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크
김국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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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구들끼리 외식하러 가보면 열가족이면 열가족, 모두 아이들은 휴대폰이나 게임기를 들고 있다. 어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를 찾기도 힘들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씀은 안중도 없이 각종 기기를 들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런 상황은 가정까지 연결되어 있다. 가정에서도 다 같이 앉아 TV를 보기는 해도,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생각만으로 웃는다. 한마디 대화도 없이 TV가 끝나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생활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까닭은 많은 휴대용 기기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촌스러운 사람이고 기계들과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사는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계때문에 사람이 소외되고 외로워진다고 믿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그런 나의 삶에 뛰어든 책 한 권이 있으니 "스마트 워크".

불과 몇년 전만해도 스마트(smart)란 영어 단어를 들으면 '현명한', '지혜로운', '똑똑한' 이 정도의 형용사만 떠올렸다.

요즘은 스마트란 용어를 들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떠 올리게 된다.

거기에 워크라는 단어가 결합되었으니 촌스러운 내가 생각한 것은 "재택근무" 정도였다.

이 책을 쓴 작가 김국현은 한국의 대표적인 IT평론가라고 하니, 그가 이끄는 스마트 워크는 어떤 세상일까? 기계와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살려고 하는 나의 IT 마인드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폈다.

이 책은 총 2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재미난 것은 이론의 길과 실천의 길이라는 제목이 번갈아 제시된다는 것이다.

나처럼 현대의 전자기기시스템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고 그 이론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이론과 실천이 결합시켜 제시한다.

자크 아탈리가 그려냈다는 "디지털 노마드"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이 두단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시스템의 노예에서 벗어나 국가, 체제, 기업이라는 장치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삶의 본능이 주는 에너지를 찾는 것이 바로 스마트 워크, 디지털 유목민의 지적 생활술이라고 정의하였다. 네트워크라는 길을 따라 걷는 유목민에게 필수 요소가 되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정보도 제시되어 있고, 스마트 워크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는 재택근무의 전략도 제시되어 있다.

스마트 시대의 메일 이용 전략도 알려주고 이른바 3C라는 지적 생활의 플랫폼을 제시한다.

3C는 Capture, Connect, Celebtrate 이 세 단어의 앞머리를 따서 만든 것인데,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가치들을 포착하는 것을 Capture이라 표현하였다. 캡쳐의 가장 큰 한계인 용량이란 문제는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해결되고 있으므로 발빠르게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캡쳐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캡쳐된 정보들을 다른 정보들과 이어 더 가치있는 새 정보로 재생산하라고 일러준다. 그리고 그 것을 디지털 세상 사람들과 나누며 가치 창조의 기쁨을 알리고 축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3C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해 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낙향한 선비처럼 세상과 단절된 공부가 아니라 주기적 셀러브레이션이 가능한 공부를 하여 사회와 조직에 기여하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 읽은 뉴스에 트위트의 절반은 0.05%의 엘리트들이 생산한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러나 기죽지 말야하 하는 것은 이 책의 작가 김국현씨가 주장했듯이 요즘은 모든 도구가 내 손안에 있는 시대이므로 나만 제대로된 디지털 유목민이 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 기여하는 "엘리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계가 이끄는 삶은 싫다. 하지만 기계를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기계를 이용하며 사는 것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툴다고 싫다고 내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 시대의 홀로 떨어진 유목민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술 용어와 각종 프로그램, 플랫폼의 용어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기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된 긍정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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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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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괴이하다. 어떻게 보면 사자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코끼리같은, 눈 말똥 뜨고 있는 모습이 두더지 같기도 한 이상한 모양의 괴물에게 엄청 많은 눈이 있다. 그것도 눈자위가 빨간 눈.
하지만 눈동자는 해맑아서 나이 먹은 괴물이 아니라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괴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괴물이 눈을 떴다니 그 많은 눈 중에서 하나를 떠서 무엇을 보았을까?

