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한 삶의 위로
이성규 지음 / 아비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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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지친 어른들을 위한 성장 에세이

아비요

이성규 지음

남자는 철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철들자 노망이라는 말도 있고, 남자가 철들으면 죽을때가

된거라고 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본다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까 싶다.

책의 제목도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자신의 유리구슬을 보리지 못하고 손자들이 분명히 가지고

놀거라고 생각하고 남겨두는 것만 봐도 나이가 먹어도 어쩔수 없구나 싶다.

여자입장에서 보면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보이가도 하지만 어린 시절이 지낸사람이라면

비슷한 놀이를 하며 자랐다면 향수에 젖기 충분한 내용이다.

나도 한적이 있지 하면서 하나 하나 꼽아보니 나도 꽤 놀았구나 싶기도 하다.

엄마 등 좀 밟아라, 예방주사는 진짜 싫어, 회충약과 채변봉투, 그물질 한번에 물고기가 한가득,

할어버지가 돌아가셨다, 고양이는 되고 개는 왜 안 될까?, 감나무 소동, 목욕하는 날, 가을 운동회,

전학가는 아이들, 수제비는 싫어, 불 깡통을 잘 돌리려며, 불장난은 감출수 없어 등 나도 같이

겪은 이야기들이 천지이다.

어려서 아빠는 4남매 중 유독 나를 불러 등을 밟으라고 시켰다. 여기저기 밟으면 내려가라고

하면 얼른 업드려 아빠 등에 업퍼졌다. 그러면 4남매들이 달려들어 아빠를 눌러대곤 했다. 엄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엄청 재미있던 추억이다.

동네에 개울가가 있어서 종종 고기를 잡으러 갔다. 우리집에는 쪽대라는 것이 있어서 아래쪽 수풀쪽에

대고 있으면 한사람이 위에서 수풀을 발로 밟으면서 내려온다. 그러면 쪽대안에 물고기가 들어 있다.

양이 많고 적은것은 필요없다. 그저 재미로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도 비린내가 싫다며 건드리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가 잡아오는 물고기는 너무 작아서 드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깡통에 담아서 며칠을 키운다고 했다가 그냥 내버리기 일쑤였다. 가끔 물로 가질 못해서 마당 바닥에

말라 비틀어진 물고기의 사채가 있기도 했다. 그래도 종종 잡으로 다녔다. 미꾸리, 붕어, 퉁투라지,

망둥이, 송사리 같은 것을 잡았다. 그때는 어른들과 잡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끼리 잡으려 다녔기엔

왠만한 물고기는 거의 송사리라고 불렸다.

우리집은 외딴집이어서 늦은 밤에 다니질 못하게 하셨다. 그래도 유일하게 내버려 두는 날은 쥐불놀이

하는 날이었다. 미리 미리 깡통과 솔방울을 준비하고, 철사로 끈을 달아 놓는다. 그러면 동네 논 근처

언덕에 올라 불을 붙여 뱅글 뱅글 돌린다. 앞쪽이 논이니 불 붙을 일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던져도 되지만

던지면 끝이기에 끝까지 던지지 않는다. 아니면 다시 주우러 가야 되니 말이다. 겨울 정월쯤에 하는

놀이이기에 몇날 며칠이 지나고 거의 끝나갈 쯤에 아까운 마음을 버리고 던진다. 쥐불놀이도 재미있었지만

여자들이 동네 오빠들과 남자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놀수 있는 기회이기에 절대 놓칠수 없었다. 몇 해 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모여지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놀이가 없어져 버렸다. 지금도 놀고 싶지만

쉽게 시작이 안된다. 올겨울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가서 한번 해봐야겠다. 그때는 동네 오빠들 대신

남편이 불을 붙여 줄것이다. 너무 기대가 된다.

책 한권이 많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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