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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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1월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미국과 영국 베스트셀러 차트를 점령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폴라 호킨스(Paula Hawkins)"의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입니다. 마치 2012년 "나를 찾아줘(Gone Girl)"의 기세가 생각나게 할 정도로 흥행을 하고 있는 "걸 온 더 트레인"은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차트 20주 1위를 기록하였고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에서는 19주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 하드커버 부분 2위에 올라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전미대륙에서 6초마다 팔린 책', '영국에서 18초마다 팔린 책' 등의 홍보문구가 납득이 가는 돌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아침 애시버리에서 기차를 타는 "레이첼"은 기찻길 옆의 주택들을 바라보며 심리적 안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런던까지 갑니다. 그중 거의 매일 기차가 멈추는 구간에서 보이는 한 주택의 부부에게 더 애착을 느끼는 "레이첼"은 그들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그들의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상상합니다. 어느 날, "레이첼"은 그 집에서 부인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레이첼"은 자신이 그 여자의 불륜을 목격한 다음 날 그 여자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차가 정지 신호에 묶여 있는 사이 나는 그들을 찾아본다. 제스는 아침에, 특히 여름이면 자주 집 밖으로 나와 커피를 마신다. 그런 그녀를 보면 가끔은 그녀에게도 내가 보이는 것 같은, 그녀도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손을 흔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다. 제이슨은 일 때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지, 그리 자주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나는 그들이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한다.


바람난 남편과 이혼 후 친구 집에 얹혀사는 "레이첼"은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한 상태입니다. 집주인인 친구에게 실직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매일 출근 시간에 맞추어 애시버리에서 런던까지 가는 기차를 타는 "레이첼"은 자신과 전 남편 "톰"이 살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택에 살고 있는 완벽해 보이는 한 부부를 보며 큰 애착을 느낍니다. 실제로 만나 본 적도 없고 그들에 관한 사소한 어떤 것도 알지 못하지만 "제스"와 "제이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그들의 일상생활, 직업 등을 상상합니다. 과거에 자신이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어야 마땅한 부부생활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레이첼"이 그리는"제스"와 "제이슨"은 세련된 삶을 살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부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레이첼"은 "제스"가 남편 "제이슨"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는 우습게도 배신감을 느끼며 상처를 받습니다. 그리고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 집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내릴 결심한 "레이첼"은 다음날 아무 기억도 못한 채 엉망인 모습으로 자신의 방에서 깨어납니다. 도대체 자신이 그곳에서 내려 어떤 행동을 했는지, 왜 자신이 다쳐서 피를 흘렸는지 기억나지 않아 불안해하던 "레이첼""메건"이라는 여인이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메건"은 "레이첼"이 "제스"라고 이름 붙여준 바로 그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제이슨"이라고 부르던 "메건"의 남편 "스콧"이 실종된 "메건"을 얼마나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는지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레이첼"은 경찰에게 자신이 본 불륜 현장을 증언하지만 무시당하고, 점점 더 사건에 집착하는 "레이첼"은 거짓말까지 하면서 직접 "스콧"을 찾아갑니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속이 쓰리다. 어제, 맑은 머리로 이성적이고 올바른 생각을 하던 나는 이 일에서 내 역할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안의 착한 천사들이 이번에도 술에게, 그리고 술에 취하면 나타나는 인격에게 지고 말았다. 주정뱅이 레이첼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하게 마음이 넓어지고 태평해지거나 아니면 미움에 빠져버린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순전히 그 순간만 존재한다. 주정뱅이 레이첼은 이 사건에 끼어들고 싶어서, 스콧의 답장을 어떻게든 받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


