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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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누가 읽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웅이 간신이 되기도 하고 도적이 되기도 한다.
나의 해석과 다른 글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자극이고, 기쁨이 된다. 역사라는 분야는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접하는 학문이었는데, 요즘은 TV 드라마, 소설, 영화로 각색되어 일반인에게도 많이 다가간다. 쉽게 쓰여진 역사서들이 일반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 주어 책 읽는 욕심을 채워주는 좋은 분야가 역사이다.
지적 욕심을 채워주는 역사. 오늘 내가 펴 들은 역사책은 "조선의 만들어진 영웅들"이라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대단한 사람이라 여겨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 임꺽정, 홍길동, 홍경래, 전봉준, 박지원, 대원군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 오해 있는 부분들을 잘 섞어 놓은 책이다.
  조선 후기의 학가 이익이 "조선 왕조의 3대 도적'으로 꼽은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이 의적으로 인식되기까지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소설"이다. 허균의 "홍길동전",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의 신분적 결함, "서자", "백정", "광대"로서 주류에 끼일 수 없이 신분적 차별을 받아온 이들이 개인의 생존방식으로 선택한 "도적"이 "의적"으로 바뀌어 인식된 것이다. 작가는 이들이 도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조선시대의 불합리 했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홍경래는 "서북민의 차별"을 철폐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역성혁명을 일으킨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1650년부터 1894년까지 과거 급제자의 출신여부를 따져보니 서울 인근출신이 84.7%이 넘고, 나머지 다른 지역은 형편없이 낮았다. 즉 서울이 과거를 독점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굳이 서북민만 차별받았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제기하고 있다. 홍경래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정감록을 업고, 난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학 운동의 중심인물이었던 "전봉준"을 반일 운동에 적극 나선 인물이라고 잘 못 이해하고 있으나 전봉준이 반일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고종의 밀지를 받고서였다고 한다.  즉 반체제 인사로서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국왕의 충성스런 신하로, 즉 근왕주의자의 유학자의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선 실학의 대부였던 박지원의 양반전은 신분철폐를 주장하는 소설이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양반의 특권, 바람직한 양반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인권옹호자가 아닌 양반기득권층 옹호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진실로 백성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 있으면 비록 공자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나는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전국 곳곳의 서원을 철폐한 대원군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백성들을 경복궁 재건이라는 고난속으로 밀어 넣었다. 환곡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의 깊은 속은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끝까지 읽으면서 내가 이상하다 여긴것은 만들어진 영웅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들이 영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여기에 누가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 등은 소설속에서 재탄생한 인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점이고, 홍경래는 역성혁명을 일으킨 반역의 무리로 알고 있다.  제대로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어간 전봉준, 실학 사상가 박지원, 자기것이 아닌 것까지 탐낸 흥선 대원군, 누구도 영웅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제목과 맞지 않았고, 편집 상태가 다소 산만했다. 하나의 사건에 많은 지식을 전달하다보니 박스 글이 너무 많았고, 각주도 많아 본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도 많았다. 특히 연암 박지원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것보다 덜 개혁적인 모습을 포착하게 되었는데, 열하 일기를 직접 일고 판단해봐야겠다.
살아 움직이는 역사.
그 역사의 현실속에 내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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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와 젊은 그들 - 조선의 기남자(奇男子), 역사의 구각에 맞서다
