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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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누가 읽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웅이 간신이 되기도 하고 도적이 되기도 한다.
나의 해석과 다른 글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자극이고, 기쁨이 된다. 역사라는 분야는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접하는 학문이었는데, 요즘은 TV 드라마, 소설, 영화로 각색되어 일반인에게도 많이 다가간다. 쉽게 쓰여진 역사서들이 일반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 주어 책 읽는 욕심을 채워주는 좋은 분야가 역사이다.
지적 욕심을 채워주는 역사. 오늘 내가 펴 들은 역사책은 "조선의 만들어진 영웅들"이라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대단한 사람이라 여겨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 임꺽정, 홍길동, 홍경래, 전봉준, 박지원, 대원군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 오해 있는 부분들을 잘 섞어 놓은 책이다.
  조선 후기의 학가 이익이 "조선 왕조의 3대 도적'으로 꼽은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이 의적으로 인식되기까지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소설"이다. 허균의 "홍길동전",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의 신분적 결함, "서자", "백정", "광대"로서 주류에 끼일 수 없이 신분적 차별을 받아온 이들이 개인의 생존방식으로 선택한 "도적"이 "의적"으로 바뀌어 인식된 것이다. 작가는 이들이 도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조선시대의 불합리 했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홍경래는 "서북민의 차별"을 철폐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역성혁명을 일으킨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1650년부터 1894년까지 과거 급제자의 출신여부를 따져보니 서울 인근출신이 84.7%이 넘고, 나머지 다른 지역은 형편없이 낮았다. 즉 서울이 과거를 독점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굳이 서북민만 차별받았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제기하고 있다. 홍경래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정감록을 업고, 난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학 운동의 중심인물이었던 "전봉준"을 반일 운동에 적극 나선 인물이라고 잘 못 이해하고 있으나 전봉준이 반일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고종의 밀지를 받고서였다고 한다.  즉 반체제 인사로서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국왕의 충성스런 신하로, 즉 근왕주의자의 유학자의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선 실학의 대부였던 박지원의 양반전은 신분철폐를 주장하는 소설이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양반의 특권, 바람직한 양반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인권옹호자가 아닌 양반기득권층 옹호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진실로 백성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 있으면 비록 공자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나는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전국 곳곳의 서원을 철폐한 대원군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백성들을 경복궁 재건이라는 고난속으로 밀어 넣었다. 환곡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의 깊은 속은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끝까지 읽으면서 내가 이상하다 여긴것은 만들어진 영웅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들이 영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여기에 누가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 등은 소설속에서 재탄생한 인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점이고, 홍경래는 역성혁명을 일으킨 반역의 무리로 알고 있다.  제대로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어간 전봉준, 실학 사상가 박지원, 자기것이 아닌 것까지 탐낸 흥선 대원군, 누구도 영웅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제목과 맞지 않았고, 편집 상태가 다소 산만했다. 하나의 사건에 많은 지식을 전달하다보니 박스 글이 너무 많았고, 각주도 많아 본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도 많았다. 특히 연암 박지원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것보다 덜 개혁적인 모습을 포착하게 되었는데, 열하 일기를 직접 일고 판단해봐야겠다.
살아 움직이는 역사.
그 역사의 현실속에 내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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