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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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2014년에 발표한 첫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인 "미스터 메르세데스(Mr. Mercedes)"입니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한 형사 "빌 호지스"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며 올해 두 번째 작품인 "Finders Keepers"가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 될 "End of Watch"는 이미 초고가 완성된 상태라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첫 탐정 추리소설인 이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2015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스터리/범죄 문학상인 '에드거' 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역시나 영국 최고 권위의 미스터리/범죄 문학상인 'CWA(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골드 대거(Gold Dagger)' 후보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엄청난 작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9년 4월, 시티 센터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를 위해 새벽부터 구직자들이 줄을 늘어섭니다. 아침이 밝아 올 무렵엔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이루고, 구직자들로 빽빽한 시티 센터에 채용박람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 SL500이 나타납니다. 이 고급차는 구직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을 해서 갓난아이를 포함한 8명을 죽이고 몇 명의 영구 불구자와 부상자들을 만들고 사라집니다. 훔친 메르세데스 SL500으로 이 잔인한 학살을 한 범인은 차안에 피에로 가면을 남기고 차를 버린 채 유유히 사라집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약 1년이 흐른 어느 날, 형사 반장으로 정년퇴임한 "빌 호지스"에게 한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나처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사람들이 고문과 사지 절단, 기타 등등이 등장하는 책과 영화(요즘은 텔레비전에서도 그런 게 나오더군.)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야. 그들과 나 사이에 딱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실행에 옮겼다는 것일 뿐. 하지만 내가 정신병자라서 그런 건 아니야(어느 모로 보나 그래.). 어떤 경험일지 정확히 모르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짜릿한 경험이 될 거라는 것만 알았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납으로 만든 신발을 맞추고 평생 신고 다니지. 납으로 된 그 신발의 이름은 양심이야. 나는 그런 신발이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거야.


훌륭한 형사였다는 평판을 남기고 40년 동안의 형사생활을 마친 "빌 호지스"는 쓸쓸하고 무료한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그랬듯 멍청한 텔레비전 쇼를 멍하니 보고 있던 어느 날, 편지 한통이 "호지스"에게 배달되어 옵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1년 전 훔친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시티 센터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진하여 8명을 죽이고 많은 부상자를 만든 채 사라진 메르스데스 킬러입니다. 그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자신을 잡지 못한 채 퇴직한 "호지스"를 자극하고 조롱합니다. 거기다 그는 자신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들어오라는 뜻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인 '언더 데비스 블루 엄브렐라'의 주소와 아이디까지 남깁니다. 편지 속의 내용과 글귀들을 분석하던 "호지스"는 메르세데스 킬러가 자신을 도발하는 의도와 전부터 마음속에 남아있던 꺼림직한 부분을 조사해보기 위해 그 끔찍한 학살사건 이후에 자살한 메르세데스의 차주인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여동생 "제이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제이니"는 "호지스"에게 편지 한통을 보여주며 자신의 언니를 자살하게 만든 사람을 찾아달라며 "호지스"를 고용합니다. 

 

8주 일하고 4만 5000달러라니. 호지스는 감탄한다. 결국 필립 말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문을 열면 싸구려 사무용 건물 3층 복도가 나오는, 추레한 방 두 개짜리 사무실을 상상해 본다. 이름이 롤라 아니면 벨마, 뭐 이런 섹시한 접수 담당자도 두는 거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입이 거친 금발이어야 한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트렌치코트를 입고 갈색 페도라를 한쪽 눈썹까지 눌러쓸 것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채용박람회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차를 몰고 돌진해서 끔찍한 학살을 한 '메르세데스 킬러' 혹은 '미스터 메르스데스'는 자신을 쫓던 전직형사 "호지스"에게 온갖 조롱과 함께 자살을 권유하는 도발적인 편지를 보냅니다. "호지스"는 도시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았던 유능한 형사였지만 지금은 의욕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그 편지를 받고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편지를 조목조목 분석하며 조금씩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게 되는 "호지스"는 조사의 범위를 더 넓혀 가던 도중, 센터 시티 사건 직후 얼마 뒤에 자살한 메르스데스의 소유주 "트릴로니"부인에게도 범인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녀의 자살에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느끼던 "호지스"는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은퇴한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자신의 전 파트너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컴퓨터 보다 타자기가 더 익숙한 "호지스"는 형사 시절 당시 동료 이외에 유일한 친구인 영리한 흑인 소년 "제롬"의 도움을 받아 범인의 의도를 간파하고 역으로 먼저 그를 도발합니다.