박성순 지음 / 고즈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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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안소영의 "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을 읽었다.
서얼출신으로 책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책읽는 바보)라 불렀던 이덕무의 인생과 친구들이 주인공인 책이었다. 그 책속에서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이서구 등의 북학파를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박제가-북학의", "박지원-열하일기", "유득공-발해고"라고 짝짓기식의 지식을 억지로 외웠기때문에 완전히 모르던 위인이 아니었다. 그랬기때문에 나의 무지에 대해 한 번 더 놀라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국정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 없었고, 그나마 위대한 임금 정조의 [서류소통절목(庶類疏通節目)]의 반포로 인해 서얼들의 정계진출이 합법화 되었기에 그들의 활약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만 보는 바보"로 인해 조선 후기 "북학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이 책 "박제가와 젊은 그들"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박성순은 박제가에 대한 국내외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있고, 박제가가 차지하는 역사, 문학, 경제 방면의 위상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제가에 대한 일대기를 전체적으로 조감한 평전 형식의 저서가 한 권도 없는 것이 안타까워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박제가가 서얼출신이긴 하지만 아버지 박평은 박제가가 어릴때부터 문장을 좋아하고 글씨 연습하는 것을 좋아하자 종이를 매달 내려주며 배려해주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11살에 돌아가시자 여기 저기로 떠돌아다니며 방랑하며 힘들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세상을 보는 박제가 특유의 냉소함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
  "고독하고 고매한 사람만을 골라서 남달리 친하게 사귀고,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이가 멀어진다. 그러니  뜻에 맞는 이가 없이 늘 가난하게 산다" (P27)
라고 스물일곱 살때 스스로를 평가했다. 일찌감치 명예, 권력과는 담을 쌓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백동수와 친하게 지냈으며 백동수의 매형 이덕무를 알게 되었다. 박제가는 천재적인 기질을 바탕으로 앞뒤를 잘 살피지 않는 직선적인 성격이고, 이덕무는 내면으로 큰 공력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항상 온화한 빛을 읽지 않았던 성격(P38)이었다고 하니 성격차이, 9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벗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공통분모였음을 알 수 있다.
정조 임금은 즉위하자 마자 젊은 서얼들이 떳떳하게 관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서류소통절목을 반포하고 규장각 검서관직을 신설하여 궁중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체제공의 수행원으로 연경에 파견되어 청나라의 많은 문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뒤 북학의라는 유명한 책을 써내게 되었다.
검소함을 숭상하고 사치를 버리는 절용(節用)의 덕목을 조선의 재정이념으로 삼았던 시대에 박제가는 수레를 이용한 적극적인 물화의 유통과 외국과의 통상을 강조했다.  중국의 서양사람들을 초빙하여 이용후생의 학문과 기술에 대해 배우자고 하고, 중국에 유학을 보내 인재를 양성하자 했다. 놀고 먹는 권력집단을 모두 상업에 종사키시자는 등 파격적인 주장을 했지만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49세의 젊은 나이로 개혁 군주, 정조가 승하하게 되자 정조 주변의 개혁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잃게 되고 박제가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함경도로 유배가게 된다.  3년 6개월의 유배생활을 마친 뒤 한달 후 고문의 휴유증과 여독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타고난 천재였으나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백성을 곤궁에서 구제하기 위해 목숨걸고 행동하였으나, 시대가 그를 알아주지 못하여 결국 그가 가진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정조 임금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박제가의 꿈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가 밝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꿈을 가지게 된다.
박제가. 당당하고 개방적인 조선의 선비. 그를 꼭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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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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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머리 파마를 해야 하는데 그 지루한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책이 뭐 있을까? 하고 책꽂이를 살피다가 동생이 빌려준 이 책에 시선이 멈췄다.

