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창조의 시간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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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리작가 협회에서 '그랜드 마스터'칭호를 수여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로렌스 블록(Lawrence Block)"의 작품들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매튜 스커더"시리즈 세 번째 작품 "살인과 창조의 시간(Time to Murder and Create)"입니다. 간간히 다른 외국 사이트에서 이 작품을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가 측에서 이 "살인과 창조의 시간"이 세 번째 작품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뭐, 사실 어느 작품이 먼저인지는 내용상 그다지 차이가 없긴 합니다.

오랫동안 경찰의 끄나풀이었던 "제이크 자블런""매튜 스커더"를 찾아옵니다. "스피너"로 불리우던 그는 어떤 정보들이 담긴 봉투를 "매튜 스커더"에게 맡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봉투를 열어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이크 '스피너' 자블린"은 둔기에 맞아 죽은 채로 강에서 발견이 됩니다. 하지만 경찰 끄나풀이자 사기꾼에 협잡꾼의 죽음은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합니다. 전직 경찰 출신 무면허 탐정 "매튜"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부자인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 "제이크 '스피너' 자블런"은 전직 경찰인 "매튜 스커더"를 찾아와 정보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주고 대신 맡아 줄 것을 부탁합니다. 매주 금요일 자신이 무사하다는 연락을 주기로 했던 "스피너"의 연락은 7주 뒤인 4월 둘째 주 부터 끊기고, 결국 시체가 되어 강에서 발견 됩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 이외엔 아무도 "스피너"의 죽음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매튜"는 봉투를 열고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 봉투에는 자신을 죽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 사람의 정보와 함께 자신이 죽게 되면 대신 복수를 해달라는 "스피너"의 메시지 그리고 의뢰금이 들어 있습니다. "매튜""스피너"가 맡긴 봉투 속에 언급된 세 사람에게 접근을 합니다.

자네가 그냥 그 돈만 챙기고 입 닦아 버릴 수도 있겠지.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난 죽었을 테니까 모를꺼야. 왜 자네가 이 일을 끝낼 거라고 생각했냐면 자네에 대해 아주 오래전에 눈치 챈 점이 있어서야. 자네가 살인과 다른 범죄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어.

마약에 취해 운전을 하다 어린 아이를 죽인 딸을 위해 뇌물을 쓴 사업가, 창녀이자 사기꾼, 포느로 배우였던 과거를 숨기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 여인, 그리고 어린 소년들과 섹스를 즐기는 유력한 차기 뉴욕 주지사 후보. 이들 세 명에게 차례로 접근하는 "매튜"는 다른 때와 달리 자신을 탐정이 아닌 "스피너"의 동업자로 소개합니다. 동업자가 죽었으니 거래를 자신이 이어가겠다고 연기를 하며 "매튜"는 수사를 진행합니다. 만일 자신의 수사가 진전이 없다고 하더라도 "스피너"를 죽인 사람이 자신의 목숨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을 노린 겁니다. 세 사람 모두 "스피너"가 가진 정보가 공개되면 인생이 망가지게 되니 그를 죽일 동기는 충분합니다. 물론 사람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스피너" 자신이 자초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냥 돈만 챙기고 모른 척 해도 되는 "매튜 스커더"는 "스피너"의 살인범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아무리 "스피너"가 범죄로 생계를 꾸려갔다고 해도 살인이란 "매튜"가 생각하는 최고의 죄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매튜" 역시 이미 엄청난 죄악을 저지른 죄인이기도 합니다.

움직이는 손가락이 쓴 글은 영원히 존재한다.
너의 모든 독실함과 기지를 모아도
한 행의 절반도 지우지 못하며,
너의 모든 눈물로도 단어 하나 씻어 낼 수 없다.

강도들을 잡던 도중 한 소녀를 죽게 만들어 경찰을 그만두고 무면허 탐정으로 활동하는 "매튜 스커더"가 이번에는 평생 나쁜 짓만 하고 살아왔던 한 남자의 죽음을 조사합니다. 그러면서 "매튜"는 뉴욕에 살고 있는 여러 인간 군상들과 조우하게 되고 그들의 주위를 멤돌면서 느리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시리즈의 주인공 "매튜 스커더"는 경찰 시절에도 청렴한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뒷돈도 받고 뇌물도 주고 창녀와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나쁜 짓의 기준은 있었고 그저 쓰레기의 허무한 죽음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스피너"의 죽음에 책임을 지어야 하는 사람을 찾아냅니다. 뉴욕이란 도시에서는 단 하루도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듯 "매튜"는 내내 커피에 버번을 타서 마시며 사건을 조사해 나아가고 원치 않았던 죽음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그렇게 "매튜"가 성당에서 죽은 자들을 위해 키는 촛불의 개수가 늘어나고, "매튜"는 죄의식을 잊기 위해 또 다시 술잔을 듭니다.

다른 방법이 있었어야 했다. 총알이 튕겨 나가서 그 어린 소녀의 눈에 들어가지 말아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모든 사실을 움직이는 손가락에 말해 보라. 아직 예배를 하는 도중에 성당에서 나와 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몇 블록을 걷다가 블라니 스톤에 멈춰 술의 성찬식에 참석했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하드보일드 소설이 갖추어야할 모든 요소들이 다들어 있습니다. 단지 문체와 스타일 뿐만이 아닙니다. 알콜과 허무의 냄새가 진동을 하고 도시의 비정함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매튜의 냉소적이지만 동정적인 태도, 그리고 죄의식으로 고뇌하는 모습 등. 어쩌면 남자들을 위한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시리즈를 오랫동안 이어가기 위해선 캐릭터의 힘이 가장 커야하는데 "매튜 스커더"라는 남자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뉴욕이 뿜어내는 매력은 책이 나올 때 마다 사야하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 두 번째 영화 "툼스톤(A Walk Among the Tombstones)"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시리즈 3, 4권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초창기 작품들이라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시리즈들의 매력들은 여전합니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그냥 넘기면 안 될 작품들이니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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