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 다이어트와 심리의 비밀에 관한 모든 것
캐런 R. 쾨닝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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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의 제목을 보고 책을 사는 편은 아니다.  책에 관한 광고, 이야기, 리뷰 등을 많이 읽기때문에 대부분 책의 내용을 알고 산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동안 몸에 살이 많이 찌지 않았는데, 무릎 인대가 파열된 뒤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 살이 많이 쪘다. 옷을 사러가도 맞는 것이 없어서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이 책을 보면 무슨 해결책이 나올지 몰라'라는 희망으로 책을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은 "왜 살찔까"에 초첨이 맞추어 진것이 아니라 "착한 여자"에 촛점이 맞추어진 심리학 관련 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즉, 착한 여자로서 살아가기때문에 겪어야 하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잘못된 식습관을 갖게 되었고, 그것때문에 비만이라는 상황을 맞게 된 여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었다.

  흔히들 비만인 여성에게 게으르다고 낙인을 찍는다. 그것도 '좀 덜 먹고, 운동 좀 하지!' 라는  질책의 눈빛을 섞어서 말이다.

비만인 여성들은 무슨 큰 죄라도 저지른 듯 항상 고개 숙이고 다녀야 하고, 비난의 눈빛을 감수해야만 한다.

온 국민이 비만을 벗어나기 위해 다이어트를 밥 먹듯이 하고 있지만 요요현상을 겪으면서 실망하고, 허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누구도 '왜 비만이 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말해주지 않는데,  주관적 판단에 의해 굶고,무리하게 운동하고, 약을 먹는 몰상식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많다.

"식습관 코치"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캐런R. 쾨닝은 이런 사람들에게 아주 근본적인 심리 문제를 이야기 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네가 비만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라고 속시원히 말이다.

 

  외모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이 비만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 그래서 때로는 자살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런 여성들에게 네가 비만일 수 밖에 없는 원인은 '착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단박에 이해가 간다.

입이라는 기관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2가지가 있다. 말하는 것과 먹는 것.

작가는 "싫어요, 안 되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말하지 못하는 입으로 먹을 것만 자유롭게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왜 싫어요 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착하게 살 수 밖에 없는 가정 환경, 즉 '어머니가 모든 것을 다하는 경우', '어머니의 주 업무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일인 경우', '자기 중심적인 어머니의 경우', '부모 모두가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아이가 부모를 보살피는 경우'  등 정상적인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자라지 못한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남의 감정을 알아채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나를 누군가의 짐으로 만드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문제 상황에서 내가 십자가를 지어야만 마음이 편하며, 남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면 죄책감때문에 힘들어 하는 여인이 되어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음식"만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어 폭식하고 때로는 거식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의 키 포인트는 "착한 여자 중지 선언"을 가족, 친구, 회사 사람들에게 하라고 말한다.

즉,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일,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정해주면서,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지지 말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남과 나를 바라볼 때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에 더 이상 비판하지 말며, 객관적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봄으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착하기만 하면 복을 받는다는 우리의 권선징악적인 교훈도 이제는 들어맞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슬프지만, 진화되는 시대에 개인도 그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자멸할 수 밖에 없다.

여성들이여! "너무" 착해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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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 대한민국 진실 시리즈 1
김동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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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 학교마다 기말고사기간이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 도서관, 독서실로 헤매 다니며 공부하고, 밤 늦게서야 집에 도착하여 씻고 숙제하다 잠이 든다.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도 11시를 넘겨 집에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초등학생때 영어, 수학, 내신성적 등을 미리 잡아 놓지 않으면 특목고는 갈 수 없는 것이고, 이른바 SKY 대학은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아이들이 되어 어른이 하라는대로 묵묵히 해 내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나쁜 어른들의 세계를 끝없이 모방하여 겁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있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몇 없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은 찾아볼래야 찾을수가 없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고, 어른들도 행복하지 않는 이유를 찾으라고 하면 서슴없이 잘못된 "교육제도"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교육제도가 자리잡아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다들 목소리 높여 이야기 한다. 모두들 걱정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었는데 이 책 "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는 좋은 길잡이가 될 듯 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숭문주의의 타파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는 무보다는 문을 높이 평가하는 시대였고, 학문을 한다고 하면 우러러 보고, 기술을 배운다면 얕잡아 보는 대한민국의 종교와 같은 학문 숭상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학문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어떤 대학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 대학의 권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권위를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식의 삶에 지나치게 깊이 간섭하며 자식 삶을 이끌고 나가려 하고 있는 자식교육 행태를 꼬집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 교육에 종교처럼 매달리느라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는 무책임함을 알게 한다.

