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학선 16
백남룡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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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벗'

- 북한 대표작가의 소설로 읽는 북한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 -

 

 

 

 

 

지은이 : 백남룡

펴낸곳 : (주)아시아

펴낸날 : 2018년 4월 25일 초판1쇄

도서가 : 12,000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전세계가 불안해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전격적인 태도 변화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 회의가 열리고 싱가포르에서 북미간 정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등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평화로 가는 국면의 전환은 매우 좋은 일이긴 하지만 또 다시 언제 어떻게 상황이 급변하게 될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러한 북한이 변화하게 된 원인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경제상황 때문이라고들 하죠.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이후 급격하게 국가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합니다. 아사한 사람 수만 해도 삼백만명을 훌쩍 넘는다고 그랬었죠. 왜 이렇게 장황하게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냐고요? 그건 후기 쓰려는 책이 북한작가가 쓴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벗>이라는 소설로 제목은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가 담겼답니다. 북한에서는 '벗'이라는 단어보다는 '동무'란 말이 일반적이랍니다. 그런데 굳이 '벗'이라고 한 것은 '동무'란 단어는 이데올로기가 부여되어 본디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의미가 퇴색되었기에 공동체의 삶에서 동무를 뛰어넘은 순수한 의미의 '벗'을 사용하게 된거라 책의 발문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아시아지역의 많은 문학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아시아"라는 전문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전에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계간지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문예계간지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소설작품도 출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아시아 문학선이라 하여 20편까지 출간되었더군요. 이 출판사를 영화계에 비교해서 보자면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상영하는 영화사와 같은 존재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의 저자는​ 1949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나 10여년간 공장노동자 생활을 한 후에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백남룡이란 소설가입니다. 1979년 <조선문학>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는데요. 대표작으로 <벗>과 <60년 후>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작가라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네O버 인물검색에도 등재되어 있더군요. <벗>과 <60년 후>는 1992년에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적이 있다 나옵니다.

 

 

 

 

소설은 북한의 어문법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에 낯선 말들이 꽤 나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 )로 부연하고 있기에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의 분단의 시기가 길어질수록 언어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북한 단어 표기와 뜻풀이가 따로 정리되어 있어 남북간 어휘의 벌어진 간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발문에 따르면 이 소설은 1988년 출간되었는데 당시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이기까지 했었다더군요. 소설 내용에는 당시 북한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로 치자면 70~80년대 모습과 흡사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소설을 읽다 봄 북한 주민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도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이혼할 수 있다는 내용에선 당혹스런 느낌까지 들었죠. 북한주민들에겐 자유란 없다란 독재정권의 반공안보교육 잔재가 아직도 제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발문에선 이 소설을 북한이라고 하는 매우 독특한 사회공동체의 풍경을 담아낸 <겨레말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것보단 리얼리즘, 사실주의 소설이라 설명해주는 부분이 가슴에 더 와닿았죠. 소설의 내용이 허구적이거나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런 스토리의 연결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소설의 주인공은 인민재판소 판사로 복무중인 정진우입니다. 소설은 그가 재판소에서 이혼청구서를 앞에 두고 이혼신청한 여인이 소명하길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소설의 주 내용은 정진우판사가 도 예술단의 성악배우인 채순희가 남편인 선반공 리석춘과 이혼하겠다고 제기한 이혼 신청을 심사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사실주의적 소설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생각하며 갈등하는 채순희의 모습에서는 소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마무리는 이혼신청이 취하되고 부부가 서로 노력하며 가정을 지켜나간다는 암시와 함께 "가정은 인간의 사랑이 살고 미래가 자라는 아름다운 세계이다"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소설내용 중 인상적인 것은 정진우 판사가 제시한 해결방안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적용되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놀라운 내용은 판사가 직접 소송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을 찾아 다니며 내용 파악을 한다는 것인데요. 남한에서는 서류로만 판단을 하는데 비해 북한에서는 판사가 직접 이웃주민과 직장에서의 평판까지도 들으러 다닌다니 놀라운 얘기죠. 소설이긴 하지만 북한 최대 베스트셀러였단 점을 감안하면 전혀 현실성 없는 내용은 아닐거라 생각되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정진우 판사의 모습은 북한사회가 요구하는 최선의 인간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구요. 