이 책의 저자는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분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든 직업을 하나 꼽으라면 서슴없이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말하겠다. 아직 철이 덜든 초등학생,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 사이에 끼인 중학생들은 그들의 좌표를 잘 잡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조각배처럼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고 무작정 내달린다. 사춘기와 겹쳐 그들은 가장 다루기 힘든 학생들이 되어버렸다. 겁없고 계획없는 중학생들의 삶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이 책의 화자는 3명이다.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이란 책만 읽으며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사바나의 동물들에 대입해서 생각하고 자신 역시 때때로 동물로 변신시키는 영섭이, 반장이면서 야동에 중독된 태준이, 영섭이와 태준이의 담임 선생님, 이렇게 3명이 번갈아 가면서 상황을 설명해 준다.  화자가 여러 명인 소설이 요즘 드물지 않은데 일단은 단조롭지 않아서 독자들에게 환영받는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 이해를 돕지 못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복잡함을 주는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은 같은 상황이라도 3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인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영섭이의 특이한 점때문에 반 친구들은 영섭이를 괴롭힌다. 그런 친구를 영섭이는 육식동물로 칭하고 속으로는 분노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숨기 위해 노력한다. 육식 동물 친구들은 그런 영섭이를 징글징글하게 놀린다.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반장이 되었지만 반장 역할에 익숙하지 못한 태욱이는 영섭이를 도와주지 못하고 그런 상황을 외면한다.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담임 선생님은 피해자와 가해자 부모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속이 썪어가지만, 아이들은 그런 담임 선생님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중학교 시절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괴물들이 조금씩 커간다. 자신을 부정하는 가운데 힘을 얻는 괴물들이 자란다.

만나지 말아야 할 내 마음속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아이들. 그러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교실에는 영섭이 같은 친구가 꼭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이유에선지 각기 다르지만 친구들에게 어김없이 놀림감이 되는 경우 말이다. 예전에는 그런 친구들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려 했다면 지금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증오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가슴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삶. 바짝 말라버린 라면 찌꺼기 같은 삶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아름다워야 할 나이가 아닌가? 그들에게 공부라는 틀을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틀을 만들어가도록 여유를 선사해야 한다. 더 이상 마음속에 숨어 있는 괴물에게 영양분을 주지 않도록, 그리하여 괴물들이 눈뜨지 않도록 다독여야 할 역할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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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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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란 인물은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물이다. 평범한 학자로 알았던 그에게서 과학자의 모습도 보이고, 종교인의 모습도 보이며, 평화를 사랑한 인물, 교육에 큰 뜻을 두었던 인물로서 매력이 철철 넘친다.
학문을 사랑하고, 많은 저술로서 후세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멋진 인물이 탐정으로서 내 눈앞에 나타났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정약용이 과거에 급제하고 정조의 뜻을 받들어 사헌부 지평으로 있을 때 암행했던 기록을 기초로 해서  작가 강영수의 상상으로 완성된 책이었다. 작가 강영수는 수리학자이자 한문학자이고 역사탐험가라고 한다. 역사소설을 즐겨읽는 나는 또다른 역사적 사실을 만나게 될 것에 들떠 있었다.

  정약용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정조. 그의 삶도 편안하지 않았으니 아버지 사도세자를 노론들에게 잃고, 자신의 왕위마저도 위태위태하였으므로 흔들리는 마음을 달래줄 신하가 필요했다. 그 신하의 역할을 하였던 정약용은 정조의 벗이었으며, 제자였고, 위로자였다. 그런 정약용으로 하여금 사헌부 지평의 벼슬을 내렸으니, 얼마나 신뢰하는 신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첫 장면에 정조를 시해하려는 무리들이 등장한다. 다행히 그들의 만행이 들켜 문숙의를 비롯한 노론 일파가 죽음을 당하했지만 여전히 왕권이 위태로움을 깨달은 정조는 정약용을 불러 4백년이나 부와 권세를 누린 노록의 썩고 상한 곳을 찾아 내도록 사헌부 지평을 제수한다.