기차에서 잠깐씩이지만 매일 바라본 집에 사는 여자가 실종되고 어쩌면 그 여자가 사라진 원인의 실마리를 목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한 여자의 집착으로 시작되는 "걸 온 더 트레인"은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 "레이첼"과 실종된 여인 "메건", 그리고"레이첼"의 남편 "톰"과 불륜을 저지른 후 재혼한 "애나", 이 세 명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물론 소설의 대부분은 주인공 "레이첼"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다른 두 여인의 시점도 상당히 중요한 중심축으로 작용합니다. 작가 "폴라 호킨스"는 이 세 여인의 상황과 심리를 집요하고 세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킴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모든 주요 등장인물을 의심하게 만들며, 자칫 단조로워 질 수 있는 이야기에 풍부함과 반전을 극대화 시킵니다. 거기에 "레이첼"의 전 남편이자 이제는 "애나"의 남편인 "톰", 실종된 "메건"의 남편 "스콧""메건"의 심리 상담의였던 "카말"과의 관계까지도 얽혀지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미련때문에 실패한 과거를 떠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기차를 타고 과거의 주변을 맴도는 여자,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안정된 삶에 정착하지만 집 주위를 지나는 기차를 바라보며 자신만 한곳에 정체한 채 멈춰있다고 느끼는 여자, 자신이 모든 걸 빼앗은 여자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의 것을 다시 되찾으려 한다는 불안감에 가득 찬 여자. 작중 화자인 이 세 명의 여인은 이야기 속에서 계속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집착과 욕망, 의심 등에 휘둘리며 거짓말과 위태로운 행동들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세 여인 모두의 불안한 심리와 집착의 원인은 '가족', 특히나 '아이'입니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가정을 원했지만 그 간단해 보이는 것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만드는 이 비극들은 어쩌면 보편적인 중산층 사회에 대한 현대인들의 의식을 반영한게 아닌가 합니다.


아름다운 햇빛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함께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할 일도 전혀 없다. 바로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사는 건 여름에 더 힘들다. 햇빛이 넘쳐나 어둑한 곳은 찾기 어렵고, 모두가 밖에 나와 눈꼴사나울 만큼 정력적으로 행복한 기운을 내뿜으며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건 진 빠지는 일이다. 그들 틈에 끼지 못한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주말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채워야 할 텅 빈 48시간이. 나는 다시 진토닉 캔에 입을 갖다대지만,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다.


기차 안에서 창 밖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관음증이라는 소재 때문에 이 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을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이창"과 많이 비교를 합니다. 관음증이라는 소재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에는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를 쉽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양상의 엄청난 흥행과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이 중심인 심리 스릴러라는 부분에서 "나를 찾아줘"와 자주 비교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적 요소나 반전은 "나를 찾아줘"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신에 날카롭고 세밀한 심리 묘사와 단순한 듯 하지만 탄탄한 플롯은 "걸 온 더 트레인"의 승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작가 "폴라 호킨스"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온힘을 바친 듯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나?라고 자문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의문은 몇 번 찾아온 내 일기장을 누가 훔쳐본 것 같은 섬뜩함도 한 몫 했음을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공허감. 그게 어떤 건지 나는 잘 안다. 그걸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하게 된 생각이다. 인생에 난 구멍들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 콘크리트를 돌아 뻗어나가는 나무뿌리처럼, 우리는 그 구멍들을 피하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구멍들 사이의 틈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난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미 발 빠른 허리우드에서는 "걸 온 더 트레인"의 판권을 사서 주인공 "레이첼"역에 "에밀리 블런트"를 캐스팅하고, 영화 "헬프"의 "테이트 테일러"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이 책이 기록하고 있는 엄청난 흥행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야기의 스케일도 크지 않고 무언가 특별하고 엄청난 한방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잘 써진 훌륭한 심리 스릴러임에는 확신합니다. 중산층을 이루는 위태로운 현대인들의 심리를 이렇게 잘 묘사한 작품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개인적으로 뜨끔한 부분도 몇 군데 있을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몇몇 분들이 지적하는 결말 부분도 그리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 않아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추리를 대입하기 쉬운 이런 작품들은 어떤 뛰어난 반전이 튀어나와도 반전에 대한 놀람이 반감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집요하리 만큼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스타일의 스릴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만족할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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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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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2014년에 발표한 첫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인 "미스터 메르세데스(Mr. Mercedes)"입니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한 형사 "빌 호지스"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며 올해 두 번째 작품인 "Finders Keepers"가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 될 "End of Watch"는 이미 초고가 완성된 상태라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첫 탐정 추리소설인 이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2015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스터리/범죄 문학상인 '에드거' 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역시나 영국 최고 권위의 미스터리/범죄 문학상인 'CWA(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골드 대거(Gold Dagger)' 후보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엄청난 작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9년 4월, 시티 센터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를 위해 새벽부터 구직자들이 줄을 늘어섭니다. 아침이 밝아 올 무렵엔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이루고, 구직자들로 빽빽한 시티 센터에 채용박람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 SL500이 나타납니다. 이 고급차는 구직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을 해서 갓난아이를 포함한 8명을 죽이고 몇 명의 영구 불구자와 부상자들을 만들고 사라집니다. 훔친 메르세데스 SL500으로 이 잔인한 학살을 한 범인은 차안에 피에로 가면을 남기고 차를 버린 채 유유히 사라집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약 1년이 흐른 어느 날, 형사 반장으로 정년퇴임한 "빌 호지스"에게 한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나처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사람들이 고문과 사지 절단, 기타 등등이 등장하는 책과 영화(요즘은 텔레비전에서도 그런 게 나오더군.)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야. 그들과 나 사이에 딱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실행에 옮겼다는 것일 뿐. 하지만 내가 정신병자라서 그런 건 아니야(어느 모로 보나 그래.). 어떤 경험일지 정확히 모르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짜릿한 경험이 될 거라는 것만 알았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납으로 만든 신발을 맞추고 평생 신고 다니지. 납으로 된 그 신발의 이름은 양심이야. 나는 그런 신발이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거야.