 

  두번째는 시험이라는 종교의 타파라는 부분이다. 대한민국은 정말 시험이 많은 나라이다. 게다가 요즘은 대한민국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내용으로 시험을 치는 일제고사라는 웃지 못할 형태의 시험도 있다.

강제적으로 그 시험에 응시해야하며 응시하지 않을 자유를 주는 선생님을 파면시키는 사회이다.

시험을 통해 인재를 뽑으려는 가장 투자를 적게 하는 인재 선발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사회이다.

우리 회사에, 우리 학교에 맞는 인재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지속적으로 선발방법을 연구해서 알맞은 인재를 뽑아 일을 시키고 교육을 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학교, 기업들이 오로지 시험에만 매달리는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은 객관식 시험문제에 익숙해지고 객관적 사고로 인해 창의적 사고 기능은 점점 떨어지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객관식으로 저장하고 기억하는 우스운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은 인간을 도구화하고 인간을 한낱 시험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자.

 

  세번째는 국가 학벌의 타파의 부부으로 학벌주의를 간단하게 정의해 보자면 "엘리트 시장을 몇몇 출신 과정이 독과점 하는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의 위상과 비교할 대상이 바로 북한의 김일성대학과 흡사하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정부 조직, 거대한 기업조직 . 이웃간의 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서울대학 출신의 활약상을 들어보면 거대한 조직을 발견하게 된다.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내부적으로 자체 조달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대학을 얼른 국가주의라는 이념과 결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에서 지원받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스스로 없애고 홀로 설 수 있을 때 서울대 대학 학벌이 없어질 수 있을 거라고 얘기 한다.

 

네번째는 작가처럼 현 교육제도의 수정을 요구하는 많은 사람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격려와 비판을 함으로써 한국교육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학벌을 버리자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바람하지 못한 입시제도, 교육개혁안으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큰 한숨을 쉬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서울대학에 집중된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그르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서울대학을 사립화하자는 작가의 생각은 처음으로 접하는 사고여서 신선했다. 특별법의 관리를 받는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을 모든 국민들이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바람직한 변화를 하는 것도 좋겠고, 인재 선발에 있어 지나치게 시험에 의존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차원의 인재선발연구가 착실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공부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요. 라는 말을 서슴없이 입밖으로 내는 학생들이 없도록 만들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에서 고민해 보도록 하는 좋은 교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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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 바보 엄마 윤정희의 사랑 이야기
윤정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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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두 딸의 엄마이다"
라고 평상시라면 이렇게 소개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를 읽고 난 지금은 "나는 꼴랑 두 딸의 엄마일 뿐이다"라고 소개해야할 판이다.

  세상에나, 6명이나 입양을 해서 키우고 계시다니, 책 소개를 읽는 순간부터 윤정희, 김상훈 부부를 보통사람의 범주에 넣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 속으로 낳은 2명의 딸을 키우는데도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동생을 가끔씩 부러워하곤 하는 나에게는 이해할 수조차 없는 어려운 일이다.

 

  윤정희, 김상훈 부부가 가슴으로 낳아서 키우고 있는 아이들은 바로 김하은, 김하선, 김하민, 김요한, 김사랑, 김햇살이다.

하은이와 하선이는 친자매인데 이 둘을 한꺼번에 입양하여 키우다가 하민이를 입양하고, 사랑이, 요한이, 햇살이를 차례로 입양했다. 그것도 건강한 아이들이 아니라 사시, 폐쇄성 모세 기관지염, 구순열, o형 다리, 베트남 혼혈아, 심한 아토피등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때문에 버려졌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품안으로 받아들인 윤정희 부부는 성심껏 아이들을 돌본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갔던 부분은 윤정희씨가 세째 하민이를 입양하면서 하은이, 하선이에게도 입양된 아이라는 것을 밝히는 과정을 밟는 중에, 괜히 하민이를 미워했다는 윤정희씨의 독백과도 같은 부분이었다.