이때부터 정약용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시신을 검시하는 것, 사건 현장을 보존 하고 검사하는 것, 검시 기록등 각종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등 현재 과학적 수사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각종 검열과 비교해 봤을 때 뒤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정약용의 학문적 역할만 알고 있었지 과학적 수사를 위해 힘써왔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그러나 읽고 있는 내가 너무 바빴던 탓인지 책속에 쉽게 몰입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탐정 역할을 하는 정약용의 활약은 두드러지나, 사건 하나 하나의 연결 맥락이 쉽게 짚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권력과 명예를 위한 범죄보다는 치정에 얽힌 범죄가 많아 읽으면서도 낯뜨거워져서 그만 읽고 싶다고 느낄때가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의 사랑, 과대한 욕심이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똑같은 것일까?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수사드라마 못지 않게 조선시대의 수사도 영상화 되었을 때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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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끌어당기는 말, 영어의 주인이 되라 - 실용 영어 개척자 민병철 박사의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되는 법
민병철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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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꼬박 12년을 영어 공부 했지만 원어민을 만나면 고개부터 숙이는 상황. 지금의 나의 상황이다. 눈 앞에 외국인이 있어도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뭐라고 물어오면 어떻게 대답할지 아무런 대책도 생기지 않아,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 밖엔 없다.
지금의 직장에서는 영어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분야가 되어 버렸고, 나에게 영어가 절실한 것은 "아이들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킬까"라는 학부모 입장이다.
영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시키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야무진 학원에 보내지도 않으면서 걱정만 하고 있을 때 민병철 선생님의 "세상을 끌어당기는 말, 영어의 주인이 되라" 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맞다. 영어는 학습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내가 아이에게 영어의 노예가 되어라고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제목을 보는 순간 스쳐지나갔다.
나의 학창시절, 6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각, 맑고 청명한 영어 인사 "Good morning Everyone"를 해 주었던 민병철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요즘은 워낙 유명한 강사도 많고, 다양한 교수법이 존재하지만, 그 당시에는 민병철 선생님이 거의 모든 학생들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TV를 통해 만날 수 밖에 없는 지방민이었지만 그의 강의가 무척 즐거워서 매일 아침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그가 영어의 주인이 되어라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해 주었다.
그는 우선 대한민국 영어 비만이 지나치게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영어는 밥을 먹는 숟가락일 뿐인데, 온 국민이 영어 교육에 과도한 시간, 돈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꼽고 있다. 그의 철학이 상당히 설득력있다. 영어를 대할 때 쓰려뜨려야 할 괴물인냥 우리는 각오도 비장하게 덤비고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영어는 같이 가야할 친구이다. 다양한 스펙 쌓느라 지쳐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을 해준다. 콘텐츠가 풍부한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국어가 완벽히 갖추어져야 하고, 건강한 한국적 가치관을 가져야만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 영어부터 시작된 우리의 영어는 우리 명절은 잘 몰라도 할로윈 데이는 잘 알고, 우리 나라 위인은 잘 몰라도 외국 위인은 줄줄 꿰고 있는 문화 역전 현상을 꼬집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험을 위한 영어에서 벗어나 3년 후를 생각하며 다섯가지 포인트를 명확히 하라고 일러준다.
3년 후에 영어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Specific),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Measurable),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Achievable), 어떤 뚜렷한 성과가 있을지 생각해 보고(Result-Oriented), 기한을 정해야 한다(Time_line)
  영어 공부를 하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를 느슨하게 해 왔는데, 이런 포인트를 보는 순간 내가 놓친 것이 많구나, 내 아이에게도 이 포인트를 알려줘야겠다라는 희망이 생겼다.