훌륭한 형사였다는 평판을 남기고 40년 동안의 형사생활을 마친 "빌 호지스"는 쓸쓸하고 무료한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그랬듯 멍청한 텔레비전 쇼를 멍하니 보고 있던 어느 날, 편지 한통이 "호지스"에게 배달되어 옵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1년 전 훔친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시티 센터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진하여 8명을 죽이고 많은 부상자를 만든 채 사라진 메르스데스 킬러입니다. 그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자신을 잡지 못한 채 퇴직한 "호지스"를 자극하고 조롱합니다. 거기다 그는 자신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들어오라는 뜻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인 '언더 데비스 블루 엄브렐라'의 주소와 아이디까지 남깁니다. 편지 속의 내용과 글귀들을 분석하던 "호지스"는 메르세데스 킬러가 자신을 도발하는 의도와 전부터 마음속에 남아있던 꺼림직한 부분을 조사해보기 위해 그 끔찍한 학살사건 이후에 자살한 메르세데스의 차주인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여동생 "제이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제이니"는 "호지스"에게 편지 한통을 보여주며 자신의 언니를 자살하게 만든 사람을 찾아달라며 "호지스"를 고용합니다. 

 

8주 일하고 4만 5000달러라니. 호지스는 감탄한다. 결국 필립 말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문을 열면 싸구려 사무용 건물 3층 복도가 나오는, 추레한 방 두 개짜리 사무실을 상상해 본다. 이름이 롤라 아니면 벨마, 뭐 이런 섹시한 접수 담당자도 두는 거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입이 거친 금발이어야 한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트렌치코트를 입고 갈색 페도라를 한쪽 눈썹까지 눌러쓸 것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채용박람회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차를 몰고 돌진해서 끔찍한 학살을 한 '메르세데스 킬러' 혹은 '미스터 메르스데스'는 자신을 쫓던 전직형사 "호지스"에게 온갖 조롱과 함께 자살을 권유하는 도발적인 편지를 보냅니다. "호지스"는 도시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았던 유능한 형사였지만 지금은 의욕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그 편지를 받고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편지를 조목조목 분석하며 조금씩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게 되는 "호지스"는 조사의 범위를 더 넓혀 가던 도중, 센터 시티 사건 직후 얼마 뒤에 자살한 메르스데스의 소유주 "트릴로니"부인에게도 범인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녀의 자살에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느끼던 "호지스"는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은퇴한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자신의 전 파트너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컴퓨터 보다 타자기가 더 익숙한 "호지스"는 형사 시절 당시 동료 이외에 유일한 친구인 영리한 흑인 소년 "제롬"의 도움을 받아 범인의 의도를 간파하고 역으로 먼저 그를 도발합니다.

친구도 한명 없이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함께 사는 사이코패스 "브래디"는 훔친 차로 사람들을 깔아 뭉게고 난 후, 갑자기 비난의 대상이 된 메르세데스 차주 "트릴로니"를 교묘하게 자살로 유도합니다. 그 희열을 잊지 못하던 "브래디"는 이번에는 자신을 담당했던 은퇴한 늙은 형사를 자살로 몰고 가려고 합니다. 은퇴한 경찰들의 높은 자살율이 보여주듯 그 늙은 전직 형사는 매일 총을 만지작 거리며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조금만 도발하면 쉬울 것 같았습니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바다로 초대해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어 희열을 느끼려던 처음 의도와 다르게 역으로 그에게 도발을 당하자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며 그 늙은이를 위한 또 다른 계획을 세웁니다. "브래디"는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기에 자신만만합니다. 왜냐하면 그 늙은 형사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지만 "브래디"는 그의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획이 자꾸 엉뚱하게 엇나가게 되자 "브래디"는 자신이 영원히 기억될 또 다른 기회를 찾습니다.