하민이를 입양하지 않았으면 하은이, 하선이도 입양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도 못했을 것인데, 하민이의 존재자체가 갑작스럽게 싫어져서 아이를 미워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숨기고 싶은 사실은 책으로 낼 때 싣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고백을 과감하게 했다. 천사같은 윤정희씨에게도 그런 평범한 인간같은 면이 있다니, 오히려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비를 잘 극복하고 6남매를 꾸준히 잘 키우고 있는 윤정희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들은 늘 그렇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아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윤정희씨는

보통의 엄마와 같은 실수도 하면서 아이들을 지혜롭게 잘 기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목사 남편을 뒷바라지 하면서 사모님의 역할을 하면서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하선이가 어려운 고비에 달했을 때 하나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런 약속은 마음속으로만 하고 잊어버리기 일쑤인 나에게는 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게다가 남편까지 신장을 기증했다니 하나님의 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잘 나가던 건축사에서 가난한 개척교회의 목사로서 인생방향 전환까지 과감히 한 김상호씨는 끝없이 사랑을 퍼 주는 6명 아이들의 아빠 역할도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세상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이들 가족들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는 역할을 앞서서하고 있으니 세상 사는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큰딸 하은이가 쓴 예쁜 글들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랑가득 받고 자란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같이 읽을 수 있다. 엄마로서 큰 감동을 받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큰 가르침을 받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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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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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이루세요"
신경숙 작가가 나의 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써 준 말이다.

신경숙 작가가 온라인 서점에  연재했던 책을 발간했고, 예약을 하면 싸인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얼른 예약하고 싸인본을 받았다. 수많은 독자에게 써 준 말이겠지만 꿈을 이루라는 말에서 그녀의 진심을 읽었다면 내 감정의 오버일까? 싸인본에서 느낄 수 있는 그녀의 간절함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났으니 꿈과 사랑과 희망을 찾는 젊은이들을 보며 "제발, 꿈을 이뤄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때 윤리시간이었을 것이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기"라고 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며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과 같이 감정이 폭발하거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셨다.
 모의고사니 중간고사니 이름만 바꿔가며 매주 우리를 괴롭히는 시험때문에 딴 생각할 틈이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이라 "이런 게 무슨 질풍노도일까?"라고 되물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도 제도에 순응했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진정한 질풍노도가 시작되었다. 대학 교정까지 백골단이 쫓아왔고, 백골단의 방패에 맞아 선배가 쓰러지면서, 모든 학사일정은 엉망이 되었고, 우리는 늘 같이 울다가 웃다가 떠들다가 침묵했다가 노래 불렀다가 구호를 외쳤다가 했다.  지나치게 조용했던 나의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속에서 나는 진정한 질풍노도를 느끼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정윤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이명서, 윤미루, 단은 불안한 젊음들이었다.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기억들이 불러 일으킨 이미지가 우리 삶 속에 섞여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억이나 나의 기억이 실제로 있었던 일로 기필코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P 20)