두번째 장에서는 나만의 영어습관을 이노베이션 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주기적인 영어 이벤트를 하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민밋한 공부가 아닌 나를, 다른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영어 공부를 신나게 만들고, 주기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지속적인 공부 파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 예로 소개 해 준 J군의 경우는 위성방송을 통해 축구를 보고 그 결과를 블로그에 올리는데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정확하게 왜곡 없는 내용을 올려야 하므로 여러번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영어 실력이 지속적으로 쌓는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세번째 장에서는 내가 주인이 되는 영어 학습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사실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일상 회화라든지, 시험 공부라든지, 정해진 책을 사서 보는 공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공부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단어만 외우지 말고 문장 전체를 외우고, 눈으로만 외우지 말고 귀, 입을 사용한 동시 영어 학습법을 써 보라고 권유한다.
  나의 작장에 필요한 영어, 내가 쓰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

네번째 장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영어를 하라고 한다.
우리나라 영어는 입시영어, 회사 입사 영어로 나눠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대 놓고 입학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고, 대학 졸업생들은 토익, 토플 시험 성적을 위해 공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인드로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자기를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하나로 어우러져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영어교육 체계를 다시 만들자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어학연수가 아닌 문화 연수를 보내고,  공부가 아닌 문화를 배워 오도록 하자는 말씀에 백번 공감한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을 쥐락펴락 했던 선생님께서 이제 영어의 수단성을 강조하고 영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한민국만의 콘텐츠를 구성하자는 "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국민으로서 묘한 자신감을 갖게 된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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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푸르메 어록
김영두 엮음 / 푸르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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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대입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제일 싫었던 공부가 윤리였다.
윤리 선생님은 할머니 선생님이셨는데, 윤리, 철학등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셔도  쏟아지는 잠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외워도 외워도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들 때문에 괴로웠다. 수많은 외국인 철학자들뿐 아니라 주리론, 주기론이니 하면서 이황, 이이를 외워야 했던 시절이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칠 정도이다.

철학이라고는 실제 생활에서 배운 적도 없고 고민한 적도 없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들로 시험을 쳐야 한다니 외우기는 해야겠고, 피부에 와 닿지는 않고, 퍽이나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철학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해도 고리타분한냄새가 날 것 같은 "이황", "이이"의 세계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우겼던 젊은 날의 치기를 비웃듯 지금 나는 이황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인간의 도리를 들어보고자 책을 펼치고 있다.

  퇴계 선생님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한다. 요즘 말로는 한부모 가정이었는데 아버지의 자리를 숙부님께서 매김해 주셨다고 한다. 대가족의 위력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퇴계의 인생에 있어 숙부의 자리 매김이 없었더라면 우리 후손들은 그의 존재를 까마득히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로서 정을 베풀어주기도 하고 학문의 길라잡이도 되어주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듯하다.

  이 책에는 퇴계어록이라는 퇴계의 제자들이 남긴 언행록을 모아 만든 책을 한문 원문과 더불어 한글로 번역하여 본문으로 실었다. 한문 까막눈인 나는 한글을 보면서 한문을 역으로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퇴계 스스로 책을 쓰지 않아도 선생의 말씀과 행동을 몸소 배운 제자들이 스승을 기억하며 책을 썼다고 하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감동을 준 스승인지 상상할 수 있다. 감동을 주고 받는 사제관계를 본지도 참 오래다.

나 스스로도 가르치는 길을 가고 있지만 나의 죽음 끝에 제자들이 나의 언행에 대해 글을 써 줄까를 생각해보면 새삼 얼굴이 달아오른다. 제대로 살지도 않으면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는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퇴계 삶의 중요한 키워드 20개, 이기, 지양, 독서, 봉선, 출처, 상론, 수행, 심법, 법언, 자봉, 추원, 종형, 행장, 사수, 접인, 교인, 벽이단, 숭선정, 향당, 별혐을 꼭지로 하여 퇴계의 말씀을 실어놓았다.

