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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렌조 카르카테라(Lorenzo Carcaterra)"가 1997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아파치(Apaches)"입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와 CBS방송국에서 기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로렌조 카르카테라"는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 "아파치"를 발표하기 전까지 두 개의 논픽션 작품을 발표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국내에 "윌킨슨의 아이들"로 출간된 적이 있는 영화 "슬리퍼스"의 원작 "Sleepers"입니다. 헬스키친 출신의 친구들과 작가 자신의 어둡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자전적 작품은 미국 출간 즉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140만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후 1년 뒤에 발표한 이 작품 역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는 동시에 영화판권이 바로 팔려서 더욱 "로렌조 카르카테라"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을 떠난 부모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십대 남매는 몰래 뉴욕 맨해튼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부모님이 돌아오기 전에 뉴욕 관광을 하고 돌아오려던 남매의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오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 여동생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틀어집니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별 소득이 없자 남매의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뉴욕의 전설적인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옛 친구 "부머"를 찾아가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강간당한 후 살해됐을지 몰라." 부머의 시선이 뜨겁게 달구어진 자석처럼 카를로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아니면 어딘가로 팔려갔거나."
카를로는 움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어느 쪽인지 자네가 알아봐주게. 모르는 놈들에게 듣고 싶지가 않아."
"난 은퇴했어. 폐의 절반이 날아갔고, 다리까지 전다고." 부머가 친구의 팔뚝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일을 그만둔지가 벌써 이 년이나 됐어. 몇 군데 전화를 넣어보는 것 외엔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네."
"그들에게 제니는 그저 이름에 지나지 않아." 카를로가 슬픔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자네에게는 아니지 않은가. 난 자네가 어떤 친구인지 알고 있어. 전화 몇 통 넣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고."
한때 최고의 경찰로 뉴욕 거리에 악명을 떨쳤던 "지오바니 '부머' 프론티에리"는 범인 체포 도중 심각한 부상을 입고 어쩔수 없이 은퇴한 상태입니다.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만큼 열혈 형사였던 "부머"는 동료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연금 혜택을 받게 되었지만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옛 친구의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역시나 업무 수행도중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경찰에서 은퇴한 뒤 건물 문지기로 일을 하는 전 파트너 "데이비드 '데드아이' 윈스롭"과 함께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쫒기 시작합니다. 안면 있던 포주나 예전 정보원들을 만나 실마리를 찾아가던 "부머"와 "데드아이"는 이제 심각한 장애로 제대로 뛰기도 힘겹지만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소녀를 납치한 악마같은 변태성욕자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국의 마약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르텔의 두목 "루시아 카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잔혹하고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부머"는 "데드아이"를 포함해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은퇴를 한 유능했던 전직 뉴욕경찰들인 "짐 목사", "콜롬보 부인", "제로니모", "핀스"를 불러 모읍니다.
"이 팀 말이야." 짐 목사가 말했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크립스(불구자들)가 어울릴 것 같은데." 핀스가 말했다. "하지만 LA의 갱이 선수를 쳐버렸어."
"이름은 생각해보지 못했어." 부머가 말했다. "그게 중요해?"
"나중에 루시아가 우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겠어?" 짐 목사가 말했다. "누가 자기 사업에 재를 뿌려놓는지 궁금해 할 거라고. 그녀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누가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하니까."
"아파치." 제로니모가 엄숙한 톤으로 말했다. "아파치라고 부르는 건 어때?"
"단지 자네 몸속에 인디언 피가 아주 조금 흐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데드아이가 물었다. "내 몸속엔 아프리카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렇다고 내가 루츠(뿌리)라는 이름을 제안할 것 같아?"