안녕, 바이바이. 죽인 자와 죽은 자들 모두 꺼져라. 외로운 파란 행성과 생각 없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생물들을 감싼 우주의 공집합 속으로. 종교는 전부 다 거짓말이다. 윤리적인 규율은 다 망상이다. 별들은 전부 다 신기루다. 진실은 암흑이고,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뿐이다. 세상의 살갗을 찢어서 흉터를 남기는 것뿐이다. 결국에는 모든 역사가 그거다. 반흔 조직이다.


은퇴한 늙은 형사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으로 무장한 사이코패스의 심리전과 두뇌대결이 중심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탐정소설입니다. "스티븐 킹"이 탐정소설이라니! 물론 "스티븐 킹"형님이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들의 구조적 특징들을 자주 사용해 왔기에 별로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궁금했습니다. "스티븐 킹"이 쓰는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 거기다 '에드거' 상까지 거머쥐고... 물론 "조이랜드"로 '에드거' 상 최우수 페이퍼 백 부문에 후보로 올랐었지만 첫 작품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익숙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몇몇 특징들과 규칙들을 따라가며 진행됩니다. 은퇴한 뒤 무기력한 늙은 형사가 매력적인 미인의 의뢰받아 탐정이 되는 흔한 설정이나 노골적으로 대사나 지문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나 페드로, 자주 보았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의 사이코패스 등등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씩 전형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특히 초반부 범인이 보낸 편지를 "호지스"가 문구, 단어, 강조하는 부분, 기호 등으로 분석하는 부분은 정말 끝내주고, 사건 해결의 중심인 인물들을 사회적으로 주변에 위치한 인물들로_60대의 은퇴한 형사인 주인공, 중후반부터 등장하지만 해결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는 강박증과 틱 장애를 지닌 40대 중반의 여성 "홀리", 똑똑하고 잘생겼지만 흑인인 소년 "제롬"_설정한 부분들까지.

실제로 이작품과 후속작을 쓰고 나서 "스티븐 킹"​이 한 인터뷰에서 미스터리, 범죄 장르가 쓰기 가장 어려운것 같다고 엄살을 피웠는데,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을 한 장르 안에 가둬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이 "스티븐 킹"이 본격적으로 쓴 첫 범죄소설, 탐정소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이 형님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든 특징들을 몸에 익혀서 자유자재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으니 말입니다. "스티븐 킹" 형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즐기는 독자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주말을 보냈지만 만일 제가 범죄소설, 추리소설 작가였다면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고 허탈감과 좌절감에 한동안 멘붕 상태였을 것 같습니다.


그는 모든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지만, 미결보다 기결 사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단서(예를 들면 버려진 자갈 채굴장에서 발견된 아내의 시신 같은 것)가 꼭 드러난다. 서툴지만 강력한 우주만물의 힘이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계속 애를 쓰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살인 사건을 배정받은 형사들은 보고서를 읽고, 목격자를 면담하고, 전화를 돌리고, 법의학적인 증거를 연구한 다음...... 그 우주만물의 힘이 소임을 다하길 기다린다. 그 우주만물의 힘이 소임을 다하면 길이 등장한다.

 