친구도 한명 없이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함께 사는 사이코패스 "브래디"는 훔친 차로 사람들을 깔아 뭉게고 난 후, 갑자기 비난의 대상이 된 메르세데스 차주 "트릴로니"를 교묘하게 자살로 유도합니다. 그 희열을 잊지 못하던 "브래디"는 이번에는 자신을 담당했던 은퇴한 늙은 형사를 자살로 몰고 가려고 합니다. 은퇴한 경찰들의 높은 자살율이 보여주듯 그 늙은 전직 형사는 매일 총을 만지작 거리며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조금만 도발하면 쉬울 것 같았습니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바다로 초대해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어 희열을 느끼려던 처음 의도와 다르게 역으로 그에게 도발을 당하자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며 그 늙은이를 위한 또 다른 계획을 세웁니다. "브래디"는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기에 자신만만합니다. 왜냐하면 그 늙은 형사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지만 "브래디"는 그의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획이 자꾸 엉뚱하게 엇나가게 되자 "브래디"는 자신이 영원히 기억될 또 다른 기회를 찾습니다.


안녕, 바이바이. 죽인 자와 죽은 자들 모두 꺼져라. 외로운 파란 행성과 생각 없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생물들을 감싼 우주의 공집합 속으로. 종교는 전부 다 거짓말이다. 윤리적인 규율은 다 망상이다. 별들은 전부 다 신기루다. 진실은 암흑이고,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뿐이다. 세상의 살갗을 찢어서 흉터를 남기는 것뿐이다. 결국에는 모든 역사가 그거다. 반흔 조직이다.


은퇴한 늙은 형사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으로 무장한 사이코패스의 심리전과 두뇌대결이 중심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탐정소설입니다. "스티븐 킹"이 탐정소설이라니! 물론 "스티븐 킹"형님이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들의 구조적 특징들을 자주 사용해 왔기에 별로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궁금했습니다. "스티븐 킹"이 쓰는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 거기다 '에드거' 상까지 거머쥐고... 물론 "조이랜드"로 '에드거' 상 최우수 페이퍼 백 부문에 후보로 올랐었지만 첫 작품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익숙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몇몇 특징들과 규칙들을 따라가며 진행됩니다. 은퇴한 뒤 무기력한 늙은 형사가 매력적인 미인의 의뢰받아 탐정이 되는 흔한 설정이나 노골적으로 대사나 지문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나 페드로, 자주 보았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의 사이코패스 등등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씩 전형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특히 초반부 범인이 보낸 편지를 "호지스"가 문구, 단어, 강조하는 부분, 기호 등으로 분석하는 부분은 정말 끝내주고, 사건 해결의 중심인 인물들을 사회적으로 주변에 위치한 인물들로_60대의 은퇴한 형사인 주인공, 중후반부터 등장하지만 해결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는 강박증과 틱 장애를 지닌 40대 중반의 여성 "홀리", 똑똑하고 잘생겼지만 흑인인 소년 "제롬"_설정한 부분들까지.

실제로 이작품과 후속작을 쓰고 나서 "스티븐 킹"​이 한 인터뷰에서 미스터리, 범죄 장르가 쓰기 가장 어려운것 같다고 엄살을 피웠는데,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을 한 장르 안에 가둬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이 "스티븐 킹"이 본격적으로 쓴 첫 범죄소설, 탐정소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이 형님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든 특징들을 몸에 익혀서 자유자재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으니 말입니다. "스티븐 킹" 형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즐기는 독자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주말을 보냈지만 만일 제가 범죄소설, 추리소설 작가였다면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고 허탈감과 좌절감에 한동안 멘붕 상태였을 것 같습니다.


그는 모든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지만, 미결보다 기결 사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단서(예를 들면 버려진 자갈 채굴장에서 발견된 아내의 시신 같은 것)가 꼭 드러난다. 서툴지만 강력한 우주만물의 힘이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계속 애를 쓰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살인 사건을 배정받은 형사들은 보고서를 읽고, 목격자를 면담하고, 전화를 돌리고, 법의학적인 증거를 연구한 다음...... 그 우주만물의 힘이 소임을 다하길 기다린다. 그 우주만물의 힘이 소임을 다하면 길이 등장한다.

 

"스티븐 킹"의 첫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우리가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을 얻을 수 있는 범죄소설입니다. 서스펜스, 유머, 재치,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들, 꾸준하게 흥미를 유지하는 이야기 등. 이번엔 거기에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요소와 꽤 탄탄한 미스터리적 서사, 인터넷 시대에 나타나는 소재들이 더해졌습니다. 덤으로 자신의 예전 작품들 패러디까지.... 이미 이 작품"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물론 그전에 꼭 이 작품을 먼저 읽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읽고 나면 저처럼 "스티븐 킹"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찬양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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