한자 옆에 한글로 풀이를 해주지 않았다면 단어 자체가 뜻하는 바도 잘 모를 법한 어려운 한자의 나열인데, 내용 풀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독서를 예를 들어 보자면

 

 " 반드시 성현의 말씀과 행동을 마음으로 익히되 푹 잠겨 참뜻을 구하고 묵묵히 깊은 맛을 본 다음에야 바야흐로 심성이 길러지고 학문이 이룩되는 성과가 있게 된다. 만약 설렁설렁 해석하고 넘어가고 벙벙하게 외워 말할 따름이라면 말 몇 마디 귀로 듣고 입으로 옮기는 쓸데없는 재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천 편의 글을 다 외우고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경전을 떠들어댄들 무슨 도움이 있겠는가?" (p37)

 

천박한 글읽기를 경계하는 말씀이다. 진정으로 깨닫고 행동으로 옮겨 참뜻을 구해야 진정한 독서라는 것을 알려주는 말씀이다. 과거를 위한 글읽기도 경계하셨는데, 오늘날 전공을 학문으로 다가기보다 취직을 위한 다른 공부에 매진중인 우리 청년들의 삶을 생각하면 다시금 와 닿는 글이라 할 수 있다.

 

퇴계가 굉장히 유연한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봉선(奉先), 즉 예법의 원칙과 적용이다.

주자 가례로 성리학의 예법을 받들었지만 그가 발붙이고 살았던 16세기의 현실을 무시하지 않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절충하는 현명한 해답을 주기도 했다. 아들이 없는 집에 양자로 입양되는 경우, 양부모 공경을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하고, 부녀자의 초상 때 사내종을 제사 돕는 종으로 삼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여묘살이에 계집종을 두면 좋겠지만 이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식들을 집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현실적인 충고를 해 주기도 한다.

 

퇴계의 덕성과 학문 완성도때문에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벼슬길에 오를 기회도 많았는데 이때문에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한 듯 하다. 벼슬을 버리자니 임금에 대한 도리가 아닌 듯 하고, 학문을 버리자니 안타까운 상황으로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도리도 몸소 실천하였다.

 

우리는 퇴계 선생을 주자학의 조선 일인자라고 평가를 하는데, 이는 그저 얻어진 명예가 아니다.

선생의 집에는 주자 문집 사본 한 벌이 있는데, 얼마나  그 책을 많이 읽었든지 책장이 낡아 글자의 획이 거의 깎여 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학문이 완성되지 않으면 덕성이 갖추어진들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이러한 노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전기때까지만 해도 여자도 재산을 상속 받았는데 선생의 부인도 상당한 재력가의 딸이어서 많은 재산을 물려 받았지만 항상 빈곤하게 살기를 원했고, 스스로 거친 음식이 입에 맞다며 기름진 음식을 삼가하셨다고 한다.

 퇴계의 행동은 항상 제자들의 모범이 되었는데 나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던 것은 "자들에게 이름 놔두고 너라고 부른 적이 없으며 맞이하고 배웅할 때면 반드시 댓돌 아래까지 내려가 겸손한 몸가짐으로 예를 다하였으며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반드시 먼저 어른이 평안하신지를 물었다"(p238)이라는 구절이었다.

 나보다 어린, 게다가 학문의 깊이까지 얕은 제자들에게 항상 예를 다하고 정성을 다하셨기에 제자들의 감동을 이끌어 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여느 일대기나 전기문, 평전과는 달리 선생의 말씀을 중심으로 풀이를 해 준 책이라 퇴계 선생의 귀한 말씀이 쓰여진 배경은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자세한 주석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며, 눈 앞의 이익과 권리, 명예에 눈이 어두워 잘 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우리들에게 언제든지 바른 길로 걸어가라고 채찍질 해주는 큰 가르침이 실려 있다.

얇은  책이지만 내게 주는 교훈은 엄청난 '커다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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