"스티븐 킹"의 첫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우리가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을 얻을 수 있는 범죄소설입니다. 서스펜스, 유머, 재치,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들, 꾸준하게 흥미를 유지하는 이야기 등. 이번엔 거기에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요소와 꽤 탄탄한 미스터리적 서사, 인터넷 시대에 나타나는 소재들이 더해졌습니다. 덤으로 자신의 예전 작품들 패러디까지.... 이미 이 작품"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물론 그전에 꼭 이 작품을 먼저 읽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읽고 나면 저처럼 "스티븐 킹"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찬양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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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유나 린나 스릴러
라르스 케플레르 지음, 이정민 옮김 / 오후세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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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라르스 케플레르(Lars Kepler)"가 2012년에 발표한 "유나 린나"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샌드맨(Sandmannen/The Sandman)"입니다. "라르스 케플레르"라는 이름은 순문학 작가인 "알렉산데르 안도릴(Alexander Ahndoril)"과 역시나 순문학 작가인 "알렉산드라 코엘료 안도릴(Alexandra Coelho Ahndoril)" 부부가 범죄소설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입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에 자극을 받아서 부부가 같이 범죄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발표한 "유나 린나"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최면전문의(Hypnotisören/The Hypnotist)"를 시작으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Stalker"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며 자국 스웨덴을 포함해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밤 피투성이인 채로 철교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그의 이름은 "미카엘 콜레르-프로스트". 그는 13년 전 여동생 "펠리시아"와 함께 실종되었다가 7년 전에 공식적으로 사망처리가 되었던 유명 작가 "레이다르 프로스트"의 아들입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미카엘"은 여동생 "펠리시아"도 살아있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하지만 "미카엘"은 제대로 된 증언을 못 하고, 이제 "펠리시아"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들 남매 외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을 납치하고 살해했다고 추정되어 13년 동안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유레크 발테르"에게 다시 접근하는 방법뿐입니다.


"샌드맨."

"지금 뭐라고 말했죠?"

"아무것도, 더 이상 얘기할 수가 없네요..."

유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대화 내용이 잘 녹음되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말일 이어간다.

"좀 전에 샌드맨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죠? 그 말은 아이들을 잠들게 한다는 동화 속 요정 위 윌리 윈키를 의미하는 겁니까?"

미카엘이 유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그 사람은 실재예요. 그 자에게는 모래 냄새가 나요. 낮에는 기압계를 팔아요."


뢰벤스트룀스카 병원의 폐쇄병동에서 13년 동안 갇혀있는 "유레크 발테르"는 한 여인을 생매장하려는 현장에서 잡혔지만 그 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납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살인범입니다. "유레크"는 잡힌 순간부터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지만 어느 날, 그가 납치한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카엘"이 13년 만에 나타납니다. "미카엘"은 당시 같이 납치되었던 여동생 "펠리시아"도 아직 살아있다고 말합니다. 13년 전 현장에서 "유레크"를 잡았던 스웨덴 국립범죄수사국 형사 "유나 린나"는 이번이야 말로 그동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카엘"은 갇혀있는 동안 범인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과 여동생을 가둔 자가 모래 냄새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지면 언제나 잠이 들었다며 범인을 '샌드맨'이라고 부르기만 할 뿐입니다. 아직 살아서 어딘가에 감금당한 "미카엘"의 여동생 "펠리시아"를 찾기 위해 특별수사팀이 꾸려지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실마리 조차 없어 다시 코너에 몰린 "유나"는 비밀경찰국의 도움을 받아 비밀경찰국 요원 "사가 바우에르"를 폐쇄병동에 잠입시키는 계획을 진행합니다.


그들이 몰래 쫓아온 남자가 얕은 무덤 앞에 서 있었고 무덤 주변에는 갓 파낸 흙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덤 속에서 수척하고 지저분한 여자가 관 밖으로 나오려고 울부짖으며 무덤가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기어오를 때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여자를 밀어 넣었다.

황당한 장면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하던 유나와 사무엘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다음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

마침내 유나와 사무엘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범을 잡은 것이다. 그 이름은 유레크 발테르였다.


스웨덴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범 "유레크"는 정확히 몇 명을 납치, 살해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실제로 여러 명을 죽였다는 정확한 증거도 없어서 그에 상응하는 형량이 정해지지도 않은 채 13년 동안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혀있습니다. 하지만 "유레크"를 현장에서 체포한 국립범죄수사국 형사 "유나 린나"는 그가 연쇄살인범임을 확신하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또 다른 공범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나"역시 "유레크"가 왜 항상 가족 2인 이상을 납치, 살해했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미 사망처리 된 희생자 남매 중 한 명인 "미카엘"이 나타납니다. "유나"와 스웨덴 경찰은 이번이 "유레크"의 범죄를 확실하게 입증할 마지막 기회이자, 아직도 어딘가에 생존한 채 감금되어 있는 걸로 추정되는 희생자를 찾을 다급한 상황임을 깨닫고 총력을 다해서 수사를 시작합니다. 비밀경찰국 요원인 "사가"가 폐쇄병동으로 잠입해서 조금씩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유나"는 작은 조각들을 찾아 맞추면서 "유레크"의 실체와 진실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사가"는 "유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유레크"의 묘한 매력에 조금씩 빠져 들기 시작하고, "유레크"가 오랫동안 치밀하게 꾸민 계획과 음모가 실체가 밝혀집니다.

