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 한미동맹 강화 선택한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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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문재인은 안보·경제 등에서 동맹 강화를 약속했고,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을 포괄적으로 지지해줬다. 이런 점들을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훗날 한반도와 그 주변의 불안정에 “새로운 장”을 연 계기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은 바이든 정부가 성 김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하고 “남북 대화와 협력 지지”를 표명한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남북 관계에서 한국의 자율성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은 선언적 수준으로 언급되는 데에 그쳤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약속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계약이 이뤄진 다른 분야 협력 약속과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은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공식 문서에 대만 관련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장관 정의용은 대만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문제를 두고 “아주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은 지금껏 대만 문제를 국내 문제이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의 하나로 공표해 왔다. 한미 양국 정상이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공언한 것을 두고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한 까닭이다.
게다가 대만 관련 표현은 향후 미국이 한국에 해당 지역에서 군사적 협력을 요구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 셈이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만 분쟁 개입 지원’,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 등 앞으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요청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우려스런 결과다.
한·미·일 3국 협력과 쿼드(Quad) 등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에 대한 협력도 강조됐다. 특히, 쿼드 문제가 시선을 끌었다. 쿼드는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을 반중국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이 기구에 공들여 왔다. 이번 공동성명은 쿼드를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로 묘사해 앞으로 한국이 쿼드에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동성명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 예전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행 계획이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한·미 파트너십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미 민주주의·거버넌스 협의체(DGC)’를 두어 “국내외 인권 및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관한 조율 메커니즘”으로 삼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기구는 신장 위구르, 홍콩 민주주의 문제 등 미국이 경쟁국을 압박하려고 이용하는 국제 인권 현안에서 양국이 의견을 조율하고 보조를 맞추는 데 쓰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종료된 것을 정상회담 성과의 하나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새롭게 만들어질 한국의 중거리 미사일들의 사거리에는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포함된다. 바이든 정부는 그래서 미사일 지침 폐기에 동의해 줬을 것이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 연관 있다.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5G·6G 네트워크, 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고 공급망 재편과 기술 개발에 애쓰고 동맹국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는데, 한국도 이에 어느 정도 화답해 공동 기술 개발과 공급망 논의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아예 두 정부는 “청와대와 백악관 간 한미 공급망 태스크 포스 구축을 모색”하기로 했다(‘한·미 파트너십 설명자료’). 중국의 반발이 있겠지만, 재벌들도 첨단 기술과 시장 확보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이런 선택을 지지하는 듯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런 한국 나름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며 한미동맹 강화를 선택했다. 여전히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하겠지만 말이다.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자 주류 언론과 재계는 모두 환영했다. 〈중앙일보〉 등은 모두 ‘한미동맹의 토대를 굳건히 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며 안도했다. 전경련도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아갔다’며 환영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도 대체로 이번 회담이 성과를 냈다고 본다.
그동안 레임덕 위기에 빠졌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우파와 재계의 찬양에 힘을 얻고 한미동맹 강화 등 더 우경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불안정 증대와 부담은 문재인을 비롯한 지배자들이 아니라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