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와 젊은 그들 - 조선의 기남자(奇男子), 역사의 구각에 맞서다
박성순 지음 / 고즈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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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안소영의 "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을 읽었다.
서얼출신으로 책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책읽는 바보)라 불렀던 이덕무의 인생과 친구들이 주인공인 책이었다. 그 책속에서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이서구 등의 북학파를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박제가-북학의", "박지원-열하일기", "유득공-발해고"라고 짝짓기식의 지식을 억지로 외웠기때문에 완전히 모르던 위인이 아니었다. 그랬기때문에 나의 무지에 대해 한 번 더 놀라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국정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 없었고, 그나마 위대한 임금 정조의 [서류소통절목(庶類疏通節目)]의 반포로 인해 서얼들의 정계진출이 합법화 되었기에 그들의 활약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만 보는 바보"로 인해 조선 후기 "북학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이 책 "박제가와 젊은 그들"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박성순은 박제가에 대한 국내외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있고, 박제가가 차지하는 역사, 문학, 경제 방면의 위상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제가에 대한 일대기를 전체적으로 조감한 평전 형식의 저서가 한 권도 없는 것이 안타까워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박제가가 서얼출신이긴 하지만 아버지 박평은 박제가가 어릴때부터 문장을 좋아하고 글씨 연습하는 것을 좋아하자 종이를 매달 내려주며 배려해주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11살에 돌아가시자 여기 저기로 떠돌아다니며 방랑하며 힘들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세상을 보는 박제가 특유의 냉소함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
  "고독하고 고매한 사람만을 골라서 남달리 친하게 사귀고,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이가 멀어진다. 그러니  뜻에 맞는 이가 없이 늘 가난하게 산다" (P27)
라고 스물일곱 살때 스스로를 평가했다. 일찌감치 명예, 권력과는 담을 쌓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백동수와 친하게 지냈으며 백동수의 매형 이덕무를 알게 되었다. 박제가는 천재적인 기질을 바탕으로 앞뒤를 잘 살피지 않는 직선적인 성격이고, 이덕무는 내면으로 큰 공력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항상 온화한 빛을 읽지 않았던 성격(P38)이었다고 하니 성격차이, 9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벗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공통분모였음을 알 수 있다.
정조 임금은 즉위하자 마자 젊은 서얼들이 떳떳하게 관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서류소통절목을 반포하고 규장각 검서관직을 신설하여 궁중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체제공의 수행원으로 연경에 파견되어 청나라의 많은 문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뒤 북학의라는 유명한 책을 써내게 되었다.
검소함을 숭상하고 사치를 버리는 절용(節用)의 덕목을 조선의 재정이념으로 삼았던 시대에 박제가는 수레를 이용한 적극적인 물화의 유통과 외국과의 통상을 강조했다.  중국의 서양사람들을 초빙하여 이용후생의 학문과 기술에 대해 배우자고 하고, 중국에 유학을 보내 인재를 양성하자 했다. 놀고 먹는 권력집단을 모두 상업에 종사키시자는 등 파격적인 주장을 했지만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49세의 젊은 나이로 개혁 군주, 정조가 승하하게 되자 정조 주변의 개혁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잃게 되고 박제가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함경도로 유배가게 된다.  3년 6개월의 유배생활을 마친 뒤 한달 후 고문의 휴유증과 여독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타고난 천재였으나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백성을 곤궁에서 구제하기 위해 목숨걸고 행동하였으나, 시대가 그를 알아주지 못하여 결국 그가 가진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정조 임금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박제가의 꿈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가 밝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꿈을 가지게 된다.
박제가. 당당하고 개방적인 조선의 선비. 그를 꼭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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