폭설이 내리는 스웨덴의 겨울을 배경으로 건조하고 감정이 배제된 딱딱한 문체로 진행되는 이 작품 "샌드맨"은 중반부를 지나기 전까지 피 튀기는 잔인한 묘사 없이 심리전만으로 엄청난 공포감과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그러다 후반부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하는 혈투는 가히 압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몇 군데 단순한 설명으로 넘어가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잘 써진 북유럽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한니발 렉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연쇄살인범 "유레크"의 매력과 덴마크 억양의 유능한 형사인 주인공 "유나 린나" 그리고 아픈 가정사를 지닌 강인하고 아름다운 비밀경찰국 요원 "사가"의 캐릭터성 역시 발군이고, 촘촘히 엮인 구성 역시 아주 좋습니다. 왠지 모르게 "시인"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부분은 다른 갈래로 뻗어나갈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어 후속작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만 제가 작가라도 이런 결말을 선택했을겁니다.


유레크는 휘청거리며 침대로 나아가는 듯하더니 몇 걸음 못 가서 그 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노려보자 롤란드는 놀라 주사기를 떨어뜨린다. 곧바로 몸을 숙여 집으려 하지만 주사기는 바닥을 또르르 굴러가 버린다.

안데르스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 주사기를 집어 든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켜 다시 창구 쪽으로 돌아설 때 강화 유리 안이 안개처럼 흐려지는 게 보인다. 유레크가 유리 표면을 입김으로 부옇게 만든 뒤 손가락으로 ‘JOONA’라고 쓰고 있다. 안데르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뭐라고 쓴 거죠"

"유나라고 썼잖아."


각각 잘나가는 순문학 작가였던 부부가 "라르스 케플레르"라는 필명으로 써낸 데뷔작 "최면전문의"는 출간 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었습니다.(국내엔 작가명이 "라슈 케플레르"로 표기되어 출간되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 엄청난 금액으로 선판매가 되고, 도대체 이 작가의 정체가 누구인지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었습니다. 미국에선 번역 출간 된 그해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책 열권 중 한권으로 뽑히고, 자국 스웨덴에서는 "개 같은 내 인생""길버트 그레이프""사이더 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감독 "라세 할스트롬"에 의해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 전체가 다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뒤로 발표한 작품들인 "Paganinikontraktet/The Nightmare""Eldvittnet/The Fire Witness""샌드맨"을 지나 2014년도에 발표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Stalker"는 출간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결국 2014년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1위에 등극했습니다.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13년 전에 유레크 발테르를 체포한 사람이 바로 저..."

"당신은 그때 그 자를 죽였어야 했어요.“


미스터리, 범죄소설 팬으로 올해 여름처럼 엄청난 작가의 작품들이 몰려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방엔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이 쌓여있는데 그 중 이 작품 "샌드맨"은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읽고 나니 살짝 무시했던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리즈가 중간이 붕 뜬 상태로 두 권 출간이 되었는데 제발 시리즈 나머지 미출간 작품들이 꼭 출간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을 정도 입니다. 더운 여름에 서늘하고 쫄깃한 공포감과 서스펜스를 느끼시고 싶으시다면 이 작품"샌드맨"을 추천 드립니다.

 

<영화 "최면전문의(The Hypnotist)"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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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맨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피니스 아프리카에 최고 흥행작이 될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이 출판사는 대박 나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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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렌조 카르카테라(Lorenzo Carcaterra)"가 1997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아파치(Apaches)"입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와 CBS방송국에서 기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로렌조 카르카테라"는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 "아파치"를 발표하기 전까지 두 개의 논픽션 작품을 발표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국내에 "윌킨슨의 아이들"로 출간된 적이 있는 영화 "슬리퍼스"의 원작 "Sleepers"입니다. 헬스키친 출신의 친구들과 작가 자신의 어둡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자전적 작품은 미국 출간 즉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140만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후 1년 뒤에 발표한 이 작품 역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는 동시에 영화판권이 바로 팔려서 더욱 "로렌조 카르카테라"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을 떠난 부모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십대 남매는 몰래 뉴욕 맨해튼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부모님이 돌아오기 전에 뉴욕 관광을 하고 돌아오려던 남매의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오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 여동생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틀어집니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별 소득이 없자 남매의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뉴욕의 전설적인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옛 친구 "부머"를 찾아가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강간당한 후 살해됐을지 몰라." 부머의 시선이 뜨겁게 달구어진 자석처럼 카를로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아니면 어딘가로 팔려갔거나."

