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유나 린나 스릴러
라르스 케플레르 지음, 이정민 옮김 / 오후세시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라르스 케플레르(Lars Kepler)"가 2012년에 발표한 "유나 린나"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샌드맨(Sandmannen/The Sandman)"입니다. "라르스 케플레르"라는 이름은 순문학 작가인 "알렉산데르 안도릴(Alexander Ahndoril)"과 역시나 순문학 작가인 "알렉산드라 코엘료 안도릴(Alexandra Coelho Ahndoril)" 부부가 범죄소설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입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에 자극을 받아서 부부가 같이 범죄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발표한 "유나 린나"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최면전문의(Hypnotisören/The Hypnotist)"를 시작으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Stalker"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며 자국 스웨덴을 포함해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밤 피투성이인 채로 철교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그의 이름은 "미카엘 콜레르-프로스트". 그는 13년 전 여동생 "펠리시아"와 함께 실종되었다가 7년 전에 공식적으로 사망처리가 되었던 유명 작가 "레이다르 프로스트"의 아들입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미카엘"은 여동생 "펠리시아"도 살아있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하지만 "미카엘"은 제대로 된 증언을 못 하고, 이제 "펠리시아"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들 남매 외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을 납치하고 살해했다고 추정되어 13년 동안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유레크 발테르"에게 다시 접근하는 방법뿐입니다.


"샌드맨."

"지금 뭐라고 말했죠?"

"아무것도, 더 이상 얘기할 수가 없네요..."

유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대화 내용이 잘 녹음되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말일 이어간다.

"좀 전에 샌드맨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죠? 그 말은 아이들을 잠들게 한다는 동화 속 요정 위 윌리 윈키를 의미하는 겁니까?"

미카엘이 유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그 사람은 실재예요. 그 자에게는 모래 냄새가 나요. 낮에는 기압계를 팔아요."


뢰벤스트룀스카 병원의 폐쇄병동에서 13년 동안 갇혀있는 "유레크 발테르"는 한 여인을 생매장하려는 현장에서 잡혔지만 그 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납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살인범입니다. "유레크"는 잡힌 순간부터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지만 어느 날, 그가 납치한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카엘"이 13년 만에 나타납니다. "미카엘"은 당시 같이 납치되었던 여동생 "펠리시아"도 아직 살아있다고 말합니다. 13년 전 현장에서 "유레크"를 잡았던 스웨덴 국립범죄수사국 형사 "유나 린나"는 이번이야 말로 그동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카엘"은 갇혀있는 동안 범인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과 여동생을 가둔 자가 모래 냄새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지면 언제나 잠이 들었다며 범인을 '샌드맨'이라고 부르기만 할 뿐입니다. 아직 살아서 어딘가에 감금당한 "미카엘"의 여동생 "펠리시아"를 찾기 위해 특별수사팀이 꾸려지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실마리 조차 없어 다시 코너에 몰린 "유나"는 비밀경찰국의 도움을 받아 비밀경찰국 요원 "사가 바우에르"를 폐쇄병동에 잠입시키는 계획을 진행합니다.


그들이 몰래 쫓아온 남자가 얕은 무덤 앞에 서 있었고 무덤 주변에는 갓 파낸 흙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덤 속에서 수척하고 지저분한 여자가 관 밖으로 나오려고 울부짖으며 무덤가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기어오를 때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여자를 밀어 넣었다.

황당한 장면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하던 유나와 사무엘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다음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

마침내 유나와 사무엘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범을 잡은 것이다. 그 이름은 유레크 발테르였다.