 

북한의 소설에도 꽤 수준있는​ 작품이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소설을 좋아하시거나 이 작품에 관심있으신 분은 백남룡 작품 한번 읽어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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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인물 열전
소준섭 지음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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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중국사 인물 열전'

- 진시황부터 마오쩌둥까지 79명의 인물로 만나는 오천년 중국사 -

 

 

 

 

 

지은이 : 소준섭

펴낸곳 : 현대지성

발행일 : 2018년 4월 12일 1판1쇄

도서가 : 18,000원

 

 

 

 

우리나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나라는 어디일까요? 현대에 들어서는 미국이라는 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 없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 중국과 일본이 당연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우리의 역사, 문화, 사상에 이르기까지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이번 읽은 도서는 그러한 중국의 5천년 역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 79명에 대해 소개하는 책자였습니다. 사실 수록된 인물중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생각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저자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수록한 것이라고 하네요.

 

 

 

 

책은 한국에서 중국어과를 전공하고 중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분입니다. 사회경력도 중국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신 것 같구요. 집필하신 책들도 모두 중국과 관련된, 주로 역사와 관련된 도서들이었습니다. 이 분이 쓰신 십팔사략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이해하기 쉽게 집필된 책이란 기억에 별 고민없이 책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책은 <서문>, <1부. 요순임금부터 공자, 그리고 진시황까지 ; '중국'의 형성>, <2부. 중앙제국의 전성시대 ; 한,당,송 시대>, <3부. 저무는 중국 ; 명,청 시대>, <4부. 부활하는 대국 ; 현대 중국>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적 흐름대로 역사에 출현한 인물들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지요.

 

 

 

 

 

 

역사는 개개인들의 현재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인간 기록의 집합이라고 하고 있구요. 그러기에 저자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선정하고 기술하여 역사 구성을 해보고자 했다고 합니다. 책에는 이러한 작업이 "이미 사라진 역사의 기억을 영화의 생생한 주인공처럼 오늘에 다시 생동감 있게 살려내 눈 앞에서 다시 관람하면서 음미할 수 있게 한다"라 말합니다. 더우기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79. 인민대표가 된 어느 민원왕 여성>에 나오는 '왕수룽'편에 대해 책 서문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명의 농촌할머니를 통해 역사는 대중이 만들어간다는 혹은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희망의 담긴 원칙을 반영한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중국사 인물 열전"인데 좀 생뚱맞단 생각이 듭니다..

 

 

 

 

 

 

 

 

책에는 황제가 사랑한 남자 '동현', 절대 여인 '가남풍', 천지 무정의 시인 '육유', 타이완의 개척자 '정성공' 등 개인적으로 잘 몰랐던 중국 인물들이 꽤 수록되어 있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중국역사 잠깐 배운게 전부인 저로선 중국역사 인물을 그정도 안다는게 당연한거겠지요. 그런데 그런 잘 모르는 인물들이나 여황제 이야기가 더 재미있더군요.

 

 

 

 

 

 

책은 읽는데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의 초상은 대부분 수록되어 있고 그들에 대한 관련 삽화나 사진들도 어느 정도 삽입되어 있기에 그런것 같습니다.

 


 

 

역사 관련 서적들은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데요. 이 책은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만한 책이라 여겨집니다. 특히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더 재미있을것 같구요. 비록 중국사에 나오는 중국인들이긴 하지만 그들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를 나름 깨우칠 수 있을 것 같기에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욱 좋겠단 생각이 드는 도서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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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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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

 

 

 

 

 

지은이 : 김현아

펴낸곳 : (주)쌤앤파커스

발행일 : 2018년 4월 9일 초판1쇄

도서가 : 14,000원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합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꺼리는 직업은 꽤 많지요.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 이른바 3D 직종들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경찰, 소방관과 같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간호사도 그 중 하나죠. 작년 메르스 사태로 사회적으로 충격과 공황상태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갈팡질팡하는 의료계와 관련 정부단체를 성토하는 분위기였었죠. 그런데 한 일간신문에서 기사화된 '간호사의 편지'로 인해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많이 알려지면서 격려와 응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번 읽은 도서는 바로 그 '간호사의 편지'를 쓴 간호사분이 집필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입니다. 제목에서부터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처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외과 응급실 간호사로 21년여 동안 환자를 돌봐왔다가 최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간호학을 전공으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임상간호 석사과정을 수료했다고 하구요. 책 내용중에는 원래 작가를 지망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간호사로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간호사의 편지'의 주인공이구요.