카를로는 움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어느 쪽인지 자네가 알아봐주게. 모르는 놈들에게 듣고 싶지가 않아."

"난 은퇴했어. 폐의 절반이 날아갔고, 다리까지 전다고." 부머가 친구의 팔뚝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일을 그만둔지가 벌써 이 년이나 됐어. 몇 군데 전화를 넣어보는 것 외엔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네."

"그들에게 제니는 그저 이름에 지나지 않아." 카를로가 슬픔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자네에게는 아니지 않은가. 난 자네가 어떤 친구인지 알고 있어. 전화 몇 통 넣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고."


한때 최고의 경찰로 뉴욕 거리에 악명을 떨쳤던 "지오바니 '부머' 프론티에리"는 범인 체포 도중 심각한 부상을 입고 어쩔수 없이 은퇴한 상태입니다.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만큼 열혈 형사였던 "부머"는 동료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연금 혜택을 받게 되었지만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옛 친구의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역시나 업무 수행도중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경찰에서 은퇴한 뒤 건물 문지기로 일을 하는 전 파트너 "데이비드 '데드아이' 윈스롭"과 함께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쫒기 시작합니다. 안면 있던 포주나 예전 정보원들을 만나 실마리를 찾아가던 "부머"와 "데드아이"는 이제 심각한 장애로 제대로 뛰기도 힘겹지만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소녀를 납치한 악마같은 변태성욕자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국의 마약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르텔의 두목 "루시아 카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잔혹하고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부머"는 "데드아이"를 포함해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은퇴를 한 유능했던 전직 뉴욕경찰들인 "짐 목사""콜롬보 부인""제로니모""핀스"를 불러 모읍니다.


"이 팀 말이야." 짐 목사가 말했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크립스(불구자들)가 어울릴 것 같은데." 핀스가 말했다. "하지만 LA의 갱이 선수를 쳐버렸어."

"이름은 생각해보지 못했어." 부머가 말했다. "그게 중요해?"

"나중에 루시아가 우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겠어?" 짐 목사가 말했다. "누가 자기 사업에 재를 뿌려놓는지 궁금해 할 거라고. 그녀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누가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하니까."

"아파치." 제로니모가 엄숙한 톤으로 말했다. "아파치라고 부르는 건 어때?"

"단지 자네 몸속에 인디언 피가 아주 조금 흐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데드아이가 물었다. "내 몸속엔 아프리카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렇다고 내가 루츠(뿌리)라는 이름을 제안할 것 같아?"


엄청난 검거율과 경찰국 내에서 역사상 가장 빨리 금배지 형사로 진급한 기록을 지닌 "지오바니 프론티에리(부머)", 총기 전문가이자 명사수 "데이비드 윈스롭(데드아이)", 인디언 피가 흐르는 폭발물 전문가 "델가도 로페즈(제레니모)", 높은 살인사건 해결율로 최고의 강력계 형사였던 "메리 실베스트리(콜롬보 부인)", 마약 중독자였던 과거를 묻고 최고의 위장 잠입 팀 형사가 되었던"바비 스카포니(짐 목사)", 도청 전문가 "지미 라이언(핀스)". 이들은 모두 뉴욕 경찰국 내에서 각 분야 최고의 경찰로 이름을 날리던 전설적인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일찍 은퇴를 해야 했습니다. 경찰 업무 수행 중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장애를 얻어 폐의 반이 없어졌거나, 신장이 망가졌거나, 다리를 절거나, 전신에 화상을 입었거나, 한쪽 팔에 감각이 없거나... 매일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고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살았던 그들은 은퇴 이후로  한동안 삶의 의미를 잊은 채 의욕 없이 살아가다가, 갓난 아이들을 매매, 납치해서 이들의 시체를 마약 운반에 사용하는 잔학무도한 방법으로 악명높은 최대 규모의 카르텔 두목인 "루시아 카니"를 무너뜨리기 위해 한 팀으로 뭉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거칠고 위험한 거리로 나온 여섯 명의 "아파치"들은 어느 한쪽이 전멸해야 끝이 나는 피 비린내 진동하는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부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저 실패가 두려웠을 뿐. 심각한 부상으로 목숨만큼 아끼던 경찰 배지를 반납해야 했던 그였다. 그런 타협은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는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은퇴한 전직 경찰들이 자경단을 조직해서 마약 카르텔과 맞선다는 내용의 이 작품 "아파치"는 1997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이야기 속 배경은 1980년대 초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코카인인 크랙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미국 대도시에 마약이 더 급속도로 퍼지고, 카르텔이 전역에서 활개치고 다니며, 인신매매, 영아납치 등이 들끓던 시절. 그러니 당연하게도 자경단과 잔인한 마약 카르텔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80년대 허리우드 액션, 느와르 영화의 감수성이 넘쳐납니다. 매 페이지마다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그 시절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 냄새에 흠뻑 취할 수 있습니다.

