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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3 ㅣ 존 코리 시리즈 3
넬슨 드밀 지음, 정경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
작가 "넬슨 드밀(Nelson DeMille)"이 2004년에 발표한 "존
코리"시리즈 세 번째 작품 "나이트 폴(Night Fall)"입니다. 국내엔 네 번째 작품인
"와일드 파이어"가 먼저 나왔었는데 이 작품이 "라이언스 게임"과
"와일드 파이어" 사이의 작품입니다.
뉴욕발
파리행 TWA 800가 이륙하고 얼마 안되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 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을 충격에 빠트리며 수많은 의혹들을 양산했고 미국
정부는 기체의 연료탱크 이상으로 인한 폭발 사고로 사건을 종결 시켰습니다. 5년 후, 아내이자 당시 TWA 800 사건에 투입되었던 FBI요원
"케이트"와 함께 추도식에 참석한 "존 코리"는 당시의 사건 수사에 많은 오류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폭발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빛줄기의 정체가 그대로 무시된 사실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1996년
7월 17일 20시 31분. 뉴욕 JFK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파리로 향하던 TWA 800 보잉 747-131기는 이륙한 지 12분 만에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합니다. 승무원 포함 탑승자 230명 전원 사망한 이 사건(특히 수학여행 중이던 학생들이 많이 탔던)은 폭발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을 만들어냈지만 확실한 원인이 밝혀 지지 않은채 연료탱크 이상으로 인한 폭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5년 뒤인 2001년 7월 17일,
FBI 대테러 특별 기동대의 "존 코리"는 아내이자 같은 FBI 동료 "케이트"의
손에 이끌려 TWA 800 추도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케이트"는 당시 이 사건에 투입되었던 요원들 중 한 명으로
5년이 지나서도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었습니다. "존 코리"는
추도식에서 아내 "케이트"에게 이 사건이 종결되는 과정과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조금씩 사건에 흥미를 느끼는 "존 코리"에게 같은 FBI 요원인 "리암
그리피스"는 이 사건에 흥미를 갖지 말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이것은 반골 기질이 다분한 "존
코리"의 수사본능에 불을 지피게 됩니다. 아내 "케이트"와 함께 다시 사건을 되집어 보는
"존 코리"는 무언가 의도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무언가의 실체에 다가 가지만 FBI는
"존 코리"와 "케이트" 부부를 각각 중동과 아프리카로 보내버립니다.
230명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를 위해 치른 이 행사에서는 그들의 주검을 덮는 장막 말고도 또 하나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의혹의 장막이었다. 5년 전 그 비행기가 추락한 실제 원인이 무엇인지 드러내놓고 묻지도 못하는 답답하고 억울한 분위기가 텐트
주변에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연료탱크의
가스에 스파크가 일어나서 폭파 되었다는 발표로 종결된 TWA 800 폭파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국에서 여러 음모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건입니다. 같은 시각 진행되었던 군사 훈련 중 미사일 오작동으로 인한 격추, 적대국들의 테러, 기체 노후로 인한 결함 등 많은 의혹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의혹의 중심은 2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격한 미사일이 날아가며 생긴 듯한 빛줄기의 존재였습니다. CIA는 비디오 까지
제작해서 그 사람들이 본 빛줄기는 수면에 반사된 비행기 연료액체였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이 작품 "나이트 폴"은
처음부터 미사일에 의한 격추설에 힘을 실으며 시작합니다. 아예 두 명의 불륜 남녀가 해안가에서 자신들의 섹스를 비디오로 찍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비디오에 비행기가 폭발하는 순간이 찍히게 됩니다. 독자들은 이미 비디오 테이프만 찾으면 모든 의혹이 풀린다는 걸 알면서
반골 기질과 또라이 기질로 똘똘 뭉친 주인공 "존 코리"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존 코리"가 시시껄렁한 농담들을 하며 예리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모습과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뒤가
구린듯한 FBI와 CIA의 방해를 피하는 모습을 즐기다 보면 비디오 테이프의 존재를 아는게 "존 코리" 뿐이
아님을 알게 되고, 어쩌면 그 비디오 테이프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 됩니다.
나 자신이나 케이트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오늘 밤,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고 내 본능이 나를 채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나와 케이트, 혹은 정부 안팎의 몇몇 사람들에 대한 일이 아니었다.
이건 ‘그들’에 대한 문제였다. 230명의 희생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 비행기의 빈 좌석 위에 장미꽃을 얹은
사람들, 촛불을 띄우며 하염없이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사람들, 그리고 추도식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집에서 오늘 밤을 눈물로 지새우는
사람들.
FBI
대테러 특수요원인 "존 코리"가 주인공이지만 이 시리즈들은 단순히 미국만세를 외치는 시리즈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을 까는 내용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고지식하고 겉 멋만 듣 FBI와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한 CIA는 대차게 까여 너덜너덜
해질 정도 입니다. 반면 대테러 요원이지만 뉴욕 경찰 출신의 "존 코리"는 FBI내에서도 겉도는 인물입니다.
계약직이지만 이미 경찰 연금의 70%를 타먹기에 짤려도 별로 아쉬울것 없고 누군가 곁으로 끌어 당기면 더 멀리 달려가는 반골기질, 그리고 주위
사람들 엿먹이기가 취미인 캐릭터입니다. 그런 그가 미국내에서 아직도 논란이 많은 TWA 800 폭발 사건을 다시 파헤칩니다. 애국심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버린 "존 코리"는 처음엔 자신의 수사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지만 점점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조직들에 분노를 느끼며 자신이 유가족을 위해 꼭 해야할 일임을 자각하며 사건을 파헤칩니다.
사고든 범죄든 어떤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 사회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그런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기울이는 사회라고 대내외적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살인 범죄도
처벌 없이 묵과되지 않으며 어떤 사고도 불가피했다는 변명 아래 간과되지 않는 것이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였다. 하지만 TWA
800편 사건은 아니었다.
이
작품 "나이트 폴"은 작가 "넬슨 드밀"이 100% 지어낸 이야기 입니다. 그러니
그냥 흥미위주로 읽고 넘겨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음모론을 소재로 쓴 소설로 치부해 버리기엔 읽고 난후 느끼는 감정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당황스러운 엔딩까지 읽고 나서 제가 느낀 허탈함과 분노는 어쩌면 요근래 비슷한 사건 사고들을 직접 뉴스로
봐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의 은폐나 조작은 그 어떤 이유로_비록 그것이 사회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라도_정당화 되지 못하지만
권력을 가진 조직이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개인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이미 그저 뉴스나 신문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이 너무 슬퍼집니다.
이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나머지 모두로부터 지켜야 할 비밀이야.
너랑 나랑만 알아야 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그래도
읽는 내내 낄낄거리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존 코리" 시리즈를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존 코리" 이양반의 유머가 수준급입니다. 여성분들은 싫어하실 종류의 농담들이 많다는게 좀 흠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 작품 "나이트 폴"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1996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2001년도에 다시 조사한다는 시대적 설정까지 작가 "넬슨 드밀"의 의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