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ㅣ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평점 :
나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 4학년 딸이 두명 있다. 대체적으로 여학생들이 역사에 약한 편이다. 단순한 암기라 여기고 하나 하나 외워내면 그만이던 나의 학생때와는 달리, 요즘은 역사적 사건간의 연계를 알아야 하기때문에 쉽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에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역사 만화를 많이 읽혔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1년 배워야 할 역사를 반의 반학기 정도의 분량으로 압축해서 배웠다. 독서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힘들어 했을 분량인데 쉽게 이해를 해냈다. 만화의 힘. 때로는 빌려볼 만하다 싶다.
가끔씩 어른들의 욕심이 지나치게 드러난 만화책이 있어 만화를 잘 골라 줄 필요가 있기도 하다.
좋은 만화책을 고르던 나의 레이더에 특이한 역사 만화가 잡혔다. 출판사부터도 처음 듣는 곳이다. '교육공동체 나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비영리 청소년 단체이다. 말그대로 청소년들에게 비영리적으로 교육을 해 주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서 역사 만화를 펴 냈다니 작은 단체가 큰 일을 해 냈다 싶어 고마웠다.
이 책은 2권으로 이루어져있다. 1권은 인류 초기문명 메소포타미아에서 중세 시대 종교재판까지, 2권은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현재 진행중인 중동 전쟁까지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에서 태어난 페테르라는 아이다. 힘센 우르크족의 침략에 아버지를 잃고 노예가 되어 버리자, 자유를 찾아 도망치게 된다. 그때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나 한 노인의 도움으로 영생을 얻게 되고, 역사속에 뛰어들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이솝)와의 만남도 신선했고, 콜롬부스와 신대륙의 인디안들의 만남편도 좋았다. 피에트로, 페트로스, 피에르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페테르는 역사 현장에 뛰어들긴 하지만,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든지, 괴력을 발휘한다든지, 그 시대 인물에게 역사적 힌트를 준다든지의 커다란 역할은 하지 않는다. 역사속의 인물들이 그 시대를 이겨내도록 힘을 돋궈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늘 페테르는 약한 편에 서서 도움을 준다.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역사는 항상 강자의 편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납해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강자에게 감정이입되어 그들을 응원했던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도 이 만화책이 '다른 만화책에 비해 어둡다'고 표현했다. 왜 그렇냐니까 전쟁, 싸움이 많이 나오고 슬픈 장면이 많다고 했으니까....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한다고나 할까? 어린이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 해 준다고나 할까?
한 장의 끝에는 만화로 표현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대화체 문장으로 기술해 놓아 페테르로부터 편지를 받아 읽는 듯한데, 대부분의 만화책이 지식적인 부분의 허약함을 체우기 위해 중간 중간 이론을 펼쳐놓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다른 문학 쟝르와는 다르게 역사라는 것은 역사가의 사관이 중요하다. 어떤 생각으로 역사를 집필했느냐에 따라 독자가 얻어가는 것이 다르기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이런 만화책이 있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꾸준히 생각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역사를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는 멋진 역사만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