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식탁 - 오늘날 우리가 음식을 만나는 법 팸플릿 시리즈 (자음과모음) 8
구슬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냉면 먹고 음식에 관한 책 읽기.

근대의 식재료 일반이 그랬던 것처럼 향토 음식 역시 대도시의 상품으로 전유되는 과정에서 그 요리와 관계 맺고 있던 기존의 맥락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중략) 향토 음식의 양적 성장이 상당 부분 요식업자들의 전략적 공급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탈맥락화를 더욱 심화, 가속시켰다. 도시로 진출한 향토 음식은 더 이상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쓰지도, 지역만의 특수한 조리법을 거치지도 않는다. ‘마산 아귀찜‘이 대표적인 예다. 마산에서는 겨울철에 30일 정도 자연 건조한 아귀를 사용하고 된장을 많이 넣은 양념을 발라 쪄내며 전분을 넣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마산 아귀찜‘은 생아귀를 사용하고 빛깔을 좋게 만들기 위해 양념에 된장을 적게 쓴다.(33쪽)

이렇듯 주변부의 먹거리인 향토 음식이 중앙 음식 체계의 열렬한 호출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서울의 음식 체계에 그 구성 항목들이 하나하나 추가되는 일련의 과정은 각 시기마다 유행했던 음식상품의 형식을 살핌으로써 가늠될 수 있다.(34쪽)

덧붙여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외국 음식이 있는가도 생각해보자. 각 음식이 소개, 정착된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국과 미국, 유럽의 음식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지의 이른바 에스닉 푸드, 그리고 터키, 모로코, 러시아 음식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세계 음식들이 서울에서 팔리고 있다.(34-35쪽) 결국 오늘날 대도시가 보여주는 음식 체계의 성격을 정리하자면 이처럼 ‘지극히 상품화된 형태를 지닌 온갖 음식의 혼재‘라 할 수 있다.(35쪽)

구슬아, 《자본주의와 식탁》, 자음과 모음, 33쪽-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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