스웨덴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범 "유레크"는 정확히 몇 명을 납치, 살해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실제로 여러 명을 죽였다는 정확한 증거도 없어서 그에 상응하는 형량이 정해지지도 않은 채 13년 동안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혀있습니다. 하지만 "유레크"를 현장에서 체포한 국립범죄수사국 형사 "유나 린나"는 그가 연쇄살인범임을 확신하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또 다른 공범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나"역시 "유레크"가 왜 항상 가족 2인 이상을 납치, 살해했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미 사망처리 된 희생자 남매 중 한 명인 "미카엘"이 나타납니다. "유나"와 스웨덴 경찰은 이번이 "유레크"의 범죄를 확실하게 입증할 마지막 기회이자, 아직도 어딘가에 생존한 채 감금되어 있는 걸로 추정되는 희생자를 찾을 다급한 상황임을 깨닫고 총력을 다해서 수사를 시작합니다. 비밀경찰국 요원인 "사가"가 폐쇄병동으로 잠입해서 조금씩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유나"는 작은 조각들을 찾아 맞추면서 "유레크"의 실체와 진실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사가"는 "유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유레크"의 묘한 매력에 조금씩 빠져 들기 시작하고, "유레크"가 오랫동안 치밀하게 꾸민 계획과 음모가 실체가 밝혀집니다.

폭설이 내리는 스웨덴의 겨울을 배경으로 건조하고 감정이 배제된 딱딱한 문체로 진행되는 이 작품 "샌드맨"은 중반부를 지나기 전까지 피 튀기는 잔인한 묘사 없이 심리전만으로 엄청난 공포감과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그러다 후반부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하는 혈투는 가히 압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몇 군데 단순한 설명으로 넘어가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잘 써진 북유럽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한니발 렉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연쇄살인범 "유레크"의 매력과 덴마크 억양의 유능한 형사인 주인공 "유나 린나" 그리고 아픈 가정사를 지닌 강인하고 아름다운 비밀경찰국 요원 "사가"의 캐릭터성 역시 발군이고, 촘촘히 엮인 구성 역시 아주 좋습니다. 왠지 모르게 "시인"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부분은 다른 갈래로 뻗어나갈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어 후속작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만 제가 작가라도 이런 결말을 선택했을겁니다.


유레크는 휘청거리며 침대로 나아가는 듯하더니 몇 걸음 못 가서 그 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노려보자 롤란드는 놀라 주사기를 떨어뜨린다. 곧바로 몸을 숙여 집으려 하지만 주사기는 바닥을 또르르 굴러가 버린다.

안데르스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 주사기를 집어 든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켜 다시 창구 쪽으로 돌아설 때 강화 유리 안이 안개처럼 흐려지는 게 보인다. 유레크가 유리 표면을 입김으로 부옇게 만든 뒤 손가락으로 ‘JOONA’라고 쓰고 있다. 안데르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뭐라고 쓴 거죠"

"유나라고 썼잖아."


각각 잘나가는 순문학 작가였던 부부가 "라르스 케플레르"라는 필명으로 써낸 데뷔작 "최면전문의"는 출간 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었습니다.(국내엔 작가명이 "라슈 케플레르"로 표기되어 출간되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 엄청난 금액으로 선판매가 되고, 도대체 이 작가의 정체가 누구인지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었습니다. 미국에선 번역 출간 된 그해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책 열권 중 한권으로 뽑히고, 자국 스웨덴에서는 "개 같은 내 인생""길버트 그레이프""사이더 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감독 "라세 할스트롬"에 의해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 전체가 다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뒤로 발표한 작품들인 "Paganinikontraktet/The Nightmare""Eldvittnet/The Fire Witness""샌드맨"을 지나 2014년도에 발표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Stalker"는 출간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결국 2014년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1위에 등극했습니다.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13년 전에 유레크 발테르를 체포한 사람이 바로 저..."

"당신은 그때 그 자를 죽였어야 했어요.“


미스터리, 범죄소설 팬으로 올해 여름처럼 엄청난 작가의 작품들이 몰려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방엔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이 쌓여있는데 그 중 이 작품 "샌드맨"은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읽고 나니 살짝 무시했던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리즈가 중간이 붕 뜬 상태로 두 권 출간이 되었는데 제발 시리즈 나머지 미출간 작품들이 꼭 출간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을 정도 입니다. 더운 여름에 서늘하고 쫄깃한 공포감과 서스펜스를 느끼시고 싶으시다면 이 작품"샌드맨"을 추천 드립니다.

 

<영화 "최면전문의(The Hypnotist)"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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