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에서 2박3일 간 함께 있으면서 정이 든 친구가 있다. 눈가에 애수가 깃들어 있는 에르한. 터키에서 태어나 스위스로 이주한 부모의 2세로 취리히에 사는 그는 언어능력이 탁월하다. 부모의 나라 터키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기본이다. 그리고 중국어는 잘 몰라도 그 어려운 신장 위구르어는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석 달 간 신장 지역을 여행하면서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한다. 신장에서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카라쿨, 타슈쿠르간을 여행할 때는 현지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위구르 사람보다 더 말을 잘해 단단히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예민해진 신장 지역에 터키계 스위스 국적 청년이 유창하게 위구르말을 했으니 당연히 의심했을 것이다. - P24
중국 땅이지만 전혀 중국 같지 않은 신장 위구르 지역. 지금도 이슬람 분리주의 단체인 ETIM이 독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동서로 갈라져 있는 비운의 땅 투르키스탄. 구소련에서 독립해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서투르키스탄의 5개 공화국과 달리 강력한 중국의 탄압에 짓눌려 꼼짝 못하고 있는 동투르키스탄에서 신장의 완전 독립은 어렵게만 보인다. 그 옛날 왕성했던 국제 무역시장은 초점을 잃어버린 눈동자 같다. 조랑말이 끄는 마차는 중국에 짓눌려 있는 신장의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한족이 소수민족에 가깝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 P29
안내인에게 키르기스스탄의 투르가르트 국경선을 물으니, 지금은 오직 중국 사람과 키르기스스탄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일본 사람이냐고 묻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신장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날카로운 칼날처릠 예민한 정치 색깔을 가진 곳이다. 언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지역이어서 더욱 피로가 겹쳐 긴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다 신장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 카스가 점점 한족화 되어 가는 것이 피곤함을 더욱 부채질한 것인지도 모른다. - P32
북적거리는 다른 신장 지역 기차역과 달리 쿠처 역은 동떨어진 외딴 섬 같다. 공안들과 역무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승객을 짐짝 다루 듯 죄인 호송하듯 한다. 문 밖에서 아무 말 없이 그저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이 보기에 안쓰럽다. 너희들에게 이렇게 편하고 빠른 기차를 타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공산당에 감사하며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태도다. 중국의 한족과 신장 지역의 위구르인들과는 겉으로는 융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구르인들은 한족을 무척 경멸하고 싫어한다. 겉으로 웃는 한족들의 마음속에는 능구렁이가 들어 있고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파인 위구르인들의 마음은 순진무구하다. 사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두 종족이다. - P36
퀴툰은 몽골어 이름이며 원명은 ‘카라수‘다. 기차역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국 서부의 화물 집결 중심지로 중국 전역에서 화물차가 모여든다. 또한 아시아에서 제일 큰 토마토즙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하루에 토마토즙을 144톤 생산하여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한국, 칠레 등에 수출하고 있다. - P44
대부분의 신장 지역이 빠르게 변하는 모습과는 달리 이닝은 옛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나를 반겨주었다.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에 따라 고속도로와 높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는 마당에 이닝으로 들어가는 국도는 대부분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다. 이닝으로 가는 길에서는 엉덩이가 쥐가 난다는 말이 무색하다. - P45
호르가스는 서북쪽의 제일 큰 국경선이며 아시아와 유럽 간의 무역에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한다.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낮아 빠른 시일 내에 유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중앙아시아 5개 공화국과는 이미 무역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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