은 작지만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약간의 발전을 했다. 그 후 ‘본토파’ 운동의 부상을 보며 범좌파들은 내부적으로 정치적 혼란을 겪었고(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본토파 운동에 흡수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중 운동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오늘날 사회주의 좌파는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신세대 청년들과 함께 대중의 최대 관심 의제에서 시작해 조직하고, 동시에 (혁명적 사회주의와 우익 포퓰리즘의 구별처럼) 사상을 명확하게 해야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