이들 "아파치" 여섯 명이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자경단이 된 이유는, 물론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잔혹한 악을 처단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제 산송장의 삶 같이 되어버린 자신들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화를 주기 위함이 더 큰 이유입니다. 이들 여섯 명은 "부머"의 말처럼 모두 다 죽음 보다 실패를 더 두려워하는 천생 경찰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아파치"의 메인 주인공은 물론 "부머"이지만 초반부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이들 여섯 명 각자의 삶을 짧게나마 다루면서, 그들의 삶에 이 싸움이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보여줍니다. 이들이 얼마나 위험에 중독되어 있는지 악에 굴복하기 싫어하는지를 말입니다.

 

"지금쯤이면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겠지. 그녀를 박살낸다고 우리에게 메달을 내려줄 것도 아니고. 우리가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을걸. 어찌 보면 우리가 그녀보다 조금 유리할 수 있어."

"그녀가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 곤란하지." 제로니모가 말했다. "우리가 최후의 일전에 목말라있는 산송장들이라는 사실. 우리의 딱한 영혼에 평화를 주기 위해 이러고 있다는 사실 말이야."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인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의 작가인 "로렌조 카르카테라"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니 상당히 기뻤습니다. 거기다 재미있다고 말로 만 듣던 그의 첫 소설인 "아파치"를 드디어 읽게 되다니... 사실 "로렌조 카르카테라"를 말할 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길로 안내해준 작품이자 아직도 작가 최고의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으니. 20년 동안의 조사와 2년에 걸친 집필 기간은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줬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 때문인지 "아파치"를 읽으면서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통쾌한 복수극이자 신나는 액션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충격적이고 슬픈 내용의 이야기라 이것이 실화라는 것을 작품이 출간되고, 영화로 만들어 졌을 때 마다 뉴욕시와 뉴욕시 천주교단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성명을 두 번이나 발표했을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모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책이나 영화에서도 작가 자신의 이름 이외엔 나머지를 가명으로 표기해서 실화인지 소설인지 요즘도 간혹 논란이 일고 있긴 합니다.


나의 육신은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버렸고 내 마음은 삶의 기쁨보다 두려움으로 더 가득 차 있다. 악몽의 그림자는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고 공포감도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꿈을 꾸기가 두렵다.

이따금 나는 이미 저세상으로 가버린 내 친구 존과 토미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두운 기억과 함께 살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들은 이제 마음 놓고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 中> -로렌조 카르카테라-


펄스라는 일인 출판사에서 오랜만에 출간된 작품인데 책 만듦새가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만 (차차 나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80년대 액션 영화의 향수를 느끼고 싶으시거나 법이 손대지 못하는 수위의 핏빛 복수활극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작품 초반에 나오는 감사의 말에 등장하는 "제리 브룩하이머"의 이름이 생뚱맞을 수 있을듯 한데, 이 작품이 나오자 마자 판권을 산 게 이 양반입니다. 물론 상당히 오랫동안 묵혀놓은 프로젝트인데 얼마전 디즈니와 결별하면서 다시 이 작품을 언급하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당시 "부머"역에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 했었다는데, 이젠 다른 배우를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만.

아무튼 신나는 액션과 꼭 죽여버리고 싶은 악당들을 통쾌하게 처단하는 자경단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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