 

 

 

 

책은 <머리말>, <1장. 저승사자와 싸우는 간호사들>, <2장.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메르스 샅의 한가운데에서 보낸 14일>, <3장. 간호사, 그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에 대하여>,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내용들이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일하면서 겪게 되는 그들만의 어려움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에 읽다 보면 가슴이 아리단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다 죽게 된 사람을 살리었을 때는 자신의 직업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기도 한답니다. 저자가 여성분이라 그런지 감성적인 글들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뭐 제 느낌이 그랬단 얘깁니다.

 

 

 

 

<머리말>은 저자가 그동안 생각하고 품어왔던 마음을 적나라하게 펼쳐놓은 이야기들인데요. 글은 저자가 20여년 전 간호대 학생이던 5월의 어느 날 읽었다는, 간호사로 첫발을 내딪게 될 때 선서한다는 '나이팅게일 선언문'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간호사로서 살아 온 지난 날들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수시로 뉴스에 나오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자살 이야기, 수익극대화만 바라 보는 병원들이 대폭 줄여버린 인력 운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갑질과 인권유린을 당해온 것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죠..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들어오는 생사를 오가는 응급환자들 챙기느라 피묻은 거즈가 쌓인 쓰레기통 옆에 몰래 숨어 쪼그리고 앉아 삶은 계란 하나로 허기를 달랬다는 경험담은 왜 간호사를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게 당연하달 겁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 분실된 응급 비품들을 간호사들이 사비를 갹출해 채워 놓는 얘기는 이제 새로운 얘기도 아닙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접했던 소방관들이 소모품인 방화장갑도 각자 사비로 구매해 쓴다는 걸 보면 말입니다. 공공성을 지닌 이러한 직업군들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원이란게 거의 전무한게 현실인가 봅니다. 콜센터 근무하는 상담원, 백화점 매장의 판매원, 이와 같은 감정노동자들의 자살사건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갑질사건들은 국가가 나서서 강력 처벌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승무원 응대태도를 문제삼아 무릎 꿇리고 고성지르면서 회항시켜 강제로 내리게 한 대기업 오너 첫째딸에 이어 발표가 마음에 안든다고 홍보업체 직원 얼굴에 음료 흘뿌리고 컵까지 던졌다는 갑질로 연일 방송에 오르내리는 둘째딸 얘기로 시끄러운 요즘이기에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저자가 간호사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더욱 참담한 내용입니다. 오해로 흥분한 환자 보호자와 후배 간호사가 멱살을 붙잡고 난동이 벌어졌는데 바로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병원 관계자들은 침묵만 지키고 있었답니다. 참다 못해 항변하려는 자신에게 오히려 조용히 있으라고 침묵을 강요했다는군요. 그 후배간호사는 멱살 붙잡힌채 끌려 나갔고 그 끌려 나간 후배간호사를 위해 나서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침묵의 강요, 후배 간호사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그런 간호사가 되었다는 자괴감, 지금껏 쌓이고 쌓였던 괴로움과 자괴감들이 이 사건으로 터져서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간호사라는 이름을 버리고 병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답니다..

 

 

 

 


한때 병원 간호사 자살사건의 원인으로 간호사들 사이의 좋지 않은 문화라는게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건 "태움 문화"란 건데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혼이 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인 '태운다'에서 파생된 거 같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쓰인다는거죠. "말도 마, 오늘도 아주 활활 탔어.", "왜 그렇게 태우고 난리야?" 저자도 신규 간호사 시절에는 선배들이 하는 대화를 알아먹을 수 없는게 많았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런 '태운다'였다 하구요. 저자는 말합니다. "간호사도 사람이다. 사람이니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단지 혼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온몸을 불살라 '활활 태우는' 일만이 간호사가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외과응급실 간호사는 응급실에 들어오는 순간 적응기간도 없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 현장에 바로 투입된답니다. 그건 병원이 수익극대화를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현실 대비 절대 부족한 간호 인력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랍니다. 게다가 아주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사람 목숨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응급실 상황과 맞물려 선배들은 후배들을 자상하게 챙겨줄 여유가 거의 없다는군요. 그래서 일에 대해서는 후배들을 심하게 혼내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한답니다. 그들 사이에는 이런 우스개가 있답니다. "처음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걸으라는 채찍이 날아오고, 이제 걷기 시작하면 갑자기 뛰라며 재촉해 급히 뛰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날아다니라고 한다". 제 생각엔 이 말은 직장인이라면 몸소 익히 체험한 현실이란걸 알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에 있으니까요.. 