엄청난 검거율과 경찰국 내에서 역사상 가장 빨리 금배지 형사로 진급한 기록을 지닌 "지오바니 프론티에리(부머)", 총기 전문가이자 명사수 "데이비드 윈스롭(데드아이)", 인디언 피가 흐르는 폭발물 전문가 "델가도 로페즈(제레니모)", 높은 살인사건 해결율로 최고의 강력계 형사였던 "메리 실베스트리(콜롬보 부인)", 마약 중독자였던 과거를 묻고 최고의 위장 잠입 팀 형사가 되었던"바비 스카포니(짐 목사)", 도청 전문가 "지미 라이언(핀스)". 이들은 모두 뉴욕 경찰국 내에서 각 분야 최고의 경찰로 이름을 날리던 전설적인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일찍 은퇴를 해야 했습니다. 경찰 업무 수행 중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장애를 얻어 폐의 반이 없어졌거나, 신장이 망가졌거나, 다리를 절거나, 전신에 화상을 입었거나, 한쪽 팔에 감각이 없거나... 매일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고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살았던 그들은 은퇴 이후로 한동안 삶의 의미를 잊은 채 의욕 없이 살아가다가, 갓난 아이들을 매매, 납치해서 이들의 시체를 마약 운반에 사용하는 잔학무도한 방법으로 악명높은 최대 규모의 카르텔 두목인 "루시아 카니"를 무너뜨리기 위해 한 팀으로 뭉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거칠고 위험한 거리로 나온 여섯 명의 "아파치"들은 어느 한쪽이 전멸해야 끝이 나는 피 비린내 진동하는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부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저 실패가 두려웠을 뿐. 심각한 부상으로 목숨만큼 아끼던 경찰 배지를 반납해야 했던 그였다. 그런 타협은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는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은퇴한 전직 경찰들이 자경단을 조직해서 마약 카르텔과 맞선다는 내용의 이 작품 "아파치"는 1997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이야기 속 배경은 1980년대 초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코카인인 크랙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미국 대도시에 마약이 더 급속도로 퍼지고, 카르텔이 전역에서 활개치고 다니며, 인신매매, 영아납치 등이 들끓던 시절. 그러니 당연하게도 자경단과 잔인한 마약 카르텔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80년대 허리우드 액션, 느와르 영화의 감수성이 넘쳐납니다. 매 페이지마다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그 시절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 냄새에 흠뻑 취할 수 있습니다.
이들 "아파치" 여섯 명이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자경단이 된 이유는, 물론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잔혹한 악을 처단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제 산송장의 삶 같이 되어버린 자신들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화를 주기 위함이 더 큰 이유입니다. 이들 여섯 명은 "부머"의 말처럼 모두 다 죽음 보다 실패를 더 두려워하는 천생 경찰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아파치"의 메인 주인공은 물론 "부머"이지만 초반부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이들 여섯 명 각자의 삶을 짧게나마 다루면서, 그들의 삶에 이 싸움이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보여줍니다. 이들이 얼마나 위험에 중독되어 있는지 악에 굴복하기 싫어하는지를 말입니다.
"지금쯤이면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겠지. 그녀를 박살낸다고 우리에게 메달을 내려줄 것도 아니고. 우리가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을걸. 어찌 보면 우리가 그녀보다 조금 유리할 수 있어."
"그녀가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 곤란하지." 제로니모가 말했다. "우리가 최후의 일전에 목말라있는 산송장들이라는 사실. 우리의 딱한 영혼에 평화를 주기 위해 이러고 있다는 사실 말이야."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인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의 작가인 "로렌조 카르카테라"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니 상당히 기뻤습니다. 거기다 재미있다고 말로 만 듣던 그의 첫 소설인 "아파치"를 드디어 읽게 되다니... 사실 "로렌조 카르카테라"를 말할 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길로 안내해준 작품이자 아직도 작가 최고의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으니. 20년 동안의 조사와 2년에 걸친 집필 기간은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줬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 때문인지 "아파치"를 읽으면서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통쾌한 복수극이자 신나는 액션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충격적이고 슬픈 내용의 이야기라 이것이 실화라는 것을 작품이 출간되고, 영화로 만들어 졌을 때 마다 뉴욕시와 뉴욕시 천주교단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성명을 두 번이나 발표했을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모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책이나 영화에서도 작가 자신의 이름 이외엔 나머지를 가명으로 표기해서 실화인지 소설인지 요즘도 간혹 논란이 일고 있긴 합니다.
나의 육신은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버렸고 내 마음은 삶의 기쁨보다 두려움으로 더 가득 차 있다. 악몽의 그림자는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고 공포감도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꿈을 꾸기가 두렵다.
이따금 나는 이미 저세상으로 가버린 내 친구 존과 토미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두운 기억과 함께 살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들은 이제 마음 놓고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 中> -로렌조 카르카테라-
펄스라는 일인 출판사에서 오랜만에 출간된 작품인데 책 만듦새가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만 (차차 나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80년대 액션 영화의 향수를 느끼고 싶으시거나 법이 손대지 못하는 수위의 핏빛 복수활극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작품 초반에 나오는 감사의 말에 등장하는 "제리 브룩하이머"의 이름이 생뚱맞을 수 있을듯 한데, 이 작품이 나오자 마자 판권을 산 게 이 양반입니다. 물론 상당히 오랫동안 묵혀놓은 프로젝트인데 얼마전 디즈니와 결별하면서 다시 이 작품을 언급하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당시 "부머"역에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 했었다는데, 이젠 다른 배우를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만.
아무튼 신나는 액션과 꼭 죽여버리고 싶은 악당들을 통쾌하게 처단하는 자경단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