8년 전의 기억, 기억속에서 재가공된 것인지, 아니면 날 것 그대로의 기억인지 모르지만 시계바늘은 8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엄마를 병으로 잃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했던 정윤은 학교를 1년 휴학한 뒤에 복학하여 이명서, 윤미루를 윤교수 수업시간에 만난다.  언니를 잃었다는 상실감에서 제대로 서지 못했던 윤미루를 엄마를 잃은 정윤은 바라본다.
같은 상처를 가진 같은 영혼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둘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면 느낀다.
어릴 적 친구인 미루의 상실감을 알아주는 정윤에게서 고마움과 사랑이란 감정을 갖게 된 명서는 정윤을 만나는 날에 "오늘을 잊지 말자"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말해주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분신과 같았던 친구들을 잃게 됨으로써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인생을 채워나갈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스승인 윤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해, 어떤 명언이나 교훈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존재지. 그때 나는 뭘 했던가? 하는 자책이 일생동안 따라다닐걸세, 그림자처럼 말이네. 사랑한 것일수록 더 그럴거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 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그 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라고 말했지만, 사랑의 슬픔, 상실의 허무함을 견디지 못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되었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했던가? 8년만에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윤교수가 죽어가면서 제자 한 명 한 명의 손바닥에 남긴 문장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에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청춘을 벗어나 죽음을 맞이하는 노교수의 따뜻한 마음과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유언.
그 따뜻함 덕분에  명서와 윤이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떠 올릴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럴 수 있지"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나도, 사랑의 기쁨, 슬픔, 상실, 허무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도전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적 불안정이 정서적 불안정으로 이어졌던 우리의 청춘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이 소설은 신경숙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겠지만, 7080세대의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작은, 아니 큰 소망이 생겼다. 윤교수처럼 외롭지만 지혜로운 스승이 되어 흔들리는 젊은이들을 잡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띠지의 그림이 정말 좋다.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림쇼라는 화가의 "와피데일"이라는 작품이란다.
달빛 화가라고 불리는 그림쇼답게 곧 밝아올 새벽을 상징하는 노란 달빛,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으니 이제 밝은 아침이 오리라는 희망이 느껴지는 띠지의 그림은 신경숙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면 이처럼 아름다운 새벽, 아침이 곧 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꿈을 이루세요"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상실감을 느끼더라도 영혼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그러면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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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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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반가로 개사 해서 쓰는 동요가 있다. '아이들은'이라는 창작동요인데 노래의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고 노래의 가사가 참 의미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도 제목 "아이들 없는 세상"이 "아이들은"이란 노래의 가사와 겹치는 까닭이다.
  이 노래의 가사중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낮도 밤인것을 노래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이라는 부분이다.
어린이라는 말의 어원이 "어린해"라는 것에 힌트를 얻어 만든 가사가 아닐까 싶다.
어린해가 집집마다 있고 그 해가 있어서 세상이 밝고 따뜻한데 그 해가 사라지면 낮도 밤이 될 수 밖에 없고, 세상을 밝게 하는 노래소리조차 사라질 것이라는 노래 가사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우리나라 창작 동화 "영모가 사라졌다"처럼 사라진 아이를 찾는 긴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짧은 이야기 19개를 묶어 놓은 이야기집이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잠시 실망하고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이야기의 전개방식, 구성 내용들이 참 솔직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하다. 그렇다고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고, 지금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고민하고 있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붙이고 있어 현실감 또한 만만찮게 느낄 수 있는 참 특이한 이야기들이다.  


 "아빠 삶이란게 뭐예요?" 란 이야기가 참 좋았다.


 아빠 삶이란게 뭐예요?
삶이란 아름다운 모험이고
속임수 쓰지 않는 손재주같은 거지
반짝반짝 빛나며 자라는 상상이자
뿌리 깊은 오렌지나무이고
늘 우리를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움직이지 않아도 떠나는 여행 같은 거지


만약 내 딸이 삶이란게 뭐예요? 라고 물었어도 나는 이렇게 답해줄 수 있었을까?
나중에 알게 된다고 회피하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질문을 해? 숙제는 다 했니? 하고 면박을 주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을 깊이 사랑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얼마나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친구도 엄마도 아빠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뤼까가 선생님이 준 책으로 들어가버린다는 "책속으로 들어가 버린 소년"이란 이야기도 가슴이 찡하며, "그거 아니? 누군가가 우리를 떠올리는 힘으로 우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자신의 상황을 조곤조곤 이야기는 하는 바그다드 소년의 "우리 이웃"이란 이야기도 감동적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인 필립 크로델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데 소설가이며 극작가이고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한 프랑스의 지성이라고 한다. 여러 책들 중에 어른들을 위한 우화소설이 있는데 이 책도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작가는 이 책을 자신의 꼬마 공주님과 언젠가는 어른이 될 아이들과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아이들이 흔히 느끼는 불만, 불안, 의문, 사랑, 가족, 이웃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 어른들은 이 책을 읽어야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구정물 뒤집어 썼던 나의 영혼이 깨끗하게 샤워를 한 기분이다.
비록 이 깨끗함은 오래가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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