 

 

책은 전직 간호사가 쓴 책이니만큼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 저자가 직접 겪었던 '메르스 사태'의 이야기에서는 간호사들이 소방관처럼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내놓고 일한다는게 실감나더군요. 하지만 모든 간호사들이 다 이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귀찮다고 환자를 약물로 사망시킨 악랄한 간호사도 세상엔 있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겁니다. 저자 역시 그러했던거 같구요.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이 공평하면서 서로 배려해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죠.. 책은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왜 그들이 병원에서 보았을때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그렇게 행동했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구요. 이 책은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도 여러가지 방면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라 느껴졌기에 사고하는걸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할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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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 FIELD TRIP SERIES 1
양승훈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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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그랜드 캐니언 ; 정말 노아홍수 때 생겼을까?'

- 그랜드 캐니언에서 만난 창조의 신비 -

 

 

 

  

 

지은이 : 양승훈

펴낸곳 : 도서출판 CUP

발행일 : 2018년 3월 23일 초판1쇄

도서가 : 16,500원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미국에 있는 20억년이라는 지구의 지질 역사를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자연유적지이죠. 전 세계에서 건조 지역의 침식작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매년 수백만명이라는 관광객이 미국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향하게 할 정도로 협곡의 웅장한 풍경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곳을 황당한 주장의 근거로 쓰는 곳이 있답니다. 그것은 근본주의 신학자들로 구성된 미국 창조과학연구소(ICR)라고 하는데요. 이들 창조과학자들은 구약성서 창세기편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로 인해 그랜드 캐니언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한 답니다. 이 사실은 최근 읽게 된 도서, '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인데요. 이른바 젊은지구론을 주장한다는 그들은 지구는 물론 우주가 생겨난 시기가 불과 6천년전이라고 주장한 답니다. 코페르니쿠스처럼 발상의 전환을 추구하는 단체인지, 아니면 상식을 거부하는 비이성적 집단인지는 책을 읽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요.

 

 

  

저자는 한때 창조과학에 경도된 적 있다는 물리교육과 교수를 역임한 적이 있는 현직 목사라고 합니다. 책에는 한때 자신이 주장했었고 그 운동의 한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창조과학론의 오류와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근거를 제시하면서 논박하고 있습니다. 저자 말로는 복음주의 신학과 달리 근본주의 신학은 반지성주의적 경향이 문제라고 합니다. 근본주의 신학자들은 수많은 과학자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지구와 우주가 6천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는군요..

 

 

책은 '서문부' 추천사와 저자 서문, 그리고 각계 각층의 서평으로 시작되어 '본문부' 총 6장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결어부'인 부록 3장과 저자후기,색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핵심 내용인 본문부는 <1장. 그랜드 캐니언 지질학>, <2장. 그랜드 캐니언이 대홍수로 생기지 않은 증거들>, <3장. 대홍수 흔적이 없는 그랜드 캐니언>, <4장. 수로 형성 모델과 데스트 사이트>, <5장. 대홍수론자들에 대한 답변들>, <6장. 마치면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서문에도 나오듯이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창조과학자들의 대홍수론적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로 채워진 도서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그에 대한 편향되거나 잘못된 해석,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 홍수의 증거인 양 주장하는 일부 창조과학론자들의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죠. 과학 상식을 모를 리 없는 그들도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성경에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형성되었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답니다. 저자는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성경에 표시된 문구에 치우친 해석을 하는게 문제라고 합니다..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를 흐르는 콜로라도강과 수많은 지류가 콜로라도 고원을 침식시켜서 만든 깊은 협곡입니다. 그 길이가 무려 446㎞에 이르고 가장 깊은 곳은 1,857m이르는 거대 협곡으로 지질학적으로 고원이 융기하면서 형성된 지층은 원생대와 고생대를 포함하여 18억년 이상의 오랜 세월의 지층이라는게 지질학계의 일치된 견해라고 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홍수로 일시에 형성될 수가 없는 지층과 협곡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 홍수와 무관하다는 증거로 여러 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아 홍수와 같이 짧은 기간 일어나는 대홍수로는 설명될 수 없는 증거들이 그랜드 캐니언에는 허다하게 찾아 볼 수 있다는거죠. 짧은 기간 급격한 물흐름으로는 그랜드 캐니언과 같이 구불구불한 사행천(蛇行川)이 형성될 수가 없다는 것에서부터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 중에 바람에 의해 형성되는 풍성층(風成層)이 존재한다는 것, 대홍수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등 현지 탐사로도 얼마든지 관찰 가능한 것에서부터 수로형성 실험을 통한 대홍수의 물길 형성 추론에 이르기까지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비논리적이란 것을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내용상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정보와 지식 습득에 많은 도움은 되지만 '5장'에 나오는 '예의를 갖추고 전문가들을 설득해보라'는 식의 논박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책 내용의 구성과 편집도 아마추어스럽단 느낌이 많이 들구요. 아무튼, 제 눈에 보기에도 과학상식에 비추어 볼 때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인 '대홍수론(홍수지질학)', '수증기층 이론', '격변적 판구조론'은 억지스러운 주장 아닌가 싶습니다. 특정 종교집단 내에서도 성경 해석을 참 다양하게 하기에 다툼이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접하게 되니 좀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이 책은 그러한 종교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읽으면 지질학적으로 그랜드 캐니언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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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추리 조선사 -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서 사도세자의 뒤주까지, 가정과 추론으로 재구성한 조선 이야기
김종성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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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 역사 추리 조선사'