시라는 문학 장르와 별로 친하지 않는 나도 그녀의 작품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를 알고 있으니, 그녀가 얼마나 유명한 시인인지 알 수 있다. 시는 유명하되 시인 최영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그녀에 대해 갑자기 궁금해다. 나의 긴 파마시간을 위로해 줄 책으로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가 뽑혔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만큼 스릴 있는 일은 없다.

  '일부러 훔쳐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로 시작되는 변명. 그냥 눈에 띄여서 이게 뭔가 싶어 펼쳐보니 일기장이었고, 읽는 내내 주인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초조해 하며 읽어 나간다. 읽으면서도 읽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싸우고, 주인의 눈치를 살피고 가슴 두근거리며 읽는다. 읽고 나선 곧 후회하지. 몰라도 될 남의 고민 덩어리를 내 가슴에 얹고 말았으니, 없앨 수도 없고, 모른척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버리는 작업이 바로 일기 훔쳐보는 것이다.

  그녀의 일기장을 펼치는 내 손가락이 잠시 망설인다. 내가 몰라도 될, 시인 최영미의 고민까지 내가 떠 안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에잇! 그까짓것, 알게 되더라도 모른척 해버리지. 나는 곧 책을 펼쳤다.

하하. 어쩜 시인 최영미의 작은 강박관념이 나와 비슷해서 기분이 좋았다. 바른 문장을 추구하는 성격. 문법에 어긋한 사용법은 나를 찝찝하게 만들기때문에 가능하면 바람직하게 문장을 쓰려 하는 습관. 비슷한 점이 있으니 그녀와 갑자기 친해 진 느낌이었다.  스포츠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면도 비슷하네. 야구랑 축구를 즐기는, 그러나 우리편이 이기길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는 모습도 참 비슷했다. 프리랜서 작가이기때문에 일본 입국 심사, 백화점 카드 만들기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유명인이 혼자서, 아무도 모르는 속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로는 힘들텐데, 그 어려움을 겪어내는 과정도 안타까웠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등단을 하게 될때, 사람들에게 "패배주의자"로 낙인찍히며 오해를 받아야 했던 속사정을 털어놓을 때는 옆에 최시인이 있다면 "속상했겠어요"라며 어깨를 토닥 토닥해 주고 싶었다.

사랑받았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할머니와의 안타까운 이별을 말해 줄 때는 그런 아픔으로 인해 최시인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분명 그녀는 나보다 어른이고, 나보다 지적이며, 나보다 감수성이 뛰어난 멋진 여인인데 왜 오히려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싶었을까? 그녀의 아픈 상처를 솔직하게 나에게 보여 주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글을 읽고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보다 강해져 있었다. 그녀를 걱정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이제는 나를 위로해 주는 문학적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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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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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 되는 딸 둘이 있다. 평상시는 잘 모르겠는데, 목욕탕에 데려갈 때면 둘 중 하나가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둘을 데려가 때를 밀다보면 현기증이 일어날만큼 지친다. 남편이 한 명쯤 책임줘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높은 습도, 아픔 등으로 몸을 베베꼬며 때 밀기를 거부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여러이야기를 짜집기하여 이야기를 지어낸다. 내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때미는 순간의 아픔이 잦아드는지 '그래서?'를 연발한다. 무사히 때를 벗기고 나면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자주 자주 해 줘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나의 이야기 만들기 능력은 늘 바닥을 헤매기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동화책도 읽어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외워두려 노력하는데, 가끔은 나에게도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이야기 주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술술 잘 지어내는 엄마가 있다. 바로   이 책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의 주인공 엄마이다. 이혼 경력이 있으며 작가인 엄마는 잘 때마다 딸에게 이야기를 지어 들려준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딸 사키의 반응에 따라 즐겁게 이야기를 지어준다.

  "오늘 이야기에는 누가 나올까요?"
  "으음...곰군"
  "맞았어. 어떻게 알았니? 그럼 그 곰군은 어떤 곰일까요? 착한 곰일까?"
  "사나운 곰" (P 14)

시간 되면 방으로 몰아 넣듯이 들어가게 하고 "시끄러운 소리 나면 엄마가 다시 온다!!' 라고 엄포 놓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참말로 부끄러워진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작문시간에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내고 선생님 칭찬을 받는 사키는 설레이는 마음을 느끼며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다.  딸의 알림장에 딸의 짝, 류노스케가 확인 사인으로 그림을 그려놓자, 엄마는 알림장을 확인하면서 그 그림에 댓글을 달아주면서 딸의 짝과도 교류한다.
외할아버지께서 부른 노래를 딸에게도 들려주고, 고등어 조림을 하면서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고등어 조림이 지나가네요"라는 노래가 딸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엄마다.    
그런 엄마도 가끔씩 딸의 행동을 어른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딸아이가 어릴 적 태풍이 오는 날, 수돗물을 틀어놓았는데 그 행동이 강물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못한 엄마는 야단만 쳤겠지?
뒤늦게야 행동의 의미를 알게 된 엄마는

  '아이들이 하는 일엔 다 나름의 논리가 있구나. 사키야, 엄마는 널 사랑해. 하지만 네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있을거야. 네가 엄마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거구. ...그런 법이거든, 좋든 싫든'(p98)
라고 독백한다.

