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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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시절, 가장 존경하고 좋아했던 작가이자 선배인 하성란 작가의 글은 묘사가 탁월하다. 그 섬세한 묘사는 지금 문단에서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여성만이 가지는 세밀함과 섬세함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 단 하성란 작가의 단점은 스토리가 소품에 가까운, 아주 가까운 일상의 일들만 소개한다. 그것은 작가가 사는 세계가 아주 작거나, 혹은 거대한 세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혹은 수많은 등장 인물의 이야기 보다는 한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좋거나이다.

이 작품 중 옆집 여자는 하성란 작가를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이후 나왔던가 혹은 이전에 나왔던가 '곰팡이꽃'으로 상을 수상한다(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난 옆집 여자가 좋다. 마치 한 사람의 일기이자 단상이자 정신착란 증세같은 이야기. 하지만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상황은 그렇게 몰아만 간다. 옆집 여자로 인해서. 그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별 다른 이야기 없이 그 원인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단편의 힘이 강하다.

하성란 작가의 작품은 단편이 좋다. 그녀의 초기작부터 근간까지 거의 다 읽었는데, 장편은 읽고 나면 분명히 후회한다. 특히 '루빈의 술잔' 책을 다 읽기가 힘들었다.

이 작품은 글을 쓰는 초보 작가들에게 필사의 책으로 적극 권장한다. 스토리가 강한 나에게는 디테일한 묘사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녀의 작품을 자주 필사했다. 더러는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필사해야 한다지만, 나의 성향과 그녀의 작품 성향은 너무나 다른 관계로, 난 하성란 작가의 책을 습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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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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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모든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톨스토이처럼 결국은 '착하게 살아라'는 결론으로 귀결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자 싫어하는 책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여행하는 한 양치기의 삶은, 몇 번의 선택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그곳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실제 우리들이라면 좀 더 좋은 곳에 안착하기 쉽상인데, 이 책의 주인공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자신만의 보물, 그것을 찾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 모습은 지금 나의 삶의 멘토들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희생없이 얻는 것은 절대로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는다.

따뜻하고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 그래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듯하다. 내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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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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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인터뷰를 엘르에서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을 잘 둔 덕에 몇 개 국어를 하는 동시에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 이 작가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해피엔딩이 없다. 마지막 장면은 행복해 보이다가도 결국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이 소설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한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 발레리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러나 너무 열심히 음식을 거부한 탓에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긴다. 그래서 발레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소년. 그렇게 멸시했던 초등학교 친구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게 작가를 만나 살해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엉뚱하고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지만 이 책은 다소 생뚱맞다.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것으로 희노애락을 느낀다면, 난 더 이상 이 작가의 작품을 읽기가 두렵다. 그것은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질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책장 가득 그녀의 소설책이 무수히 꽃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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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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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해도 마지 않던 작가, 공지영. 그녀의 소설은 고2 겨울 그녀의 작품집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읽은 후 그녀의 삶에 매료되었다. 이혼을 거침없이 하고, 사회에 과감하게 저항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설과 동일했다. 최초로 여성에게 정체성을 부여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알려주었다. 당당했던 그녀들이 30대에 무너지는 것은 사회의 통념때문인가, 아닌가.

하지만 이번 단편집은 그런 사유가 없다. 아니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건 작가도 그만큼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말처럼 유럽 여행기에서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밥짓고, 청소하는 평범한 주부였다고.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평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그러한 삶 속에서 이루어낸 작품이라서 일 것이다. 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작가가 더 이상 센세이션을 일으킬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얼마 안되는 파워 있는 여성 작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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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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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시 학교를 들어갔을 때 이 작가를 좋아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유는 '깊이에의 강요'의 작가처럼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책이 난해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난 유독 이 책이 좋다.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강요하는 그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들끊는다. 주변의 소리 때문에 그 작가가 자살로 삶을 마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적인 그 무엇인가는, 끊임없이 사유해도 보이지 않는, 자신에 대한 끊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인생을 180도 바꾸었다. 이 책을 사고, 읽은 그 순간, 난 작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아끼는 첫 번째의 책이다. 삶이 우울해지고, 내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들쳐보고 다시 되새긴다. 내 인생의 모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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