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노잉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체비 스티븐스(Chevy Stevens)"가 201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 "네버 노잉(Never Knowing)"입니다. 작가의 후속작들이 "스틸 미싱"이라는 충격적인 데뷔작을 넘어설 수가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두 번째 작품이 출간 되었습니다. 이 작품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으로 매 챕터가 진행됩니다. 어떻게 보면 "스틸 미싱"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입양아로 살아온 "세라 갤러거"는 결혼을 앞두고 그동안 궁금했었던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낳아준 여자의 소재를 알아 냅니다. 그저 자신이 잘 살고 있었다는 걸 알려 주고,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세라"는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 친모가 보인 당혹감과 공포심에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싶다는 생각에 사설탐정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 날 낳아 준 생모가 저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제 친아버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요. 그건 마치 앨리가 배 속에 있을 때 갑자기 내 배를 안에서 발로 뻥 차서 순간 숨이 멎는 것과 비슷했어요. 하지만 저를 더 꼼짝 못하게 했던 건 친어머니의 알 수 없는 공포였어요. 그 여자는 나를 두려워했어요. 진심으로. 왜 그랬던 걸까요? 대체 왜?

목재 가구 기술자인 "세라 갤러거"는 태어나자 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지금의 가족에게 입양된 후 30여년을 살았습니다. 딸 "앨리"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였던 "세라"는 약혼자인 "에번"과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곧 자신의 친모가 대학교수인 "줄리아 라로슈"라는 걸 알게된 "세라""줄리아"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보인 반응은 두려움과 당혹감 그리고 공포감이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세라"는 약혼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하고 곧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세라"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은 1970년대 초반부터 캠프장에서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해한 '캠프장 살인마'로, "줄리아"는 35년 전 그 캠프장 살인마가 죽이기 직전에 도망친 유일한 여자인 "캐런 크리스티안스"였습니다.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 "세라"는 모든 걸 덮으려고 하지만 언론을 통해 "줄리아"가 살인마에게서 유일하게 도망쳐 살아남은 피해자 "캐런"이며 그녀가 낳은 "세라"는 캠프장 살인마의 딸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집니다.

"헛소리 아니야. 캐런 사진을 보니 알 수 있었어. 내 세 번째 여자였지."
"세상 사람 모두 캐런이 세 번째 희생자라는 거 알거든, 이 자식아."
"하지만 난 아직 그녀의 귀걸이를 갖고 있는데."
내 위장이 바로 목으로 넘어오는 것 같았다. 이놈은 대체 뭐길래 진짜 살인마 행세를 하지?
"당신 이게 재밌어? 이딴 저질 장난 전화나 하는 게? 그따위로 살아서 인생이 즐거워?"
"널 겁주려는 게 아니다."
"그럼 뭘 원하는데?"
"널 알고 지내고 싶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ed the cat).' 발단은 호기심때문 입니다. "세라"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그동안 궁금해 하던 친부모를 찾기로 합니다. 약혼자는 "세라"가 혹시 받을 상처를 걱정해서 동의하지 않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한 "세라"의 결심은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어쩌면 친모가 보인 반응을 보고 멈추었다면 별일 없이 끝났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친부까지 수소문 하고 결국 알고 싶지 않은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제야 후회를 하며 모든 걸 잊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해봐야 상황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버린 후입니다. 신문과 인터넷에 그녀에 관한 이야기들이 올라와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자신이 "세라"의 친아버지라고 떠드는 장난전화까지 계속 옵니다. 그러던 중에 진짜 '캠퍼스 살인마'임이 확실한 남자와 통화를 하게 됩니다. 그 전화통화는 더욱 "세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만 몇 십 년 동안 잡히지 않았던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경찰들은 그녀에게 협조를 요청합니다. '캠프장 살인마'와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면서 "세라"는 그동안 느꼈던 자신의 문제점들이 입양 가정에서 자라서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문제가 아닌지에 대해 의심을 까지 더해져,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그녀의 정신 상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라"와 그녀의 가족들은 점점 더 위험해지지만 그녀가 친부의 전화를 거부하면 '캠프장 살인마'를 잡을 수 있는 기적과 같은 기회는 영영 사라지게 됩니다.

앨리를 임신 했을 때 선생님은 엄마가 안정이 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기가 엄마에게서 부정적인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죽을 만큼 두려움에 떨던 엄마의 배에서 아홉 달 동안이나 자랐어요. 엄마의 불안함이 내 피로, 내 세포 속으로 들어온 거예요. 전 배 속에서부터 공포를 안고 태어난 거예요.

입양아로 자라면서 느꼈던 불안과 소외감 그리고 차별로 인해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한 여인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횟수로 챕터가 구분되어 진행되는 "네버 노잉"은 진행 구성 면에서 전작 "스틸 미싱"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정신과 의사도 동일 인물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틸 미싱"은 납치되어 1여 년간 감금되었던 과거를 회상하지만 "네버 노잉"은 매번 바뀌는 상황들을 겪으며 상담을 받습니다. 이런 진행 구성은 이 책들이 표방하는 심리 스릴러란 장르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거기다 클라이막스 부분이 되기 전까지 친부인 살인마와 주인공의 전화통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단순해 보이는 저 상황들만으로도 작가는 매 챕터마다 독자들을 쫄깃쫄깃한 긴장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살인자의 핏줄이 흐른다는 죄의식, 친부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죄책감과 모든 걸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주인공 "세라"의 갈등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줍니다. 사실 저는 소설이 끝날 때 까지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라며 "세라"의 결정에 짜증이 나기도 하다가, 그녀의 행동이 공감이 가기도 하는 상태를 오락가락 거리며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 이입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심리 스릴러 소설로서의 완성도 자체도 훌륭합니다.

선생님이 몇 년 전에 이야기하셨죠. 우리에게 찾아오는 이 감정까지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고.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가끔은요. 그 선택권이 저에게 있다고 해도, 이 무수한 것 중에 어떤 걸 선택한다고 해도 전부 다 너무도 끔찍한 나머지 차마 선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일도 분명히 있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걸출한 데뷔작이었던 "스틸 미싱"이 조금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 되지만 긴장감을 조성하는 솜씨나 플롯에 있어서는 "네버 노잉"이 한수 위였습니다. 그러니까 두 작품 다 아주 좋았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빨리 세 번째 작품 "Always Watching"도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초반 세 작품들은 "~ing" 시리즈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작품 모두 정신과 의사 "나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작품에선 "나딘"이 주인공인 것 같으니 전작 두 편과는 조금 다른 구성이 되겠지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시거나 전작 "스틸 미싱"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작품 "네버 노잉"이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겁니다. 어쩌면 저 처럼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읽는 내내 주인공을 응원하다가 '그만 좀 해라! 이 X야!'라고 짜증 내기를 반복하며 작가 "체비 스티븐스"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휩쓸린채 완독후 피로감을 느낄지실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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