이 구절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딸 아이를 야단칠 때 딸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묻지 않고 야단 친 적이 없었는지, 그랬다면 아이가 혼자 힘들어하지 않았는지하고 되짚어 보는데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그 외에도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참 많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쓴 사람은 장르 문학을 하는 남자 작가라고 한다. 엄마들의 마음, 엄마와 딸아이의 관계를 어쩜 그렇게 잘 묘사했는지,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의 관찰력에 감탄했다. 일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번역가 오나리 유코가 제일 동포 3세로서 양국의 문화, 관습, 언어에 능통했던 까닭이었다.
웬만한 육아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이 소설, 제목까지 사랑스런 이 소설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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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초등5학년부터 해도 절대 늦지 않다
이현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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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있는가? 어릴 적 야생에 버려져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소년들이 발견되어 목사부부가 정성으로 길렀지만, 포크로 밥먹는 것과 단어 45개만 배운 채 인간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말았다.인간사회로 진입하는 최고의 방법이 언어를 획득하는 것인데, 늑대 소년들은 언어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 그래서 언어교육학자들은 언어를 획득하는데는 나이 제한이 있다고들 한다. 특히 12살 이후에는 언어학습은 잘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언어학자들의 이론에 힘입어,  아이들을 아주 어릴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해서 어릴적부터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시키고, 어릴 때 구강구조 변경을 위해 수술까지도 망설이지 않는 영어 교육 신드롬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중언어 환경에서 교육받던 아이들중에 불안 정서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생기고, 부진학습아동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지금도 어린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들은 비싼 교육비를 치뤄가며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으로 뱅뱅 돌리는 경우도 무척 많다.

  나는 취학전의 나의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따로 시키지 않았다. 모국어 교육이 잘 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영어를 습득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이제 영어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직장맘이고  영어 교육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학습지를 조금 시키다 말고, 학교 방과후 활동 조금 시키다 말고, 학원 좀 보내다가 말았다. 그러다가 어떤 방법으로 영어 교육을 시켜야 아이에게 효율적인 공부가 될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는데 말이다.  
  그때 주변에서 추천해 준 책이 바로 이책, "영어 초등5학년부터 해도 절대 늦지 않다"였다.
일단 제목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학습지침서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나의 무지를 야단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어! 그래? 해볼만 하겠는데"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의 저자 이현숙씨는 흔히 말하는 "계모"이다.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짜리 아들이 있는 이혼남과 결혼하여 보니 아이들의 정서상태며, 교육상태가 맘에 들지 않았던 저자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정서를 안정시키며, 저자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시작했다. 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적당한 학원을 찾던 중, 시중에 있는 학원들과 아이가 맞지 않음을 간파하고 직접 학원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자신의 아이들을 같이 교육하기 시작하여 2년 5개월만에 토익만점을 받게 만들었다.

일단 저자의 영어교육 법칙을 먼저 소개하자면

첫째, 시간 가면 저절로 잘하게 될 것을 미리 하지 않는다.

둘째, 쉬운것부터 차근차근, 확실히 밟아 올라간다.

셋째, 서서히 영어에 빠뜨리고 빠진 아이는 건져내지 않는다.

맞다. 1달이면 뗄 수 있는 알파벳을 1년걸려 유치원때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진도 지상주의, 레벨확보주의로 인해 병들어가는 아이들이 수많은 요즘,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들을 계속해서 반복시키는 저자의 교육에 동감한다.  저자는 영어교육의 최종목표는 나이에 맞는 영어책을 읽기이다.
나와 생각이 같아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텝스니, 펠트니, 학원 레벨이 목표인듯 기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험성적이 목표가 아니라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이해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부가 진짜 공부가 아니겠는가?

저자의 주장처럼 어느정도 모국어가 완성된 뒤 영어 공부를 할 때는 반드시 문법이 위주가 되어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원리인 문법을 저자는 영어 공부의 핵심이라 생각하며 문법은 쉬운 용어로 최대한 쉽게 가르치라고 하며 지겨울 정도로 기초를 반복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아이의 영어공부를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이의 장단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엄마라고 한다. 어느 정도 문법이 완성되고 나면 꾸준히 책을 읽힌다. 책의 내용을 들으며 읽고, 간단히 문장으로 말하게 하고, 영어로 쓰게 하면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동시에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사기진작, 수준파악을 위해 각종 시험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책 뒤쪽 부록에는 성준이가 토익만점을 받기까지 읽은 책 리스트가 소개되어 있어서 우리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수학은 엄마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는 참 힘이 들다. 우선 엄마의 발음이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에 용기를 못 낸다. 하지만 아이들은 cd의 원어민 발음을 들으며 저절로 교정한다고 한다. 영어 발음이 좋든, 나쁘든, 문법을 많이 알든, 적게 알든, 엄마가 계획하고 아이가 실천하는 공부가 누적된다면 우리 아이도 성준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엄마표 영어를 해보고 싶은 엄마는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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