- 가정과 추론으로 재구성한 조선 이야기 -

 

 

 

 

 

지은이 : 김종성

발행처 : 도서출판 인문서원

펴낸날 : 2018년 4월 2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많이들 들어보신 말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래도 만약에 OOO했었다면 역사는 ..."란 말 많이 하곤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지나온 역사의 흐름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방향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드는 격'이란 말처럼 이미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에 가정을 한다는게 별무소용이긴 하죠. 마치 주식시장에서 급등락을 거듭한 주식을 낙폭이 컸을때, 반등하기 직전 바로 그때 사둘걸 하고 아쉬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이번 읽은 도서는 이미 지나온 조선의 역사에 대해 가정과 추론을 가지고 재구성해보는 이야기의 책입니다. 이미 아는 내용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도 꽤 되는 내용이었죠. 

 

일어나지 않은 사건으로 다시 생각하는 '만약에' 역사!

 

 

저자는 학부에서는 철학을 전공하였지만 대학원에서 사학으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분이랍니다. 월간 '말'에서 기자생활을 하였고 한국문화재단에서 자문위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셨다는군요. 경력을 볼 때 재야사학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분 아닌가 싶었습니다. 출간한 서적을 보면 주로 사회 및 정치사적 관점에서 바라 본 역사 관련 도서들을 많이 집필하신 듯 보입니다.

책은 조선 오백년사(내용중에는 고려말 사건도 있긴 합니다만)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저자의 상상과 당시의 시대상황, 논리적 타당성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총 30가지의 사전들이 시대순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각 단락별로 6~10페이지 정도로 분량은 많지 않지만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재미있던 것 맨 마지막 단락의 <칭다오맥주가 안 나왔다면?>이었습니다. 예전 칭다오(청도)에 여행 갔을 때 현지 칭다오맥주공장에서 시음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맛이 무척 좋았었는데 국내 수입해 들어온 칭다오맥주와 그 맛이 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러한 칭다오맥주가 안나왔으면 조선이 망하지 않았거나 멸망이 늦어졌다니 왠 뜬금없는 소린가 했죠. 그런데 읽어보니 나름 그럴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와 중국 산동반도, 요동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인과 당시 세계 열강들의 각축전이란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다는게죠. 자세한 내용은 서점이나 도서관, 아니면 구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지도 못한 역사적 사실을 추론을 통해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어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로왔던 것은 <조선시대에 대비의 수렴청정이 없었다면?>입니다. 사실 조선시대에 수렴청정이 있었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로 조선 후기의 경우 멸망을 초래하였단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수렴청정이라는 제도로 인해 조선은 더 오래 존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조선 왕실이 끊어질 수 있었던 최초의 위기를 건국 76년 만인 세조가 사망하던 때라고 보고 있습니다. 세조의 뒤를 이은 임금은 예종이었지만 허약한 체질이었기에 즉위한 지 15개월만에 사망하고 13세의 성종이 등극하게 되었죠. 그 시기 세조의 부인이자 성종의 대비인 정희왕후 윤씨가 수렴청정을 행했었기에 조선 왕조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좀 의외였죠. 하지만 합당한 이유와 제시하고 있는 논리적 근거를 보니 꽤 설득력 있는 스토리라 생각되더군요.

 

 


 

 

이처럼 책은 30건의 역사적 사건들을 만약 그 사건들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나름의 근거와 추론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읽으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아닐까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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